냄비 부딪히며 “악은 물러가라”…미얀마식 저항이 시작됐다

등록 :2021-02-03 10:59수정 :2021-02-0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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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저녁 양곤서 경적·냄비 부딪히기 항의 시위
시민불복종 운동 제안, 페북서 10만회 이상 ‘좋아요’
공공병원 의료진, 3일부터 파업…검은리본 착용 등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항의하는 의료진들이 검은 리본을 착용하고 사진을 찍었다. <비비시>(BBC) 갈무리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이 표출됐다. 거리에서 냄비를 두드리고 경적을 울리는 등 ‘소음’으로 항의의 뜻을 나타내는 한편 의료진 사이에서는 파업 움직임이 일고 있다.3일 저녁(현지시각)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거리에서는 군부의 비상사태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시민들이 냄비를 부딪히고, 자동차 경적을 울렸다. 각 가정에서도 냄비와 프라이팬을 부딪히는 소리들이 이날 저녁 거리로 퍼져나왔다. 이는 지난 1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을 연금한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첫 항의 시위이다.시민들은 냄비·프라이팬 등 금속 식기들을 부딪히며 “악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는 미얀마에서 불행이나 불운을 쫓아내는 전통적인 의식이다. 청년과 학생 단체들이 시민불복종 운동을 제안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불복종 촉구 페이스북에는 ‘좋아요’가 10만여회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 2월2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 상업도시인 양곤에서 시민들이 철제 냄비와 쟁반 등을 두드려 소음을 내면서 전날 군부가 자행한 쿠데타와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 구금에 항의하고 있다. 이는 수치 고문이 전날 사전 성명을 통해 시민들에게 쿠데타를 거부하고 항의 시위를 벌이라고 촉구한 데 대한 호응으로 보인다. AFP 연합뉴스

적어도 20곳 공공병원의 의료진들도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했다. 공공병원의 의료진들은 3일부터 아웅산 수치 석방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비비시>(BBC)가 보도했다.의료진 사이에서는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의미에서 검은 리본을 작업복에 다는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일부 의사는 자신들의 방호복 뒤에 “독재는 반드시 실패한다”는 문구를 새겨넣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항의 차원의 사직도 나왔다. 사가잉 지역 몽과병원 마취의 나잉 흐투 아웅(47)은 “국가와 국민을 돌보지 않는 군 의사와 함께 일할 수 없기 때문에 사직한다”며 “이는 내가 그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최선”이라고 <비비시>에 말했다.항의 운동에 참여중인 의사 묘 테트 우는 <로이터> 통신에 “우리는 독재자와 선출되지 않은 정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들은 우리를 언제라도 체포할 수 있다. 우리는 그에 맞서기로 결정했다. 우리 모두는 병원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군부의 통신 및 인터넷 두절과 규제 조처에 맞서 오프라인 메시지 앱을 깔아 대처하자는 움직임도 미얀마에서 일고 있다. 오프라인 메시징 앱인 ‘브리짓파이’는 최근 미얀마에서 이 앱이 100만회 이상 다운로드됐다고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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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siapacific/981585.html?_ns=t1#csidx0c4ba9c075de05093a23230f0f95e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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