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2시간 쪽잠자며 18년 버텼다, 치료제 나오면 은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단독 인터뷰
"18년간 쪽잠 2시간씩 세번 자며 버텄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마치면 은퇴할 것"
- 왜 은퇴를 결심했나.
- “회장으로서 가장 일을 잘할 때까지 하는 것, 나는 그게 65세(한국 나이)라고 생각했다. 10년 전부터 임직원들에게 말해 왔다. 내 유·불리에 따라 약속을 뒤집을 수 없다. 그게 신뢰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넘기지 않고 이사회 의장만 맡길 생각이다.”
- 은퇴해도 셀트리온 대주주나 공정거래법상 기업 총수의 지위는 그대로다.
- “이사회에서 물러나고 최대주주로, 명예회장으로만 남는 것이다. 하지만 회장실도 빼고, 회장 자리도 없앨 것이다. 후계자는 없다. 내년엔 3개 회사(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가 합병해 하나가 된다. 각자 대표이사들이 협력해서 잘해 나갈 것이다.”
현역에서 물러난다는 서 회장의 생각은 확고해 보였다. 하지만 시장에선 ‘서정진 없는 셀트리온’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에 대해 그는 “그런 인식이 우리 회사의 최대 리스크”라는 점은 인정하면서 “명예회장으로서 결정적일 때 소방수 역할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크다.
- “이달 안에 임상 2상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효능과 안전성이 있다고 확정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사용 승인 신청을 할 것이다. 승인은 정부의 몫이지만 이미 충분한 데이터를 제공했다. 국가적으로 시급한 사안이라 리스크를 안고 뛰어들었다. 연내 개발이라는 약속을 지킨다는 신념으로 전 직원이 헌신적으로 노력했다.”
- 코로나19 치료제 가격이나 생산능력은.
- “구체적인 가격을 지금 밝힐 수는 없지만, 국내에서는 원가에 팔 것이다. 외국에서도 경쟁사보다 낮게 판매할 생각이다. 식약처에서 허가가 나면 다른 제품의 생산을 줄여서라도 우리가 가진 최대 생산능력을 이용해 코로나19 치료제를 생산할 것이다.”
- 최근 한 강연에서 ‘한국이 코로나 청정국가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 “나의 희망 사항을 전달한 것이다. 전 국민에게 코로나19 진단키트와 항체치료제를 자급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 대한민국뿐이다. 물론 정부가 결정할 일이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꺼번에 대량 진단을 하고, 확진자를 조기 치료하면 코로나 청정국가가 될 수 있다.”
- 셀트리온의 향후 목표는.
- “내년에 순이익 2조원으로 전 세계 제약·바이오업계 20위, 2025년에는 7조원으로 10위권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일각에선 코로나 특수 때문에 급성장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전혀 아니다. 오히려 코로나로 병원이 문을 닫으면서 약품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가면역 항체치료제 생산으로 이렇게 성장을 해내고 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 개발 중인 신약 독감치료제(CT-P27) 개발 현황은.
- “우리는 거의 모든 독감 바이러스를 커버할 수 있는 신약 치료제를 2상까지 개발했다. 아직 완성을 못 한 이유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안 왔기 때문이다. 환자가 생겨야 3상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처럼 독감 팬데믹이 오면 바로 개발할 수 있다. 이런 준비가 돼 있는 회사는 세계적으로 셀트리온과 로슈가 인수한 제넨테크뿐이다.”
- 바이오 붐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국내 증시에선 거품론도 만만치 않다.
- “바이오 붐은 세계적 추세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도 스타트업 중 60%가 바이오다. 우리도 그 추세를 따라가는 것이다. 다만, 우리 바이오산업도 실적이 나오고 다른 산업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때문에 5년 이상 실적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기업공개(IPO)를 해서는 안 된다. 선의의 피해자(투자자)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이오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사업가와 사기꾼의 차이는 단 하나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 사기꾼, 이익을 주면 사업가다. 바이오 기업도 실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공부 모임(경국지모)에 참석해 ‘상속세 합리화’를 주장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 “대주주 할증이 붙으면 기업 상속세율이 60%다. 상속세를 내려면 주식을 팔아 현금화해야 한다. 여기에 양도세도 붙는다. 내가 지금 죽으면 가족들 지분이 전혀 없기 때문에 우리 회사는 주인 없는 기업이 된다. 상속세율을 낮출 수 없다면, 상장주식으로 상속세를 납부하고 향후에 재매입할 수 있는 제도 등도 검토해 줬으면 한다. 이제 한국도 상속세를 객관적으로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 제도를 바꾸고 위법·변칙 상속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응분의 조치로 엄단을 하면 된다.”
- 힘든 일이 많았겠다.
- “나는 창업 초기 이름도 모를 '유령기업'에서 중소·중견을 거쳐 대기업 총수까지 온 사람이다. 그간 셀트리온의 선장 역할을 하면서 모든 단계에서 고충이 있었다. 쉴 만하면 큰 파도가 오더라. 최근 얘기만 하자면, 작년에는 일본이 핵심 부품 수출을 거부하면서 고생 좀 했다. 수입처를 다변화해 겨우 해결했다. 그러고 나니 코로나가 왔다. 유럽은 헝가리 법인을 통해 수출하는데, 국경이 막히면서 물류를 뚫느라 전쟁을 치렀다. 그래도 차질 없이 해냈다.”
- 이제 좀 편해지는 건가.
- “그저 잠 편히 자는 게 소원이다. 창업 이후 편안한 날이 하루도 없었다. 나는 하루에 쪽잠을 세 번 잔다. 저녁 8시에 두 시간 자고 일어나 유럽 시간에 맞춰 일하고, 또 두 시간 눈 붙인 후 일어나 미국 사업 챙겨야 한다(셀트리온은 전 세계 75개국에 지사가 있다). 이후 다시 눈을 붙였다가 아침에 한국 일을 본다. 이런 생활을 20년 했다. 최고경영자로 제일 중요한 게 전 세계 직원들 영업을 챙기는 것이다. 영업은 ‘올 오아낫씽(all or nothing)’이다. 나도 내가 이렇게 살 줄 몰랐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김태윤 기자 joonho@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서정진 "2시간 쪽잠자며 18년 버텼다, 치료제 나오면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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