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기대했던 친문 '실망'…與, 당분간 양강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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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잠룡이었지만, 실형 유지로 '발목'
친문 주류, 당분간 이낙연에 힘 실을 듯
대법 판결에 따라 재부상 가능성 있지만
'댓글 조작' 이미지와 '도정 공백' 부담

'드루킹 댓글 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재판에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에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각각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이른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연루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유지되면서 여권 차기 대권 구도는 당분간 '양강' 흐름이 유지될 전망이다.

'친문(친 문재인) 적자'인 그의 생환을 기대했던 더불어민주당 내 주류 세력은 당분간 지금처럼 이낙연 대표 쪽에 힘을 실을 공산이 커졌다.

다만 이들이 다른 주자를 찾거나 향후 김 지사 혐의가 대법원 확정 판결에서 벗어질 경우 다시 독자 세력화를 꾀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대권 잠룡이었지만…실형 유지로 '발목'

(그래픽=김성기 기자)
드루킹 사건에서 그의 이름이 나오기 전까지 김 지사는 차기 대권 잠룡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혀왔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비서 성폭행으로 배제되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불출마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 친문 진영을 오래 지켜 온 유력 주자 중 대안이 거의 없었던 탓이다.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이나 '문재인의 복심'으로 통할 정도로 현 정부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 온건하고 합리적 이미지, 인구가 많고 한국 사회 주류를 점해 온 영남 출신이라는 점도 강점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지난해 드루킹 사건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고 6일 항소심에서도 공직선거법은 무죄를 받았지만 '댓글 조작' 부분에서 실형이 유지되면서 발목이 잡혔다.

◇친문 "안타깝지만 대법원까지 함께 한다"

'드루킹' 김동원(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친노, 친문 그룹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항소심에서 정치적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품긴 했지만 내심 무죄 생환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최인호 의원은 선고 직후 페이스북에 "김경수 지사님 힘내라. 너무너무 안타깝다"라며 "남은 절반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져서 대법원 무죄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함께 하겠다"라고 밝혔다.

친문 의원들은 그간 사석에서도 "앞서 표적수사로 주자들을 너무 많이 잃었다"거나 "후보는 많을수록 좋다"라며 그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아 왔다.

이낙연 대표가 문재인 정부 1기 국무총리로서 친문 지지층을 상당수 흡수하고 있지만 과거 열린우리당에 동참하지 않았던 전력, 호남 출신의 확장성 문제 등이 이들에게 껄끄럽게 비치는 이유로 회자된다.

비문계 대권 상대인 이재명 경기지사 부상 이후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히고 통신비 지원, 재산세 인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엇박자를 냈다는 점도 의구심을 더한다.

그럼에도 마땅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친문 진영은 당분간은 이 대표 쪽에 계속 설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이재명 양강 구도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재부상' 낙관론 있지만…'댓글 조작' 부담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다만 김경수 지사가 여전히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고 상고하겠다는 뜻을 곧바로 밝힌 터라 만약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힐 경우 다시 부상할 여지도 있다.

대법원 선고는 이르면 내년 1월쯤 나올 전망인데 그럴 경우 내년 4월 보궐선거 전후로 다시 치고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대표 사퇴 시점에 이낙연 지도부 공과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면서 바람을 탈 수 있다는 낙관론이다.

오는 22일 출범을 앞둔 친문 중심 싱크탱크 '민주주의 4.0 연구원'의 행보가 유달리 관심을 끄는 데에도 '김경수 등판 가능성'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아직은 대권 후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때 광주에서 바람이 불면서 뜨지 않았느냐. 지켜보자"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러나 '댓글 조작'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여론에 남아 있고, 한때 법정 구속되면서 77일간 경남도정에 공백이 생겼던 만큼 본업에 게을리하기 어렵다는 점은 부담이다.

또 다른 친문 중진 의원은 "이제 처음 경남지사를 하고 있는데 적어도 한 번은 임기를 마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며 "추후 대권에 도전하더라도 김두관 의원의 전철을 밟기보다는 경남지사 재선에 성공한 후 여유를 두고 출마를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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