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베리 “기후위기 행동으로 보여달라” 문 대통령에 호소

등록 :2020-10-20 04:59수정 :2020-10-20 09:39

크게 작게

[영상] 그레타 툰베리, 국내 언론 첫 인터뷰

그린 앞세우며 석탄발전 투자
기후악당의 나쁜 행동 정당화

현 체제선 ‘환경보다 경제’ 불가피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 방법 찾아야
더 일찍 준비할수록 더 쉬워진다

미국 대선은 정치를 넘어선 사안
트럼프 재선 타당하지 않다

그레타 툰베리가 16일 한겨레 취재진과 화상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그레타 툰베리가 16일 한겨레 취재진과 화상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내가 하는 일을 존중해준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행동으로) 증명해달라. 행동이 말보다 훨씬 의미 있다.”

‘기후위기 운동의 얼굴’이자 ‘미래 세대의 대변인’으로 불리는 스웨덴의 17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그는 지난 16일 <한겨레>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소극적인 각국 지도자들을 통렬하게 꾸짖어온 10대 환경운동가가 한국의 지도자에게 보낸 첫 메시지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스웨덴 총리 방한 당시, 툰베리가 <타임>이 선정한 역대 최연소 ‘올해의 인물’이 된 것을 축하하며, “세계 최초의 화석연료 없는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스웨덴의 노력이 세계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칭송한 바 있다. 이어 툰베리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린’(이라는 단어)을 사용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그린뉴딜’로 그리고 있는 장밋빛 미래를 비판적 시각에서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툰베리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툰베리는 신종 감염병에 태풍·산불 등 이상기후까지 겹친 올해가 그야말로 “위기의 해”로 여겨진다고 했다. 지난해 전세계를 돌며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연설과 시위에 앞장서온 그는 “아직도 (많은 지도자들이)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전력이 베트남 석탄발전에 투자한 사실에 대해서도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답했다. 이어 “(세계를 이끄는) 리더로 불리는 나라들도 경우에 따라 ‘악당’이 될 수 있다.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앞장선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작 (경제를 위해) 하고 싶은 일들을 거의 다 하는 경우들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다음달 3일 치러지는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툰베리는 “(일국의) 정치를 넘어선 사안”이라며 “지금까지 배출된 온실가스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에는 특별한 책임이 있다. (새 대통령은) 과학을 근거로 기후변화를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만일 이번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미국은 곧바로 세계 197개국이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공식 탈퇴하게 된다.

툰베리는 2018년 8월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1인시위를 시작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그의 시위는 각국으로 확산됐고 현재는 한국을 포함한 133개국 160만명이 동참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당신들은 우리를 실망시켰다. 여러분이 우리를 저버린다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각국 정상들을 쏘아보던 그의 눈빛과 말투는 기후위기 문제를 단숨에 전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 중인 그레타 툰베리. 그는 이 자리에서 분노를 드러냈다. 세계 정상들을 향해 “당신들은 우리를 실망시켰다. 여러분이 우리를 저버린다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세계인들에게 기후위기 운동을 각인시켰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 중인 그레타 툰베리. 그는 이 자리에서 분노를 드러냈다. 세계 정상들을 향해 “당신들은 우리를 실망시켰다. 여러분이 우리를 저버린다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세계인들에게 기후위기 운동을 각인시켰다. 연합뉴스.

2019년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그레타 툰베리를 선정했다. 역대 최연소였다.
2019년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그레타 툰베리를 선정했다. 역대 최연소였다.

아래는 툰베리와의 인터뷰 전문

“지구의 가장 위대한 변호인”

지난해 9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그레타 툰베리를 이렇게 추켜세웠다. 미국을 찾은 툰베리를 만난 직후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말대로, 그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이자 대표적 환경운동가로 떠올랐다. 2007년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뒤 잠잠해진 기후위기 담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는 평을 받고 있다. 2018년 학교에 가지 않는 ‘결석 시위’를 시작해 각국으로 확산시킨 그는, 새로운 환경운동을 ‘하드캐리’(실력자가 게임을 승리로 이끈다는 뜻)하고 있다. 수백만명의 팔로어(트위터 420만명, 인스타그램 1050만명)가 있고, 담당 미디어팀이 따로 있는 세계적 ‘셀럽’(유명인)이기도 하다. 지난 16일에는 툰베리의 활동과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아이 엠 그레타>가 개봉돼 국가별로 순차 상영을 시작했다.

툰베리는 기후위기 문제는 엄중한 데 비해, 각국 정부와 정치인들의 행보는 더디다는 현실에 주목해왔다. 현재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인 100여년 전보다 1도가량 올랐다. 이대로 인류가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해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이상 오르게 되면 지구 기후는 인류의 노력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변화를 겪게 된다.

지난 16일 화상으로 이루어진 툰베리 인터뷰는 <한겨레>가 올해 4월 기후변화팀 신설 뒤 수차례 요청한 끝에 성사됐다. 이날도 ‘미래를 위한 금요일’ 결석 시위를 마치고 온 그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집에서 7000㎞ 떨어져 있는 서울의 기자들과 눈을 맞췄다.

분노하고 저항하는 미래 세대의 아이콘

―올해 기상이변, 코로나19 등 환경 이슈가 많았다. 당신에게 올해는 어떤 해였나?

“모든 사람에게 올해는 위기의 해다. 우리는 인간이 매우 연약한 존재임을 깨닫게 됐다. 우리의 위기 극복 능력을 지금까지 과대평가해왔는데, 우리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 자신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다시 점검할 때다.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아무도 본 적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결석 시위를 시작한 지 2년이 지났다. 어떤 변화를 느꼈나?

“우리가 이렇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된 점이 놀라웠다. 누구도 예상 못 했을 것이다. 매우 놀라웠다. 사람들은 청소년들이 그저 이기적이고 자기만 생각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공동의 문제의식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다. 이제 많은 사람이 청소년들이 결석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우려를 표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점에서 매우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각국 정부는 이런) 상황을 위기로 생각하지 않고 온실가스도 크게 줄고 있지 않다.”

그는 전사다. 기후위기 문제를 가해자(온실가스 과배출 정부, 기업, 이를 방조한 어른 세대)와 피해자(저배출 국가, 미래 세대)로 나누어 누구의 편에 설 것인지 묻는다. 더는 북극곰을 살려달라는 호소에 그치지 않고, 더는 교양 있는 지구인의 선의를 기대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자녀의 미래를 훔치”는 것이라고 한 지난해 9월 유엔에서의 연설은 기후위기 문제에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어른 세대의 심장에 화살을 꽂아넣었다.

“모두가 잘못한 게 아니라 몇몇이 잘못한 거예요. 지구를 구하려면 그 몇몇 사람들과 그들의 기업 그리고 그들에 돈에 맞서 싸워야 해요. 그들이 잘못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요.” (그의 가족이 쓴 책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133쪽 그가 한 말)

그의 솔직하고 용감한 발언이 전세계 수백만명의 청소년과 청년을 학교가 아닌 거리로 나오게 했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태평양 섬 나라가 물에 잠기는 것은 안타깝지만, 나의 삶과 솔직히 상관이 없다’고 속으로 생각했던 사람들도 10대 청소년들의 분노와 절규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레타 툰베리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비행기를 타지 않고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다. 일부 사람들이 그에게 ‘보여주기식’ 행동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는 질문에 그는 “내 행동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라기보다 기후 위기 논의를 진작시키기 위해서였다”라고 말했다. 그레타 툰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그레타 툰베리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비행기를 타지 않고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다. 일부 사람들이 그에게 ‘보여주기식’ 행동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는 질문에 그는 “내 행동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라기보다 기후 위기 논의를 진작시키기 위해서였다”라고 말했다. 그레타 툰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그는 지지 않는다. 그에게 “분노 조절 문제에 신경쓰라. 진정해”라며 조롱하듯 트위터 글을 남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에 공감이 가지 않는다”고 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기싸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분노조절 문제에 신경쓰는 20대 청소년. 현재 진정하고 친구와 좋은 옛 영화를 보고 있음”이라고 자기 소개를 바꾸며 트럼프의 조롱을 가볍게 방어했다. ‘스트롱맨’들과 맞서는 용감한 10대 소녀는 환경 운동을 넘어 어른 세대에 저항하고 분노하는 미래 세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진보적 사고로 젊은 세대로부터 지지를 받는 루스 베이다 긴즈버그 미국 대법관을 추모하는 글이 그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와있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스트롱맨’과 맞서는 그레타 툰베리는 젊은 세대의 분노와 저항정신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일러스트 이민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스트롱맨’과 맞서는 그레타 툰베리는 젊은 세대의 분노와 저항정신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일러스트 이민혜.

“그린의 이름으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 말라”

―1년 전 유엔에서 당신을 향해 박수 친 각국 지도자들이 있다. 그들이 당신의 연설 내용을 정책에 반영했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실을 보면 거의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다. 아직 기후위기를 위기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래서 내 답은 ‘아니다’이다. 지금까지 배출한 온실가스 총량 등 역사적인 책임을 봐야 할 필요도 있다. 어떤 나라들은 다른 나라보다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고,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파리협정에서도 부유한 나라들이 저개발 국가에 삶의 질을 개선할 기회를 제공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 참석할 당시, 청와대는 툰베리의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후 문 대통령은 같은 해 12월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가 한국을 찾았을 때, 미국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역대 최연소 ‘올해의 인물’에 툰베리가 선정된 것을 축하한다고 전했다. 툰베리에게 보인 관심과 달리, 한국은 대외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미온적이며, 심지어 석탄발전에 여전히 투자하고 있는 ‘기후악당’으로 꼽혀왔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적극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을 두고, ‘무늬만 그린’이라는 혹평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이러한 상황을 알리는 사전 질문지에 “특정 국가만의 잘못이 아니라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잘못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실제 인터뷰에서는 ‘그린’을 앞세운 정치인과 정부에 대한 경계심을 강조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여한 그레타 툰베리가 ‘미래를 위한 금요일’ 결석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여한 그레타 툰베리가 ‘미래를 위한 금요일’ 결석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도 세계 11위의 온실가스 배출국가(2017년 기준)다. 한국의 그린뉴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전세계 여러 나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그린, 그린딜, 그린뉴딜, 친환경 투자 (green investments)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그런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린은 단지 색깔에 불과하고 우리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차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누구도 그린이 어떤 의미인지 결정한 적이 없다. 그린이라는 말이 아무 의미도 없을 수 있다. 단지 좋게 들릴 뿐이다.”

―한국에선 ‘환경보다 경제가 우선’이라는 논리가 여전하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그들이 맞다. 과학이 지적한대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우리 사회 자체를 완전히 폐쇄할 수는 없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수십년 전부터 준비했어야 했다. (이제라도) 더 일찍 시작할수록, 더 쉽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의 한국전력이 베트남에 석탄발전소에 투자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매우 큰 문제다. 기후 문제에 ‘리더’라고 불리는 국가들이고 ‘악당’인 경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기후문제 앞장선다고 알려져있지만 하고 싶은 일들은 거의 다 하고 있다. 어떤 국가들은 리더 국가들이 해 놓은 일들 비판받기도 하는데 매우 정당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문 대통령이 내가 하는 일을 ‘존중한다’(admires)고 말했다면, 행동으로 증명해주면 좋겠다. 행동이 말보다 훨씬 더 의미가 있다.”

11월3일 치르는 미국 대선은 요즘 그의 최대 관심사다. 툰베리는 지난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 투표하자”는 글을 남겼다. 올해 미국 대선은 기후위기 문제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 짐작된다.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이전 오바마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무력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는 ‘왜 트럼프는 안 되는가’라는 질문에 웃으며 “(웃으며) 나는 어떤 경우라도 정치 관련된 이야기는 해오지 않았다. 기후위기는 정치를 넘어선 문제다. 올해 미국 대선은 정치를 넘어선 사안”이라며 “다음 미국 대통령은 다른 모든 리더들과 마찬가지로 과학을 근거로 기후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은 매우 부유한 나라이기 때문에 특별한 책임이 있다. 지금까지 배출된 전세계 온실가스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고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광 속 카나리아…툰베리를 움직이는 동력은?

그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탄광 속 카나리아’였다. 쉬지 않고 뿜어져 나오는 온실가스로 포위된 지구에서 숲이 파괴되고 동식물이 사라져가는 소식에 그와 같이 환경감수성이 충만한 이들은 아프기 시작한다. 마치 탄광의 차오르는 가스를 미리 감지하고 죽어가는 카나리아같다고 생각했다.

섭식장애가 있어 평소 매우 소량의 식사만 매우 천천히 하는 그는 지난해보다 더 야윈 모습이었다. 야스퍼거 증후군(사회관계형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특정 상황에 집중을 잘 하는 발달장애 일종)을 겪는 그는 인터뷰가 진행될 수록 렌즈를 통해 눈을 맞추지 않고 시선을 옆으로 두고 말을 이어갔다.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작은 몸에서 큰 에너지를 내기까지는 그에게 기후위기 문제가 매우 극심한 스트레스라는 것은 분명했다.

8살의 그레타 툰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8살의 그레타 툰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한겨레>는 청소년기후행동을 통해서도 그에게 궁금한 질문을 모았다. 많은 청소년들이 그와 같은 슬픔과 아픔을 경험한다고 했다. 그들은 기후위기 문제로 인해 미래를 저당잡힌 삶, 그리고 이 미래가 자신의 잘못도 아닌 이미 지구에서 누릴 것을 다 누린 어른 세대의 무관심과 무책임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는 점때문에 더욱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들은 그와 함께 한국에서 ‘결석 시위’에 참여했고, 지난 3월 “기후위기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정부와 국회때문에 생명권 등 기본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당신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운동에 함께 하는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 모두와 함께 기운을 북돋고 있다. 우리 가족과 강아지. 그리고 이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도 내가 포기하지 않게 하고 있다. 앞으로 있을 일을 우리는 모른다. 그래서 우리가 갖고 있는 힘을 다 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서, 이 세상이 더 나아지도록 해야 한다.”

그레타 툰베리는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족과 강아지, 청소년들과의 연대 등을 꼽았다.
그레타 툰베리는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족과 강아지, 청소년들과의 연대 등을 꼽았다.

2018년 8월 시작한 ‘미래를 위한 금요일’ 결석 시위는 160개 국가로 확산됐다. &lt;한겨레&gt;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사람들은 청소년들이 그저 이기적이고 자기만 생각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공동의 문제의식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다. 이제 많은 사람이 청소년들이 결석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우려를 표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18년 8월 시작한 ‘미래를 위한 금요일’ 결석 시위는 160개 국가로 확산됐다.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사람들은 청소년들이 그저 이기적이고 자기만 생각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공동의 문제의식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다. 이제 많은 사람이 청소년들이 결석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우려를 표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청소년들은 당신에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푸틴 러시아 연방 대통령과 같은 기후위기 부정론자들과 싸우는 것이 두렵지 않냐고 물었다.

“흥미로운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은 이제 어디에도 숨을 데가 없다. 그래서 청소년들을 공격하고 있다. 그 사람들은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한다.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 (자신들이) 논리적인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청소년들에 대한 공격이 다른 무엇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기특하다, 잘 한다”고 하면서 정작 청소년들의 외침을 진지하게 듣지 않는 어른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물었다.

“그건 매우 좌절감을 주는 일이다. 우리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하는 일은 (어른들로부터) 칭찬을 받거나 기특하다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나 우리와 셀카를 찍게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실제적인 변화를 위해서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얼마나 서로 큰 간극이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지난 2월 영국 브리스톨에서 기후 파업에 나선 시민들과 그레타 툰베리. 연합뉴스.
지난 2월 영국 브리스톨에서 기후 파업에 나선 시민들과 그레타 툰베리. 연합뉴스.

―기후위기 문제를 알아갈수록 미래가 어둡다는 사실에 우울하다고 느끼는 청소년들이 많은 것 같다.

“처음에는 나도 그랬다. 직면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우울했고 슬펐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무 것도 안 했고 우울감을 느꼈다. 그러다 가장 좋은 약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바로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었다. 누가 이 문제에 가장 민감한지, 누가 불편한 질문들을 하는지, 누가 낙관적 생각을 갖고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국 아무 것도 바꿀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할 말은.

“우리는 함께 맞서야 한다. 이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에게 다른 방식으로, 그 크기는 다르지만 결국 우리 모두가 영향을 받게 된다. 우리는 모두 결속해 함께 행동해야 하고 필요한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3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의회 환경위원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3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의회 환경위원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강은 괜찮나. 1년 동안의 안식년을 마무리하고 학교에 돌아왔는데 기분은 어떤가.

“좋다. 학교에 돌아와 평범한 10대가 돼 좋다.”

―지구를 위한 시간이 얼마나 남았다고 생각하나.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만큼의 시간은 언제나 있다. 기후위기를 막지 못하게 되는 특정한 시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시간이 있다. 앞으로의 시간이 중요하다. (더 나빠지지 않고) 현재 상태를 유지시키는 시간 말이다.”

그가 요트를 타고 유럽에서 미국으로 대서양을 건너갔을 때 일부 언론과 사람들은 그의 행동이 보여주기식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은 비행기를 타지 않아 온실가스를 배출시키지 않았지만, 요트를 수리하고 조종하는 노동자들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것을 생각하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시켰다는 분석이 더해지면서 그의 활동을 폄하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사람들이 나를 돕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것은 그들의 선택이다. 나의 행동은 우리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행동”이라며 “요트를 타는 것은 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후 관련 논의를 진작시키기 위해서였다”라고 단호하게 설명했다.

미래 어느 순간 지구인들은 오늘을 돌아볼 때 어떤 감정이 들까.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걸고 지구를 대변하는 그에게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할까. 그의 야윈 얼굴과 대비되는 형형한 눈빛이 계속 미안함을 느끼게 했다. 그의 마지막 말은 “기후위기 문제를 인식하고 행동에 나서달라”는 당부였다.

(※인터뷰 전문과 동영상은 <한겨레> 누리집(www.hani.co.kr)과 한겨레 티브이,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최우리 김지은 기자 ecowoori@hani.co.kr

지난해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COP25에서 연설 중인 그레타 툰베리.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COP25에서 연설 중인 그레타 툰베리. 연합뉴스.

그레타 툰베리는 ‘탄광 속 카나리아’같다. 탄광의 가스 농도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카나리아처럼, 지구인들 중 지구와 환경의 위기를 가장 먼저 느끼고 아파한다. 모든 지구인들은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그레타 툰베리는 ‘탄광 속 카나리아’같다. 탄광의 가스 농도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카나리아처럼, 지구인들 중 지구와 환경의 위기를 가장 먼저 느끼고 아파한다. 모든 지구인들은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후원하기

응원해주세요, 더 깊고 알찬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진실을 알리고 평화를 지키는 데 소중히 쓰겠습니다.
응원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