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 "향후 국가미래상은 산업화, 정보화에 이어 '자율화'다"

김현곤 LX 공간정보연구원장.
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

 

[미디어SR 전문가 칼럼=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 “여러분은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미래상을 갖고 있습니까?” 이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많지 않을 듯 싶다.

변화와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고, 자신의 뜻대로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은 더 더욱 힘겨운 일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필요하고 절실한 것이 바로 자기 인생의 방향과 목표, 미래상을 명확히 정립하는 일이다. 

외부의 변화와 불확실성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가려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

 

특히 힘든 일을 만나거나 좌절을 겪거나 불확실성이 밀려들 때, 개개인이 자신만의 '흔들리지 않는 미래상'을 확실히 갖고 있다면 그것은 스스로를 지켜주는 방패막이자 나침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을 넘어 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민국은 5000만명의 집합체다. 국가라는 같은 공간에 살아도 각자가 서로 다른 생각, 자신만의 뜻대로 살아간다.

그와 별개로 대한민국은 하나의 국가로서 정체성과 방향성을 갖고 지속성장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지니고 있다.

 

국가는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한 인생, 성장하고 성취하는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는 책무가 있다. 

이는 국가가 국민이 공감하고 함께 지향하는 '국가 미래상'을 명확히 정립하고 국민과 공유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과연 흔들리지 않는 국가미래상을 갖고 있을까? 5년 임기의 정부별로 국가미래상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국가 비전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고 ‘혁신적 포용국가’다. 문제는 5년 단위로 국가 비전과 국가미래상이 바뀐다는 점이다.

아무리 정권이 바뀐다 해도 국가 미래상이 5년마다 바뀐다는 것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국가별로 미래상의 수명이 몇년이 적당할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 세대를 30년으로 볼때 적어도 그 정도, 아니면 최소 20년 이상은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국가미래상이 필요하지 않을까?

역사는 질문과 해답을 동시에 보여주곤 한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제대로 된 국가미래상이 본격 제시된 시점은 1960년대다.

1962년에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발표됐고, 그로부터 1996년에 종결된 제7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까지 35년에 걸쳐 이어졌다.

 

'경제개발, 잘 사는 나라'라는 국가미래상을 설정하고 1962년부터 1996년까지 35년간 일관되게 달려온 셈이다.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우뚝 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원동력이 됐다.

중장기적인 국가미래상을 제시해 성공을 거둔 또 다른 예로 정보화를 꼽을 수 있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라는 기치 아래 1996년 제1차 국가정보화 기본계획이 발표됐다.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라는 국가미래상도 제시됐다. 현재 제6차 국가정보화 기본계획(2018~2022)이 추진 되고 있다.

산업화와 함께 정보화도 30년 가까이 일관되게 실행해온 셈이다. 'IT강국' 타이틀을 얻게 된데는 이같은 장기적 안목과 추진력이 버팀목이 됐다. 

대한민국의 지난 60년을 되돌아보자. 전반부 30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온 제1의 국가미래상이자 국가발전전략은 ‘산업화’였다. 후반부 30년을 이끌어온 국가미래상과 국가발전전략은 바로 ‘정보화’였다.

이제 산업화, 정보화처럼 향후 30여년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국가미래상과 국가발전전략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산업화, 정보화를 잇는 제3의 새로운 중장기 국가미래상, 국가발전 전략은 무엇으로 정하면 좋을까. 필자는 하나의 대안으로 ‘자율화’를 제안하고자 한다.

산업화와 정보화로 똑똑해지고 스마트해진 국민 개개인이 자율적으로 자신만의 재능과 꿈을 맘껏 펼치고 성취하는 것을 국가미래상으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학교 성적과 같은 천편일률적인 하나의 잣대가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갖고 있는 서로 다른 관심과 재능과 꿈과 끼를 키우고 가꿀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코칭하고 지원하는 국가미래상, 국가발전전략으로 자율화를 제시한다.

 

교복 자율화, 두발 자율화, 등록금 자율화와 같은 과거의 단편적인 자율화를 훌쩍 뛰어 넘어 국가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인생과 일, 꿈과 미래를 자유롭고 자율적으로 설계하고 만들어가는 국민 개개인 인생 전체의 자율화 국가전략을 뜻한다.

각 개인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응원하는 '자율혁신 촉진형 사회시스템'이다.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에 성공한 대한민국이 이처럼 자율화를 촉진하는 새로운 경제사회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우리는 한강의 기적, IT강국을 넘어 21세기 시대흐름에 부합하는 글로벌 모델국가로 거듭나게  될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국가미래상을 만들고 추진할 때다. 지금처럼 변화와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 다양화의 시대일수록 단순하지만 강력한 하나의 국가미래상과 국가발전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산업화와 정보화로 경쟁력이 더 커지고 더 스마트해진 국민들과 함께 정권의 부침이나 변화에 관계없이 온 국민이 공감할 수 있고 향후 20~30년간 지속적으로 펼칠 수 있는 새로운 국가미래상, 국가발전전략을 만들어보자.

 

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 프로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쓰쿠바대학교에서 사회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부원장을 역임한뒤 한국국토정보공사(LX) 공간정보연구원장을 거쳐 올해 5월부터 국회 미래연구원장으로 재직중이다. 또한 미래학회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IT와 미래사회를 연구해왔고 <인생 르네상스 행복한 100세>, <미래 만들기> <모든 비즈니스는 서비스로 통한다> 등의 저서를 출간했으며, 최근 <그림으로 생각하는 인생디자인>을 펴내 화제가 된 바 있다. 요즘은 유튜브채널을 통해 유튜버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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