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원격 회의 플랫폼이 급부상하고 있다. 시중에 나온 다양한 국내외 화상회의 플랫폼 중 단연 인기를 끄는 플랫폼은 ‘줌(ZOOM)'이다. 줌은 최대 100명까지 무료로 영상, 텍스트 회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이 서비스는 간편한 사용성과 훌륭한 기능으로 국내외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었다. 동시에 주가도 고공행진 하는 중이다. 다만, 여러 국가에서 발생한 해킹 등 보안 이슈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 원거리 연애로 시작된 '화상채팅 플랫폼' 창업
줌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회사는 줌 커뮤니케이션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점을 둔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중국계 미국인 에릭 유안에 의해 설립됐다. 중국에 살 당시 그는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장시간 기차를 타야 했다. 이런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그는 '화상 회의' 서비스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한다.
그는 1997년 미국에 이민해 '웹엑스'에 취직한다. 이후 웹엑스가 시스코에 합병되면서 시스코 부사장까지 승진한 그는 회사를 나와 2011년 '줌 테크놀로지'를 창업했다. 2013년부터 화상회의 기능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서비스를 출시했다.
꾸준한 서비스 개선을 바탕으로 줌은 2017년 '유니콘' 기업으로 급부상했으며 지난해엔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비대면 업무 방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줌은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 줌의 인기 비결은
줌은 클라우드 기반의 원격 업무 툴을 서비스하는 B2B 서비스 기업이다. 유·무료 버전을 제공하고 있어 최근 많은 직장과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하는 학교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무료 서비스를 통해서도 꽤 훌륭한 수준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무료 서비스는 한 화상회의에 총 100명의 참가자를 모집할 수 있으며 최대 40분간 회의할 수 있다.
유료 서비스의 경우 월 요금별로 다르지만, 회의 참가자 수가 최대 200~500명까지 늘어나며 회의 시간도 24시간 이상으로 서비스 규모가 더 커진다. 가장 비싼 대기업 대상 서비스는 1000명 가까이 한 화상회의에 초대할 수 있다.
줌의 가장 큰 인기 비결은 쉬운 사용법과 무료 서비스만으로도 최대 100명이 40분간 HD급 화질의 화상회의를 할 수 있다는 수준 높은 기능에 있다. 연결성도 안정적이라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굳이 서비스를 가입하지 않아도, 회의 주최자가 공유한 URL에 접속하면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줌은 회의 시 유용한 화이트보드 기능이나 영상 회의 녹화, 채팅 내용 저장 기능이 있다. 카메라 앵글을 바꾸거나 뒷배경을 감추고 다양한 이미지로 채울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점도 호응을 얻는 이유 중 하나다.
■ 인기 급상승에 주가도 고공행진
코로나19로 비대면 업무교육이 필요해지면서 이 서비스의 인기는 고공행진 중이다. 줌의 이용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1000만 명 정도였지만, 이달 초 기준 2억 명을 돌파했다.
주가 역시 이를 입증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줌은 미국 나스닥에서 역대 최고가인 159.56달러(약 19만 4000원)를 기록했다. 올해 초 주가와 비교해도 2배 이상 올랐다. 지난해 4월 IPO 당시의 기업가치는 159억 달러(19조 3500억 원)였지만, 최근엔 420억 달러(51조 1350억 원)로 수직으로 상승했다.
■ 보안 이슈로 최근 논란의 중심⋯‘줌 바밍’ 신조어도
그러나 최근 줌은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개인정보 유출 논란과 취약한 보안성으로 해킹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미국 일부 학교에서 줌을 이용해 화상 수업을 진행하던 중 해킹이 무단으로 회의에 들어와 음란물을 틀거나 욕설을 하는 영상을 게재해 큰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들에 대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섰고, 뉴욕주 교육부에선 줌을 통한 온라인 수업을 금지했다.
이런 사건은 대만,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에서도 연달아 일어났다. 이에 미국, 호주, 싱가포르, 대만 등 국가에선 다른 서비스 사용을 권고하거나 사용 금지 조치를 내렸다. 구글이나 스페이스X 등 일부 기업들도 사용을 중지했다. SNS에선 '줌 바밍(Zoom Bombing)'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이는 줌을 통해 화상회의나 수업을 하다 초대하지 않은 제3자가 갑자기 침입해 방해를 하는 상황을 말한다. 또 줌의 일부 프로그램에 삽입된 멀웨어 등으로 피해를 받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아울러 지난 5일 캐나다 보안업체 시티즌랩이 줌에서 나온 데이터틀이 중국의 서버를 거치고 있다고 밝히며 더 큰 파문이 일었다. 시티즌랩은 중국에서 참여한 사람이 없는 화상회의의 데이터가 중국으로 향했으며, 시티즌랩은 이때 데이터를 해독하는 암호키까지 함께 전송됐다고 밝히며 줌의 보안 취약성을 우려했다.
일련의 사건들에 줌 창업자 에릭 위안 대표는 지난달 30일 자사 블로그를 통해 "개인정보 보호에 지역 사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며 공식 사과문을 올리며 한 차례 사태를 수습했다. 이어 중국 서버 논란에 대해선 지난 14일 모든 유료 이용자 대상으로 본인이 접속할 데이터 센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지했다. 무료 이용자의 경우에도 중국 내 회의 참여자가 없다면 중국으로 데이터가 전송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하는 등 사태를 진정시키고 있다.
■ MS '팀즈'·구글 '미트'도 이용량 ‘폭증’⋯치열한 원격회의 플랫폼 시장
줌을 포함한 원격회의 플랫폼 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수혜를 보는 모습이다. 이용자 2억 명을 돌파한 줌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의 화상회의 툴 '팀즈' 역시 지난달 이용 건수가 전년 동월 대비 1000% 이상 급증했다. 구글 ‘미트’ 역시 이달 초 기준 200만 명 이상의 신규 이용자를 확보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리포트링커에 따르면, 전 세계 협업 툴 시장은 오는 2023년 약 599억 달러(약 72조 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가파른 성장세만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 역시 올해 25억 원을 투자해 재택·원격 근무 솔루션과 가상·증강현실(AR·VR), 홀로그램 등을 통한 가상 회의 시스템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