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neyToday "의료용 방호복 1만벌. 사흘이면 가능하겠습니까."

 

지난 3월 초 LG상사 해외법인에 이런 지침이 떨어졌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의료진이 긴급 투입되던 당시였다. 의료진이 사용할 방호복과 고글,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해 경영진이 팔을 걷어붙였다.

 

LG상사는 대만·싱가포르·호주 등 12곳의 해외법인과 지사를 통해 의료용 방호복 생산업체를 수소문했다. 국내 본사가 파악한 방호복 제조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지 사정에 밝은 해외법인이 직접 의료용품 제조사와 유통업체를 이 잡듯 뒤졌다.

구매가능 여부와 수량을 파악한 뒤 매매협상을 성사시키기까지 본사와 해외법인이 밤낮 없이 뛰었다. 의료용 방호복을 국내로 긴급 수송하기 위해 대금 지원, 통관, 물류 등 전 과정에서도 본사와 해외법인의 팀워크가 빛났다.

 

LG상사가 방호복을 확보해 대구·경북 의사회에 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5일. 해외법인에서 물품을 확보하는 데 3일, 국내로 들여와 전달하는 데 2일이 걸렸다. 방호복 1만벌이 지난달 9일 대구·경북 의료진에 전달되면서 부족했던 의료용품 수급에 한결 숨통이 틔였다.

업계 관계자는 "평소 현지 네트워크가 촘촘하지 못했다면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국내 본사와 해외법인의 팀워크도 시간을 단축하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달 12일 디스플레이 생산 노하우를 활용해 대구·경북 의료진에 의료용 고글 2000개를 전달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자사 생산라인에서 방진복과 함께 착용하는 보안경 등 보호구를 공급하던 협력업체에 의료용 고글을 부탁한 것.

LG전자는 독일 등 해외 유통업체 및 거래 네트워크를 가동해 의료용 마스크를 확보해 대구·경북 지역에 10만장을 지원했다.

 

LG그룹 계열사는 해외 지원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LG전자, LG화학, LG이노텍, LG상사 등 LG그룹 4개사가 지난달 인도네시아 정부에 5만회 검사 분량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기부키로 하고 이달 6일 인도네시아 정부에 전달을 마쳤다.

이번 기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진단키트가 부족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지원 요청에 현지에 진출한 LG 계열사들이 그간 현지 고객과 거래선들로부터 받은 성원에 화답하고 감염병으로 인한 국제적인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데 기여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인도네시아는 그동안 가격이 저렴하고 혈액을 이용해 진단 결과가 빨리 나오는 '신속 진단키트(혈청 검사)'를 사용했지만 정확도가 50~70%에 불과해 LG에 정확도 95% 이상의 PCR(유전자증폭검사) 진단 키트 기부를 요청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요청에 LG상사는 국내 생산제품 중 여유분을 확보, 지난달 중순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에 샘플 테스트용으로 일부 진단키트 물량을 보냈고 관계당국의 테스트가 완료되자 곧바로 인도네시아 병원들이 기존에 보유한 기계 4종으로 분석 가능한 한국산 PCR 키트를 찾아낸 뒤 5만회 분량을 항공기를 이용해 자카르타로 보냈다.

 

바흐릴 라하달리아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장은 진단 키트를 받은 뒤 "인도네시아에 오랫동안 투자한 LG는 다른 해외투자 기업의 좋은 모범이며 진정한 친구"라며 "국민을 대표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의 적극적인 사업보국 신념이 반영된 조치로 안다"며 "기업들의 이런 의지가 코로나19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