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내걸고, 개혁 외치지만…국민이 원하는 정치가 없다
입력 : 2019-11-07 06:00:00 수정 : 2019-11-07 07: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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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 승부수 던진 한국당… 당내 이견·탄핵문제 정리 숙제
6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보수통합을 위한 당내외 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하며 ‘보수통합 카드’를 꺼냈다. 당 안팎에서 확산하고 있는 리더십 논란을 잠재우고 내년 총선을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를 놓고 통합 파트너 간 의견이 충돌하는 데다 당내 이견을 모아가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유 우파의 모든 뜻있는 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 가치를 받드는 모든 분” 등을 거론하며 보수 대통합 추진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시기가 늦으면 통합 의미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한국당 간판을 고수하지도, 대표직에 연연하지도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과 우리공화당은 물론 장외 보수세력까지 총망라한 보수대통합을 서두르겠다는 의미다. ‘보수 빅텐트’를 세우겠다는 거다.
황 대표의 전격적인 보수대통합 제안에 대해 변혁 측과 우리공화당은 냉랭했다. 변혁 유승민 대표는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호의적 반응을 보였지만, 소속 한 의원은 “황 대표가 리더십 논란 돌파용으로 급하게 진정성 없이 연 기자회견 같다”고 저평가했다.
특히 탄핵 문제를 어떻게 평가하고 극복하느냐가 최대 난관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황 대표는 ‘우리공화당은 헌법적 절차에 따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부정하는데 통합의 대상이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대의 아래서는 그런 여러 논의들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문을 열어뒀다. “분열의 요소들을 정치 대의의 큰 용광로 속에 녹여내는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탄핵에 대한 찬반이나 책임론을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으로 읽힌다.
하지만 우리공화당 인지연 수석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묻어버리면서 하자고 하는 보수통합 논의는 불의한 자들의 야합이요, 모래 위의 성일 뿐”이라며 “유승민 포함 ‘탄핵 5적’을 정리도 못 하면서 무슨 통합을 말하는가”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탄핵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얘기다.
한국당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아가는 것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즉 유 의원 등을 비롯한 ‘개혁 보수’와 통합에 우선 가치를 두는 온건파와 우리공화당 그룹 간 통합을 우선시하는 강경파 간 의견차가 작지 않아서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불편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내용도 없는 보수대통합을 발표하기보다는 보다 진심을 갖고 열정으로 난국을 헤쳐나가라”고 꼬집었다.
한국당은 이날도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비례대표 초선 유민봉(사진) 의원은 이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지금 우리 당은 국민들의 답답함과 절박함을 담아낼 그릇의 크기가 못 되고 유연성과 확장성도 부족하다”며 당 쇄신을 촉구했다. 그는 그러면서 “저보다 정치 경험이 풍부하고 정치력이 큰 선배 여러분이 나서준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더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중진 의원 용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중진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4선인 김정훈 의원(부산 남구갑)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당내에서 ‘특정 지역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불출마하거나 험지로 가야 한다’는 말이 나왔는데, 감정 생기게 누가 ‘나가라 말라’ 할 문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는 김태흠 의원이 전날 ‘영남권과 서울 강남 3구 3선 이상 중진 용퇴 및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골자로 한 당 쇄신을 요구한 데 대해 처음으로 나온 공개 반발로 해석된다.
◆‘국회 개혁’ 목청 높이는 민주당… 李총리 등판론도 공식 제기
더불어민주당은 6일 국회에 계류 중인 청년기본법 등 민생법안 처리를 거론하며 “민생을 위하고, 정쟁의 대상이 아닌 법안임에도 길게는 1년 이상 처리를 못 하고 있다”고 국민소환제 도입 등 국회 개혁을 촉구했다. 당내에선 내년 총선을 대비해 이낙연 총리 ‘등판론’과 함께 주요 대권 후보를 중심으로 한 권역별 공동선대위원장론도 나온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불신임을 많이 받는 이유는 야당이 발목잡기를 했기 때문”이라며 “20대 국회 법안 통과율이 30%가 안 되고 제대로 청문 절차를 통해 장관들을 정상적으로 임명한 적이 거의 없다. 이런 국회를 그냥 둬선 안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인영 원내대표 역시 청년기본법, 유치원법, 소재·부품·장비산업 특별법, 소상공인지원기본법, 데이터3법 등이 길게는 1년 이상 처리되지 못하는 상황을 들며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원회 회의 개최를 우리 스스로 강제하는 국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당내 국회혁신특위 위원장인 박주민 최고위원은 구체적으로 △국민소환제 도입 △의사일정과 안건 결정 과정 자동화 및 의사일정 출석 강제화 △국회 윤리특위 강화 △의사일정 국민참여시스템 도입 등을 추진해 ‘일하는 국회’의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총리의 ‘등판론’도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비문(비문재인)’으로 분류되는 금태섭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치도 잘하고 당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실 수 있는 분”이라며 “나를 포함해 다들 당이 어려울 때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이 총리 역할론에 군불을 지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 회의에서 이 총리 이야기는 안 하지만, 의원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이야기를) 한다. 당 얼굴로 이 대표보다는 이 총리라는 말도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총리가 당에 돌아오는 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당내에선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을 각각 대표하는 김부겸·김영춘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검토하는 등 각 권역을 상징하는 대표 주자들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위촉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 무소속 손금주 의원은 이날 민주당에 또다시 입당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서 입당을 불허한 지 10개월 만이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다음 주 중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열어 입당 허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靑 “국민청원 최다 분야는 정치개혁”
“어떤 의견이든 국민들이 의견을 표출할 곳이 필요합니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청원이라도 장기적으로 법 제도를 개선할 때 참고가 될 것입니다.”
2017년 8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이 묻고 정부가 답한다’라는 취지로 국민청원 제도를 도입했다. 20만명 동의를 얻으면 정부가 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온 국민청원은 지난달 20일 기준으로 모두 68만9273건이 접수됐다. 20만명 동의를 얻은 청원은 124건. 정부는 120건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매주 1건 청원에 답한 셈이다. 청와대가 6일 발표한 국민청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가장 많이 청원한 분야는 정치개혁이지만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분야는 인권과 성평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청원을 17개 분야로 분류한 결과 정치개혁이 18%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얻었고 뒤를 이어 인권·성평등 10%, 안전·환경이 7%, 외교·통일·국방이 6%로 나타났다. 동의수별로 살펴보면 인권·성평등이 20%로 가장 많았고 정치개혁 12%, 안전·환경이 11% 순이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54%)이 여성(45.5%)보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더 많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인터넷 환경에 능숙한 18∼24세가 가장 많은 29.3%를 차지했고 65세 이상은 가장 낮은 5%로 집계됐다.
지난 9월 초 문 대통령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앞두고 대학생층(18~24세)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조 전 장관을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는 청원이 상위 10위 안에 꼽혔다. 그러나 대학생층에서는 이 청원이 10위 내에 들지 못했다. 대학생층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반응을 통해 임명 찬성 대열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청원 이용자의 소셜 로그인 순위를 보면 네이버가 가장 많은 65.8%를 차지했으며, 뒤를 이어 카카오톡 19%, 페이스북 11.8%, 트위터 3.4%였다.
장혜진·곽은산·안병수·최형창·김달중 기자 jangh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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