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나치협력자 청산

 

[중고] 프랑스의 나치협력자 청산

 

 

 

가혹한 반성, 새로운 국가 건설의 토대

 

친일파 청산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지속적인 관심사가 되어왔으나 실질적인 반성과 실천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치협력자들에 대한 가혹한 청산을 한 프랑스와는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프랑스 드골의 나치협력자 청산을 조망하면서 그가 어떻게 과거사를 정리하고 새로운 민주 국가 프랑스의 토대를 이룩하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프랑스의 예를 들어 우리에게 과거사를 반성하고 역사 청산을 속개할 것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제 1장에서는 프랑스가 나치독일에 패한 후의 정황과 드골의 숙청 시작, 파리 해방 이후 나치독일에 협력한 언론인의 숙청을 다루고 있다. 드골은 이미 알제의 민족해방 프랑스위원회(CFLN)시절 비시정권의 전 내무장관 퓌슈를 시작으로 나치협력자에 대한 숙청을 개시했다. 드골의 우파는 파리 해방 이후 공산당이 주를 이룬 레지스탕스단체와 협력해 거국 내각을 구성하고 우선적으로 ‘도덕과 윤리의 상징적 존재’ 언론인을 숙청했다. 아울러 저자는 당시 프랑스에서 벌어졌던 카뮈의 ‘정의론’과 모리악의 ‘관용론’ 논쟁을 소개하며 당시 프랑스의 숙청에 관한 여론을 전달하고 있다. 


 저자는 제 2장에서 비시정권의 국가원수 페탱, 민족주의 이론가 모라스, 비시정권의 총리 라발 등 거물급 나치협력자들과 나치협력 방송인들의 숙청재판을, 제 3장에서 숙청의 전국적 확산을 다루고 있다. 해방 후 전국 각지에서 분개한 군중들과 레지스탕스들의 인민재판이 횡횡하는 정국에서 드골은 ‘숙청은 사법부의 권위 아래에서 완수되어야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임의적 숙청을 배격하며 권위 있는 사법기관을 구축한다.

 

숙청재판소를 구비한 드골의 임시정부가 청산한 나치협력자는 사형이 선고된 나치협력자 6763명, 실제로 사형이 집행된 나치협력자가 782명, 징역형(강제노동형, 징역형, 금고형을 포함)을 선고받은 나치협력자는 89779명에 실제 징역형이 부과된 자는 3만 8천여 명에 이른다.(퀴드 연감, 2003)  형이 선고된 모든 나치협력자에게는 부역죄(국민자격 박탈)가 병과되었다. 


 제 4장에 저자의 관점이 잘 나타나있다. 드골은 새 사회는 새 사람들에 의해 이룩된다는 신념하에 시민들의 피선거권을 심사하는 원로심사위원회를 설치, 정치인의 자격을 엄격히 심사했다. 덕분에 해방 후 새로 선출된 국회위원과 각료들 거의 모두가 정치 신인들로 구성되었고 프랑스 정계는 민족반역자를 찾아볼 수 없는 민주적 정치인들로 교체 되었다.

 

저자는 이승만 정권과 이 사실을 비교하면서 미군정이 일제의 관료들을 재등용, 이를 이승만 정권이 계승해 친일파가 득세하고 정치판에 기회주의,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저자는 새 사회 건설을 위한 드골의 과거사 청산 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저자는 프랑스가 공소 시효가 없는 ‘반인도적 범죄 법’(1946년 2월 13일 유엔결의안으로 채택, 모든 나라들에 확대 적용될 수 있는 국제법으로 규정. 시효에 소멸되지 않는 법.) 으로 아직까지도 나치협력자를 처벌하는 사례를 들어 이 법을 친일파 청산의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도입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 책은 친일파 청산이 아직 주요한 과제로 남아있는 우리나라에 하나의 전례를 제시하고 역사를 돌아볼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다만 저자는 프랑스와 우리나라를 비교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비교란 다른 조건이 동일해야만 성립될 수 있다. 당시 한국은 전근대사회에서 바로 식민지배를 받게 되어 독립 후 제대로 된 인적자원이 많지 않았다.

 

또한 프랑스가 4년간 지배받은 것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36년간 지배를 받았고 36년의 시간은 다수의 사람이 독립의 의지를 잃고 지배자에게 기대기 충분한 시간이다. 프랑스의 숙청은 프랑스라는 조건에서 이룩된 결과이고 그것을 해방 직후 우리나라와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프랑스의 숙청이 하나의 교과서로서 우리에게 읽힐 수는 있다. 저자가 소개한 드골이 과거사를 정리한 방식은 과격하지만 새 프랑스를 만들기 위한 가혹한 자기반성의 의지를 읽어낼 수 있다.

 

 즉, 저자는 드골의 과거사 청산 사례를 통해 과거사를 제대로 정리해야만 건전한 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는 메세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살펴보는 계기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건전한 사회를 건설하라는 하나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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