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1인당 GDP 대비 선진국보다 많다”… 국회의원 세비 인상 논란

정부 3.8% 인상률 발표에 비판여론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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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세비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획재정부가 세비 인상 방침을 발표하자 즉시 비판여론이 들끓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쟁에 빠져 151일간이나 ‘입법 제로 국회’를 지속했던 의원들에게 왜 세비를 올려주느냐는 것이었다.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국회의원들은 불필요한 세비 인상 논쟁이 정치 불신만 더 부추긴다며 불만이 가득하다. 여야는 당내 혁신위원회의 입을 빌려 세비 인상 반대 방침을 밝힌 상태다.

◇‘셀프 인상’ 안돼…국민 결재 받아야=정부가 제시한 세비 인상률(3.8%)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과 같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선출직인 국회의원을 일반 공무원과 동일시해 급여까지 맞추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세월호 정쟁’ 이후 단 한 건의 입법 활동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의원들이 ‘일도 안 하고 월급을 올려 받게’ 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세비 인상은 철저히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해야 한다”며 “국회의원이 공무원이었다면 이번은 인상이 아니라 견책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국회의원의 세비 증가율이 매우 가파르고, 외국에 비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의원 세비는 2001년에 5545만원이었다. 만약 내년 세비가 3.8% 인상될 경우 1억4320만원이 돼 15년 사이 3배 가까이 상승하게 된다.

올해 세비(1억3796만원)의 경우 미국 하원(1억9488만원), 일본 중의원(2억3698만원), 독일 하원(1억4754만원)에 비해 적은 듯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진국 국회의원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2∼3배 수준의 세비를 받지만 우리나라는 5배 정도를 받는다”며 “절대금액만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의원들 스스로 세비 액수와 인상 폭, 수당 항목 및 금액을 심사·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셀프 고액연봉’이라는 비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연합은 외부인사 중심의 ‘세비산정위원회’ 설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여야는 국회 장기 파행에 따른 책임과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이유로 세비 인상에 대한 반대 방침을 내놨다. 새누리당 보수혁신특위는 지난 3일,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는 6일 이런 입장을 천명했다.

◇정치인 비난용은 안 돼=정작 세비 동결을 선언했지만 정치권의 속내는 꼭 그런 건 아니다. 국회 사무처는 의원들을 대신해 반론을 제기한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회의원 세비가 3년간 동결됐고,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인상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5년 동안 인상보다 동결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또 의원경비를 적절한 비교 없이 무조건 ‘과다’ ‘낭비’로 폄하하는 것은 더 큰 정치 불신을 야기한다는 반박도 제기하고 있다. 일반 국민의 정치인 불신이 과도하게 세비 문제에 투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가상준 단국대 정외과 교수는 “국회의원 급여가 일반 국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건 사실이지만 입법기관으로서 일정 수준의 대우를 해줘야 한다”며 “정치인에 대한 비판과 혁신 요구는 세비가 아니라 의정활동 분야에 집중돼야 한다”고 했다.

세비가 적정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현실적으로 ‘검은 돈’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후원금 모금한도 및 방식이 제한돼 있고 출판기념회를 통한 모금도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정치인에게 돈줄을 죄면 불법 정치자금이 활개를 치거나 아예 돈 있는 사람들만 정치를 하게 될 것이란 우려다.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재정 형편이 좋지 못한 의원들은 세비 동결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여론이 나쁘니 어쩔 수 없지 않으냐”고 토로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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