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도 주필
- 승인 2019.09.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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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급등 최대 피해국은 한국
‘北 드론’에 무방비 한국, '발등의 불'
우리 기간시설은 안전한가...비상대책 보완해야
경제 위기 속 중동發 정세 격동
경각심 일깨운 사우디 테러 수단
해외 악재 사태 장기화 대비하라
글로벌 복합불황, 경제낙관론 펼 때인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사우디 핵심 석유 시설 두 곳에 대한 최근의 '무인기(드론) 공격' 사태는 최대 원유 수입국인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 강한 비상등을 울리고 있다.
세계가 드론을 악용한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최대 원유수출국이자 한국의 최대 원유공급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석유 시설이 드론 폭격을 받은 것이다. 이 공격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아브카이크 원유처리시설과 사우디에서 두번째로 큰 쿠라이스유전이 불바다로 변했다.
미·중에 이어 세계 3위 군사비 지출국 (지난해 676억 달러)인 사우디가 드론 테러에 심장부를 공격당한 셈이다. 사우디의 하루 원유생산량이 절반으로 떨어졌고, 미·중 경제 전쟁 등으로 침체 국면인 글로벌 경제가 새로운 오일 쇼크까지 우려할 지경이 됐다.
이번 사건은 드론 테러가 국제정치 전면에 부상한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특히,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유전이 저가(低價)의 무인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점에 시장은 주목한다. 이와 비슷한 일이 앞으로도 얼마든지 되풀이될 수 있는 탓이다.
적국이나 테러집단이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드론을 이용해 상대의 핵심시설이나 인명을 타격하는 ‘드론 테러’가 이제 현실화 됐다.
한국경제 피로감 최고
파장이 심상치 않다. 이번 사우디 드론 폭격 피해는 석유업계에 ‘9·11테러’와 맞먹는 타격을 가해 1973년, 1978년에 이은 ‘3차 오일쇼크’로 비화할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제기된다.
하루 570만배럴의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됐다. 사우디 하루 산유량의 절반, 세계 산유량의 5%가량에 해당한다.
원유 시장의 수급 불균형으로 유가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국제 공급망 교란과 수요 위축으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커지는 세계 경제에 고유가 충격이 가세한 셈이다.
당장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아시아 국가들이다. 그중에도 한국의 피로감이 단연 최고다. '오일쇼크' 공포가 한국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원유 수입량의 30%를 사우디에 의존하는데다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급등은 기업의 원가부담을 가중시켜 물가를 들썩이게 하고, 생산과 수출, 소비도 덩달아 위축시킨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경제전쟁 등 대형악재가 꼬리를 물어 우리 경제가 침체에 허덕이는 판에, 이번 ‘드론 테러’ 사태는 저성장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촉발시킬 수 있다.
국가 안보에도 큰 경종(警鐘)
이 ‘드론 테러’ 사건 자체가 한국 국가 안보에 주는 의미와 충격도 심대하다.
이번 ‘드론 테러’는 우리나라엔 ‘발등에 떨어진 불’ 격이다. 한국은 각종 무인기 1000여 대(2017년 통일연구원 추정)를 실전 배치 중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번 테러 배후로 지목한 이란과 북한의 ‘무기 커넥션’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양국은 미사일 등 주요 무기 개발 과정에서 협력해 왔기에, 이란이 첨단 공격용 무인기 기술을 북한과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드론 공격 가능성을 항상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국가안보 면에서도 이번 사태가 주는 경각심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국제경제적 파장과 별개로 한국 안보에도 실로 심각한 경종(警鐘)을 울린다. 북한-이란 불법 무기 커넥션을 고려할 때, 결코 사우디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란이 핵·미사일은 물론 주요 무기 개발에서 북한과 협력해온 나라라는 점에서 드론 개발 및 공격 가능성에서도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 당장 중요한 것은 이런 정치적 배경보다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것이다.
한국은 전체 원유의 30% 안팎을 사우디에서 들여온다. 최대 수입국의 석유 시설 심장부가 마비된 상황인 데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이니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개연성이 크다. 전망은 더 어둡다. 사태가 악화일로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 전모와 앞으로의 추이 전망, 그리고 과제를 짚어본다.
'신종(新種) 테러'에 고심...배후로 이란 지목
지난 14일 새벽(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핵심 석유시설 2곳을 드론으로 공격한 것은 이란과 긴밀한 관계인 예멘 반군이다.
예멘의 후티반군은 “10대의 드론으로 타격에 성공했으며, 앞으로 공격 대상을 더 늘리겠다”고 주장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최대 산유국이자 미국의 최우방인 사우디의 핵심 시설이 테러단체의 드론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다니, 중동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 신종 테러에 고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예멘 반군의 이번 무인기 ‘삼마드-1’은 대당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 안팎이면 제작이 가능한 저가 무인기란 소식이다. 이처럼 ‘간단한’ 저가 드론 몇 대의 공격으로 사우디의 국가 핵심 시설이 마비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드론 공격과 함께 온라인 해킹 등 사이버전까지 병행된다면 그 파괴력은 훨씬 클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 공격을 받은 아브카이크 단지는 사우디 동부에 몰려 있는 유전에서 생산하는 원유를 탈황·정제해 수출하는 곳으로, 하루 처리량이 700만 배럴에 달하는 글로벌 원유공급의 심장부로 비유되는 곳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범인이 누군지 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며 “우리는 검증(결과)에 따라 장전 완료된 상태”라고 군사공격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긴장을 완화하자는 요청에도 이란이 세계 원유 공급망을 겨냥해 전례 없는 공격을 저질렀다"며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이란에 적대적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경질로 이란 핵협정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는 이번 공격으로 완전히 허물어지고 말았다.
오히려 미국이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지역 산유국의 석유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이란을 군사적으로 강도 높게 압박할 공산이 크다. 이에 맞서 이란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세계 석유 수송에 막대한 지장을 주게 되고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석유의 72%를 들여오는 한국으로서는 더욱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원유 수급 불안 타격
이번 사태는 국제 원유 시장을 수급 불안으로 크게 출렁이게 하고 있다.
하루에 1천만 배럴가량을 생산하는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이 반 토막 난 것이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 기준으로도 5% 정도라고 하니 국제 유가 폭등은 당분간 불을 보듯 뻔하다. 생산 차질이 5%를 넘어선 경우는 2002년 11월 베네수엘라 총파업 사태뿐이다.
국제 원유시장에서 장 초반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20% 가까이 치솟았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격도 10% 이상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 비축유 방출을 승인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자칫 복구가 늦어지거나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감이 고조되면 가뜩이나 불투명한 글로벌 경기가 더 둔화할 수 있다. 무인기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된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전 설비가 회복되기까지 최장 몇 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물론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한 조치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우디는 “시설 가동 중단 동안 비축유로 공급 부족분을 채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원유 수급엔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미국도 전략 비축유의 방출을 승인했고, 미국내 허가 과정에 있는 송유관 승인을 신속히 처리해 국내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언제나 돼야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과 국제 유가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올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최대 수입국 한국 피해
최대 원유 수입국인 한국의 피해는 어떤가. 한국은 하루 300만 배럴 정도의 원유를 들여와 정제한 뒤 자체 소비하고 나머지는 수출한다. 국제 유가가 뛰면 석유류 제품의 생산단가가 오르고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에틸렌 등 기초유분 가격도 덩달아 올라 물가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석유화학 제품과 석유제품의 수출량을 합치면 968억2천만달러(2017년 기준)로 반도체 다음으로 수출량이 많다. 따라서, 이번 사우디 '드론 테러'는, 활력을 잃어 가고 있는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만만찮아 보인다.
즉, 국제유가 상승은 에너지값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은 원가부담에 생산을 축소하고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수요 측면에서는 수입품·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가 최종 구매하는 재화 가격도 덩달아 올라 가계 소비 위축 현상을 몰고 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 산업이다. 유럽은 북해유전의 생산량을 늘릴수도 있는데다 프랑스의 원자력, 독일의 에너지절약기술개발 등으로 에너지 원자재의 자립을 이뤘다. 미국은 원자력 발전이 충분한데다 심지어 자국내 셰일가스 대박으로 이제는 석유 수출국이다. 두 곳 모두 OPEC 등 중동국가에 에너지원을 의존할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에너지의 원자재 의존도가 95% 이상이다. 그나마 탈원전 정책으로 국제 유가상승의 타격을 더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무역전쟁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 후퇴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위기가 진행 중인 가운데 독일 등의 지표 악화로 유럽이 금리인하에 들어간 상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본 경제보복 여파까지 겹쳐 수출과 투자, 소비 등 거시경제 전반이 살얼음판 위를 걷는 상황이다. 일각의 우려대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가면 하반기 경기 반전의 기대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정유업계와의 긴급회의에서 “당장 원유수급에 차질이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했지만 안심할 때가 아니다. 우리는 한 해 원유 수입량의 30%가량을 사우디에서, 80%가량을 중동에서 들여온다. 중동에서 대규모 군사충돌이 벌어진다면 에너지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더 다급한 처지에 몰릴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원유 피해 대책
정부와 업계는 글로벌 원유 수급 상황과 가격을 면밀히 모니터하며 잠재적 피해 최소화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국내 유가는 유류세 인하 종료에 따라 지난달 말 L당 1,400원대 후반이었던 게 최근 1,525원까지 상승한 상태여서 추가 상승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상황 전개에 따라 원유 수입선 다변화, 국내 유가 상승 부담 완화책 등 유가 대책 전반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사우디 등이 비축량을 풀겠다고 하지만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비축량 자체가 턱없이 적다. 원유 수입량의 대부분을 중동에서 수입하는 것도 대체 수입선 확보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사우디는 물론 우리 비축 물량까지 풀면 당분간은 괜찮겠지만, 시설복구가 장기화할 경우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장 원유 수급에 차질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국내 비축유를 풀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현재 정부는 석달치 원유를 예비용으로 갖고 있다. 한국행 원유의 주수송로는 호르무즈해협을 거친다. 이곳에 우리 군함을 보내 유조선을 보호하는 방안도 더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중동 정세 불안과 복합불황
사실, 중동 정세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사우디는 친사우디 정부를 지원하려 2015년 예멘 내전에 개입했다. 그러나 후티 반군의 저항도 만만찮다. 지금 예멘 사태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더 크게는 미국과 이란이 싸우고 있다.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을 파기했다. 올여름엔 상대국 드론을 서로 격추하는 등 두 나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우리는 (사우디 유전 폭격을 둘러싼) 검증에 따라 장전이 완료된 상태"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런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은 앞으로 세계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마이너스인 금리를 더 낮추고, 시중에 돈을 더 푸는 양적 완화라는 두 가지 카드를 동시에 꺼내들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불황 가능성이 이전보다 증가했고, 경기 약세가 예상보다 오래갈 것”이라며 특단의 조치에 대한 배경 설명을 했다. 원유 수급과 가격 불안이 돌발적 악재라면 글로벌 경기침체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중장기적인 숙제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경제는 곳곳에서 악재가 터지며 각국의 동반침체를 의미하는 ‘R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인 미국 경제에는 이미 장단기 금리 역전이라는 불길한 징조가 나타났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12월 중단했던 양적완화를 재가동하며 돈 풀기에 나설 채비다.
지금 세계 경제는 복합불황의 고유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초래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가 제조업 실적 악화와 소비재 가격 상승을 부르고, 이것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미·중과 더불어 세계 경제 3대 축인 유럽도 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단기에 끝날 성격이 아니라는 점에서 복합불황의 터널은 상상 이상으로 길어질 수 있다. 1년 반 가까이 진행돼온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한국은 복합불황에 가장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경제성장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르고 대중(對中) 수출 비중이 전체의 25%에 달하는 한국 경제는 이미 미·중 무역갈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도 겹쳤다. 내수가 위축되면서 경기는 더욱 가라앉고 있다. 이 와중에 고유가 충격까지 받으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2%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체질 개선 계기로
이렇게 해외발 악재가 줄을 잇는데 정부는 막연한 낙관론을 부추기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안팎의 위기 요인에 무감각한 안이한 분위기가 경제현장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한국 조선업 수주 4개월 연속 세계 1위’라는 자료를 내놓으며 조선시장이 호황을 맞은 것처럼 부풀리자, 현장 노조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악 상황에 대비해 치밀한 대응전략을 짜도 부족할 판에, 정부가 오히려 위기대응력을 떨어뜨리는 한가한 발언과 대처를 하니 걱정스럽다.
지금 우리 경제에 가장 급한 것은 수출 감소를 막는 것이고, 그러려면 제조업의 짐을 늘려서는 안 된다.
소득주도성장은 제조업의 비용 부담을 늘렸고, 그 결과 제조업 일자리는 줄어 들었다. 당장 고통스럽더라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불황을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는 것이 올바른 경제정책 방향이다. 이번 중동의 '드론 테러' 경제파장도 그렇게 극복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위협적 존재 '북한 드론'
이번 '드론 사태'를 군사적 측면에서 살펴 볼 필요도 있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구축한 미사일 방어망 등 기존 방어체계는 이번 드론 공격에 무용지물이었다. 사우디는 지난해 군사비로 미국과 중국에 이은 676억 달러를 지출했다. 그런데도 이번 드론 공격을 막지 못했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북한은 최근 핵과 중장거리 미사일 등 전략 무기뿐 아니라 사이버전, 전자전, 무인기 등 새로운 비대칭 전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북한의 드론 침공을 심심찮게 겪어 온 우리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탈북단체는 북한이 핵무기 탑재용 드론까지 개발했다고 공포를 부추긴다. 확인된 바가 없더라도 경계는 강화해야 한다.
사실, 북한이 공군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비대칭 전력’으로 배치한 소형 무인기는 우리 군이 마땅한 대응수단을 찾지 못할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다.
북한 드론이 한국 전역을 휘젓다시피 다닌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4년엔 파주, 삼척, 백령도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에서 군사시설들과 청와대 상공 촬영 영상이 나와 충격을 줬고, 2016년엔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를 촬영한 북한 드론도 발견됐다. 지난 8월엔 1급 국가 보안시설인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일대에도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괴(怪)드론이 출몰했다. 북한이 무인기에 화생방 무기를 탑재해 공격하면 그 피해는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 폭발물 또는 화학 무기를 장착한 북한 무인기가 국가 주요 기간시설을 공격한다고 가정해보라. 순식간에 나라가 마비될 수 있다.
北 사이버 공격도 ... 방공 시스템 보강 시급
우리 군은 북한의 또 다른 비대칭 전력인 사이버 공격에도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의 해킹도 고도화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공개한 북한 해커조직 ‘안다리엘’은 2016년 한국 국방부 장관실 컴퓨터를 해킹해 ‘한·미 연합작전계획 5015’ 등의 극비 군 정보를 빼내갔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최악의 군기밀 해킹사건으로 꼽힌다.
미 재무부는 ‘안다리엘’이라는 북한 해킹그룹을 제재한다고 지난 13일 발표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9·19 군사합의를 통해 군사분계선 일대의 경계 태세를 더 약화시켰다. 북한은 드론과 해킹 등을 동원해 ‘하이브리드 전쟁’에 나서고 있는데, 한국은 무방비나 다름없다.
한국의 방비 측면에서 보면, 북한-이란 불법무기 커넥션을 고려할 때 이번 사건은 더욱 심각하다. 이란이 핵·미사일은 물론 주요 무기 개발에서 북한과 협력해 왔다는 점에서 드론 개발도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군의 레이더로는 크기 3m 이하 물체 식별이 어렵다. 북한의 드론 공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만큼, 드론 방공 시스템 점검과 보강이 시급하다. 사이버전 등 북한의 다른 비대칭 전력 강화에 대해서도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부와 군은 5년 전부터 드론 테러를 방어하는 탐지 레이더를 청와대 등 핵심 방어시설에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드론봇전투단을 출범시켜 테러 및 전시 상황 등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군은 무인기를 정밀타격할 수 있는 레이저 대공 무기가 아직 기술연구 단계에 머물고 있다. 올해 이스라엘에서 드론 방어용 탐지 레이더를 수입해 오기도 했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자체 방어 역량 개발과 함께 선진 장비 수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드론과 각종 공격용 무기가 계속 소형화ㆍ첨단화되고 있는 만큼, 첨단 레이더와 요격 시스템 구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우리 자체의 기술력과 군사력으로 예방과 억지가 가능할 수준의 능력을 신속히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 - 대책 마련 만전을
중동발 악재 등 대내외 적색경고등이 잇따라 켜지는 지금은, 긴장의 끈을 결코 놓아서는 안 될 때다.
정부도 비상대책을 점검하고 변화된 상황에 맞춰 가다듬어야 한다. 석유 수급 실태, 외환안전망 등을 면밀히 검토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을 정비해야 한다.
미국 등 강대국이 드론을 군사무기화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것이 테러에 이용될 때 얼마나 가공할 결과를 가져오는지 이번 사건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테러 진입 문턱과 비용이 혁명적으로 낮아지는 것을 의미하고, 그에 비례해 문명 세계가 치러야 할 희생은 커질 것임을 예고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먹구름인 상황에서, 국제 유가까지 치솟으면 기업과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결국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정부와 기업은 이번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와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파에 철저히 대비해야 마땅하다. 국제정세와 원유수급 상황을 면밀히 파악, 대체수입선 확보와 시나리오별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보호무역주의와 글로벌 경기침체는 어차피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금리 인하, 재정 확대 등 단기 처방과 함께 우리 경제의 체질 강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정부 출범 전에 글로벌 경제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수립한 현재의 경제정책 기조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인기에 하늘이 뚫리고 해킹에 사이버 안보가 뚫리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도 안 된다. 레이더와 방공시스템을 촘촘히 구축하고, 사이버전 역량을 강화하는 대책도 시급하다. ‘9·19 남북 군사합의’ 등의 여파로 이완된 군의 기강을 다시 바로세워, 유사시를 대비한 경계태세도 재확립해야만 할 것이다. 유비무환의 자세만이 테러를 막을 수 있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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