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10년만에 주는데 예산은 44조 늘려…나라곳간 어쩌나

총선 앞두고 이례적 팽창예산
예산 증가율 2년 연속 9%대
2023년엔 `600조 시대` 진입

내년 나랏빚 800조 첫 돌파
"국가채무비율 40% 아래지만
공기관·지자체 포함땐 위험"

  • 문재용 기자
  • 입력 : 2019.08.29 17:52:53   수정 : 2019.08.29 20: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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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514조 超슈퍼예산 / 재정건전성 빨간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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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3년에는 지출 규모가 600조원을 돌파하는 대대적인 재정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세입 여건 악화에 따른 재원 부족이 겹쳐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금융위기 시절에나 경험한 최악의 재정적자·국가부채 수준을 맞이할 전망이다. 더욱이 일시적인 경기 대응을 위해 재정을 늘린다는 정부 설명과 달리 연금·보험 등 향후 지출 절감이 어려운 의무지출 비중이 상당해 재정건전성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2020년도 예산안을 이례적인 재정팽창예산으로 구성한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청와대·여당 의중도 일부 반영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지출 구조조정보단 선심성 예산 추가 편성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정부가 29일 발표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이 기간 정부의 재정지출은 연평균 6.9% 증가해 2023년에는 604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도 예산은 400조5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정권 3년 만인 2020년에 500조원을 돌파하고, 그로부터 2년 후에 600조원을 넘게 되는 셈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국내 경기지표 부진 속에 하방 리스크까지 커졌다"며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 수행이 긴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출 확대로 인해 정부의 재정건전성 지표 악화는 불가피하다. 중앙정부 재정에서 국민연금·사학연금 등 장기적인 자금 수입·지출을 뺀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올해 37조6000억원에서 2023년 90조2000억원으로 증가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 1.9%에서 내년 3.6%를 거쳐 2023년 3.9%로 확대된다. 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3.0%를 훌쩍 넘기는 수치다. 한국 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를 넘기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부족한 재원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는 탓에 국가채무는 2019년 740조8000억원에서 2023년 1061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4년 뒤부터 나랏빚 1000조원 시대가 시작되는 셈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아직 재정건전성이 괜찮다고 설명하지만, 이런 예산 투입이 산업 경쟁력 확보와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지출 규모는 끝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1990년대 재정지출 확대를 시작한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의 부채비율을 갖게 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각종 공공기관 부채를 합치면 정부 채무 부담이 지금도 전혀 작은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가채무비율이 40% 미만이라고 하지만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기업·가계부채를 모두 합하면 200%를 초과한다. 이런 부채도 직간접적으로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의 재정건전성 지표에 일제히 경고등이 켜진 것은 올해 세수 여건이 급격히 악화된 영향도 크다. 이번 예산안을 통해 정부가 밝힌 2020년도 국세수입은 292조원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할 전망(본예산 기준)이다.
 
지난해 발표한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의 2020년 국세수입 전망인 312조7000억원보다는 20조원가량 감소한 수치다. 올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고, 지방분권을 강화하기 위해 부가가치세 수입의 5%를 지방으로 이양한 결과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성장률이 갈수록 둔화되는 국면이어서 향후 세수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 지출을 급격히 늘리면 미래 세대에는 지금 느끼는 것 이상의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 예산안을 보고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 활성화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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