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NOW] 요즘 선수들, 경기 끝나면 '유튜버'

조선일보
입력 2019.06.29 03:01

은퇴한 '레전드' 선수들의 뒷이야기 창구였던 유튜브
이젠 현역들도 채널 만들어 활동

"아, 저 형 또 유튜브 동영상 찍는 거 아니야?"

한국 축구대표팀과 이란의 친선 경기가 열린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지난 11년간 대표팀 붙박이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구자철(30·아우크스부르크)이 양복 차림으로 라커룸에 들어서자 상의를 탈의하고 있던 미드필더 이재성(27·홀슈타인 킬)이 "동영상 찍지 마라"며 웃었다. 구자철이 지난 1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슛별은 나의 친구'에 올린 동영상 장면이다.

 

'월드 스타' 손흥민(27·토트넘)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구자철에게 "아, 유튜브 진짜 하지 마요"라면서도 카메라를 향해 "자철이 형 유튜브 많이 구독해달라"고 대신 홍보하기도 했다. 이 동영상 조회 수는 32만 뷰를 넘겼다.

구자철은 지난 5월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그가 유창한 독일어로 바이에른 뮌헨 구단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물론 지인들과 TV로 축구 경기를 보는 소소한 일상도 동영상으로 올라와 있다. 구독자 수는 4만6000여 명. 50만~100만명에 육박하는 '파워 유튜버'에 훨씬 못 미치지만, 개설한 지 한 달 정도 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세가 매우 가파르다.

그동안 유튜브 채널은 은퇴 이후 인생 2막을 시작하는 '레전드' 선수들이 현역 시절 재미있는 일화와 뒷이야기를 해주며 팬들과 편안하게 소통하는 창구였다. K리그 최다 출전 기록(706경기) 보유자인 김병지(49) 전 골키퍼의 '꽁병지TV'(구독자 29만명), 프로야구 통산 103승을 올리고 2015년 은퇴한 박명환(42) 전 투수의 '야구TV'(구독자 4만6000명)가 대표적이다. 박명환은 "인생을 통틀어 보면 선수 시절은 반짝 빛나고 마는 매우 짧은 시기"라며 "유튜브를 하면 팬들에게서 잊히지 않고 자신의 분야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역 선수들은 은퇴 선수와는 달리 '노하우 전수', 'SNS를 통한 자기만족' 등의 이유로 이 유튜버 '투잡(two job)'을 뛴다. 울산 현대 미드필더 김보경(30)의 유튜브 채널 'KBK Football TV'는 '실속 정보'가 테마다. 다른 선수들이 유명 동료 선수들을 등장시켜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과 달리 해외 리그에서 익힌 자신만의 훈련법, 멘털 관리법 등의 '노하우' 위주로 동영상을 올린다. 일반 네티즌보다 중·고교 선수 등 축구인들 사이에서 좋은 호응을 얻었다. 구독자 수는 9300여 명. 김보경은 "스태프 고용, 영상 편집 등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지출을 하는 이유는 오직 축구 꿈나무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주기 위해서"라며 "채널이 큰 인기를 끌지 못해도 어린 선수들에게 도움이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말했다.

프로야구 두산과 롯데에서 뛰다 작년 호주 리그로 건너간 최준석(36)은 '재미'와 '웃음'을 추구한다. 지난 4월 개설한 '최준석의 세컨 라운드'의 현재 구독자 수는 2만여 명. 키 187㎝, 몸무게 130㎏의 육중한 체구를 지닌 그가 소고기를 맛있게 구워 먹는 '먹방(먹는 방송)' 동영상은 조회 수 10만 뷰를 넘겼고, 롯데 출신 외야수 박헌도(32)와 함께한 '스크린 야구' 대결은 30만명이 넘게 봤다. 최준석은 "팬들의 반응을 보고 소통하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캐나다 출신 롯데 투수 다익손(25 )이 지난 16일 시작한 '엑스트라 이닝'은 구독자 4500명을 넘었다. 다익손이 한국에서 먹어 본 과자와 간식거리를 외국인들에게 소개하는 영상이 조회 수 3만 회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2012 런던올림픽 유도 동메달리스트 조준호(31)가 지도자의 길을 걸으면서 쌍둥이 형제 준현씨와 작년 4월 문을 연 '한판TV'는 구독자 4만8000여 명에 달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9/20190629002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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