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공연, 5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블랙핑크의 공연,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열린 엑소의 공연, 3월3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트와이스의 공연. 그래픽 이정윤 기자 bbool@hani.co.kr, 사진 빅히트·와이지(YG)·에스엠(SM)·제이와이피(JYP) 엔터테인먼트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공연, 5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블랙핑크의 공연,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열린 엑소의 공연, 3월3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트와이스의 공연. 그래픽 이정윤 기자 bbool@hani.co.kr, 사진 빅히트·와이지(YG)·에스엠(SM)·제이와이피(JYP) 엔터테인먼트 제공
[토요판] 커버스토리
케이팝 글로벌 인기 원인은?

방탄소년단 빌보드 수상으로
북미시장에서의 인기 확인
블랙핑크 등도 유망주 떠올라
아시아 시장 넘어 전세계 인기

미국, 유럽, 아시아의 10대들
커버댄스 추고 한국어 공부
“케이팝이라면 일단 보러 가”
스페인에선 케이팝 소재 소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발전 덕에
주류미디어 외면해도 확산 가능
‘리액션’ ‘해석’ ‘커버댄스’ ‘번역’ 등
팬이 만든 콘텐츠, 새 팬 끌어들여

케이팝=아이돌 댄스뮤직
기획사 주도 탓 획일화는 문제
미국 버지니아주 매클레인에 사는 고등학생 몰리 뉴오(16)는 다음 학기부터 한국어를 배울 생각이다. 지난해 여름, 집 근처 공원에서 또래들이 케이팝 커버 댄스(아이돌그룹의 춤을 그대로 따라 추는 것)를 하는 것을 보고 케이팝에 처음 관심이 생겼다. 그 뒤 유튜브에서 방탄소년단의 영상을 본 뒤에는 본격적으로 ‘아미’(방탄소년단의 팬클럽)가 됐다. 방탄의 굿즈(티셔츠, 문구 등 관련 상품)를 사고 콘서트에 갔다. 노트북에는 방탄의 스티커가 빼곡하다. 케이팝에 대한 관심은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몰리는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를 좀더 잘 이해하고 싶어 다음 학기에 한국어를 언어과목으로 선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어 수업은 이웃 학교에만 개설돼 있어 수업 때마다 이동해야 하지만 그 정도 번거로움은 감수할 생각이다. 몰리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황지원(16)양은 “좋아하는 정도는 다르지만 방탄을 모르는 친구들은 거의 없다”며 “미국에서 방탄의 인지도와 인기가 점점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 근교 샤트네말라브리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카푸신(16)은 4인조 여성 아이돌그룹 블랙핑크의 팬이다. 블랙핑크 때문에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 같은 한국 드라마도 즐겨 보게 됐다. 카푸신은 “블랙핑크는 프랑스나 미국의 유행음악과 스타일이 달라서 좋다. 특히 여성성을 다르게 표현하는 게 끌린다. 좀 더 독립적인 여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친구들 중에 케이팝 팬도 많고 점심시간에 케이팝 댄스 연습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케이팝(K-pop, 한국의 대중음악)의 인기가 글로벌 현상이 되고 있다. 2000년대 초 중국, 일본, 타이 등 동아시아에서 시작해 2010년대 유럽, 남미 등으로 확대됐고 최근 1~2년 사이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북미 시장까지 ‘점령’하고 있다. 이제 세계 어디서든 케이팝 팬을 발견할 수 있고, 케이팝에 맞춰 춤을 추는 이들을 볼 수 있다.

 

특히 10~20대에서 케이팝은 ‘힙’(hip·유행을 선도하고 신선하다는 뜻의 은어)한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 모든 음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 문화콘텐츠를 자발적·적극적으로 향유하는 문화소비층의 변화, 국적·민족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제트(Z)세대의 등장 등이 케이팝 인기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인기가 있는 게 맞아?”
방탄소년단은 지난 2일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 시상식에서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가수로는 처음으로 ‘톱 듀오/그룹’ 부문을 수상하며 케이팝의 역사를 새로 썼다. 또 방탄소년단은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3년 연속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의 수상에 가렸지만,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후보 다섯 팀 중 세 팀(방탄소년단, 엑소, 갓세븐)이 케이팝 그룹이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많은 한국인이 여전히 케이팝 그룹들의 이런 ‘활약’에 대해 “정말 인기가 있는 게 맞아?” “반짝 인기 아닐까?” “도대체 왜 인기가 있지?” 등 반신반의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아시아권이라면 모르겠지만 이른바 ‘팝의 본고장’인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케이팝이 인기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하지만 케이팝의 인기는 한국에 사는 한국인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지난 1월 미국 뉴저지에서는 남성 듀오 아이돌 엠엑스엠(MXM)의 공연이 열렸다. 이 공연의 가격은 199달러(약 23만원)로 팬사인회, 가수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벤트가 포함돼 있다. 엠엑스엠은 한국에서도 아직 큰 인기가 있는 아이돌은 아니다.

 

하지만 수백명 규모의 공연장은 노래를 따라 부르고 응원법까지 외워 온 외국인 팬으로 가득 찼다. 당시 이 공연을 보러 간 공나현(33)씨는 “미국의 케이팝 팬들은 자기가 그 그룹이나 가수의 열혈 팬이 아니더라도, 케이팝 자체가 좋아서 보러 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홍콩에 살고 있는 인도 출신 중학생 프렉샤 두가르(13)는 블랙핑크 팬이다. 지난 1월26일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에서 열린 블랙핑크의 공연에 간 프렉샤는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노래의 가사를 한국어로 따라 불렀다. 프렉샤는 “유튜브에서 본 블랙핑크가 정말 멋져서 팬이 됐다. 블랙핑크 노래는 랩까지 가사를 다 외우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스페인에서는 케이팝을 소재로 한 청소년 소설이 출간됐다. 작가 실비아 알리아가와 타티아나 마르코가 쓴 <데 세울 알 시엘로>(De se?l al cielo: 서울에서 하늘까지)이다.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팬인 주인공이 서울로 와 꿈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케이팝의 인기는 한국에 대한 호감과 한국어 배우기 붐으로 이어진다. 한국에서 미국 동부 버지니아에 간 지 넉달이 된 초등학생 김아무개(12)양은 방탄소년단 덕분에 학교에 금세 적응했다. 아미로 활동한 덕분에 같은 아미인 미국인 친구와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방탄소년단이 사는 한국에서 왔다”며 잘해주는 친구도 있었다.

 

김양은 “아빠가 공부 열심히 하면 아미 응원봉 등 굿즈를 사준다고 약속했다고 하니, 친구들이 한목소리로 ‘방해하지 않을 테니 빨리 공부하라’고 재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홍콩대학교 부속 평생교육기관(HKUSPACE)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하고 있는 박세준씨는 “2013년께부터 한국어 배우기 붐이 일어났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가수 비와 드라마 <대장금>의 인기를 시작으로 슈퍼주니어, 싸이, 엑소, 방탄소년단 순으로 팬층이 단단해졌다”며 “특히 10~20대가 케이팝에 관심이 많고, 케이팝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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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산업’이 된 케이팝

케이팝은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그 규모가 만만치 않다. 빌보드 시상식 이후 방탄소년단은 지난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로즈볼 스타디움 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7월까지 이어질 전세계 8개 도시(16회 공연) 투어를 시작했다. 모두 5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이다. 한국 가수가 5만명 이상 규모로만 월드투어를 진행하는 건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블랙핑크도 방탄소년단을 이을 ‘유망주’로 떠올랐다. 블랙핑크가 지난달 7일 발표한 ‘킬 디스 러브’는 세계 양대 음악 시장인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핫100과 빌보드200)와 영국 오피셜 차트(싱글 톱100)에서 최근 각각 4주 연속 차트 진입에 성공했다. 블랙핑크는 지난 8일 북미 투어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북미 투어는 지난달 17일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시카고, 해밀턴, 뉴어크, 애틀랜타, 포트워스까지 미국과 캐나다 6개 도시에서 7회에 거쳐 개최됐다. 지난달 신곡을 발표한 남성 9인조 아이돌 그룹 엔시티(NCT)127의 북미 투어도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3월30일 일본 도쿄돔 공연을 마친 9인조 여성 아이돌 트와이스도 월드투어를 앞두고 있다.

 

케이팝 가수와 제작사 수입은 음반이나 디지털 음원의 판매, 대규모 공연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스타를 만나는 그 자체가 비싼 상품이 된다. 케이팝 팬들은 팬사인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같은 음반을 몇십장씩 사기도 하고, 고가의 유료 팬미팅에도 돈을 치르길 아까워하지 않는다.

 

가수와 함께 사진을 찍거나 악수를 하는 이벤트가 포함된 경우를 ‘미트 앤 그리트’(Meet&Greet)라고 부르는데, 참가비가 최소 20만원에서 시작된다. 케이팝 그룹의 얼굴이나 캐릭터, 로고가 담긴 응원봉, 문구류, 티셔츠 등의 굿즈도 짭짤한 수익원이다.

 

지난해 8월 타이에서는 한 화장품 회사가 주최하는, 블랙핑크의 멤버 리사의 팬미팅이 열렸다. 화장품을 가장 많이 구매한 10명에게는 팬미팅 외에도 사전 기자간담회 참관과 리사와 사진을 찍을 기회가 제공됐다. 일주일간 ‘구매 경쟁’이 벌어졌고 400만원어치 화장품을 구매한 사람이 나와 화제가 됐다. 여행사들은 케이팝 기획사와 연계해 팬미팅, 백스테이지 투어, 연습실 방문 등이 포함된 여행 상품을 판매한다.

 

2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내놓은 ‘2018 한류 파급효과 연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한류가 유발한 총수출액은 94억7500만달러(약 11조원)로 추정되며 전년보다 9.1% 증가했다. 게임, 드라마, 음악 등 문화콘텐츠 총수출액은 44억3000만달러(약 5조2천억원, 23.6% 증가), 이 중 케이팝으로 대표되는 한국 음악 수출액은 4억3100만달러(약 4800억원, 4.4% 증가)였다.

일등공신은 소셜미디어와 팬들

케이팝 인기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지난해 11월부터 두달간 세계 16개국에서 15~59살의 한국 문화 콘텐츠를 경험한 7500명을 대상으로 ‘2018 해외 한류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은 케이팝을 좋아하는 이유로 ‘중독성 강한 후렴구와 리듬’을 첫째로 꼽았다. ‘케이팝 가수나 그룹의 매력적인 외모와 스타일’ ‘뛰어난 퍼포먼스’가 그다음이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7년 11월 펴낸 ‘케이팝 글로벌 확산을 위한 음악시장 다변화 전략 연구’(성미경 외)는 “케이팝은 우리나라 고유의 지역색보다는 최신 트렌드의 전자댄스 음악이나 힙합음악과의 공통점이 많지만, 외래 음악이 우리나라로 들어와 지역화된 뒤 역수출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독특한 개성 때문에 영미 대중음악과 차별성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음악적 특성도 인기의 한 요인이지만, 오늘날 케이팝 인기의 가장 큰 배경 중 하나는 대중음악이 유통되고 소비되는 방식의 디지털화다. 특히 유튜브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는 케이팝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언제 어디서든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이들 플랫폼의 확산으로, 티브이·라디오 등 주류 미디어에서 케이팝을 소개해주지 않더라도 팬들이 케이팝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18 해외 한류 실태조사’를 보면 2017년 미국 내 케이팝 이용자들은 온라인 모바일 스트리밍(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한 케이팝 접촉이 58.9%로 가장 많았고, 음악 전문 스트리밍(아이튠스, 스포티파이)이 48.7%로 그 뒤를 이었다.

 

방탄소년단은 소셜미디어를 가장 잘 활용한 케이팝 그룹으로 꼽힌다. 이들은 대규모 글로벌 쇼케이스(앨범 발표 행사)나 외국어 앨범 발매 등 특별히 해외 진출을 위한 투자를 따로 하지 않았음에도 대표적인 케이팝 가수가 됐다.

 

방탄소년단은 특히 각각의 소셜미디어에 그 플랫폼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올렸다. 블로그에는 멤버 개인의 일기 형식 영상을 올렸고, 유튜브에는 뮤직비디오나 공식 일정 등 영상물을, 브이 라이브(네이버의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에는 자체 제작한 전용 예능물을, 인스타그램에는 멤버 개인과 팀 사진을 올리는 식이다. 트위터엔 근황, 페이스북엔 공식 일정과 국내외 언론 자료 등을 공유했다.

 

여기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팬들이 직접 만드는 콘텐츠가 더해진다. 지난달 12일 방탄소년단이 신곡 ‘작은 것들 위한 시’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유튜브에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를 해석한 영상이 우후죽순 올라왔다.

 

유튜버 ‘해군수달’은 자신의 채널에서 “이번 뮤비에서 방탄소년단은 극장을 중심으로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데,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화가 <사랑은 비를 타고>”라며 “영화 속 여자주인공인 ‘캐시’는 방탄소년단에겐 팬클럽인 ‘아미’다. 이번 뮤비에서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성장 스토리와 아미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고 뮤비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이른바 ‘해석’ 영상이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의 반응도 ‘리액션’ 영상이란 제목으로 올라온다. 일반인이나 팬에게 케이팝 가수의 영상을 보여주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담는 것이다. “외모가 아름답다. 춤을 잘 춘다”고 감탄하기도 하고 음악이나 춤에 대해 구체적인 평가를 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방탄소년단이 한국어로 노래를 불러도 전세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팬들의 ‘재능기부’ 덕분이다. 신곡이 나올 때마다 팬들은 한국어 가사를 순식간에 다양한 언어로 번역한다. 일명 ‘번역계’라고 불리는 이들 팬은 멤버들의 트위트나 각종 영상의 발언까지 번역해 올려준다.

새로운 안무가 나올 때마다 전세계에서 이를 따라 한 커버 댄스 영상도 쏟아진다. ‘케이팝 커버 댄스’라는 단어에 국가 이름을 넣어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다양한 국가에서 케이팝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런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케이팝의 홍보대사 구실을 하게 된다. 케이팝 노래의 원곡을 먼저 접하고 팬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팬들이 만든 콘텐츠를 본 뒤 원곡을 찾아 듣고 케이팝 팬이 되는 경우도 많다. 오미영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유튜브는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이용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일종의 ‘팬 커뮤니티’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케이팝을 향유하고 공유하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이를 확산시키는 중요한 기반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미국 한류 심층분석’, 2018)

밀레니얼세대와 제트세대의 등장이 케이팝이 ‘힙’한 문화로 자리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밀레니얼세대는 1980년대 중반~1990년대 태어난 세대를, 제트세대는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다. 오 교수는 “제트세대 소녀들의 97%가 평소 케이팝 등을 포함한 최소 다섯개 이상의 장르를 즐겨 듣는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스스로 트렌드를 만들고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거리낌이 없다”고 평가했다. 성미경 한국콘텐츠진흥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10대~20대 초반은 ‘포미’(for me·나를 위해) 마케팅의 세대로, 개인의 소소한 행복이 중요한 세대이자 소통을 중시하고 즐기는 세대”라고 말했다. 또 “제트세대와 밀레니얼세대의 미디어 이용은 한류의 글로벌화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의 한류는 초기 한류와 달리 소셜미디어의 진화로 인해 국적, 민족, 문화가 뒤섞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공연 장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공연 장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제2의 방탄, 나올 수 있을까

케이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한편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현재 케이팝이 기획사에서 만든 아이돌 중심으로 획일화돼 있다는 점을 한계로 꼽는 전문가가 많다.

10대 때부터 ‘연습생’이란 제도를 거치며 엄격한 훈련을 받는 한국 아이돌은 수준 높은 ‘칼군무’와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기획사 연습생이란 제도가 없는 다른 나라에선 이런 점들이 케이팝의 매력으로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케이팝의 획일화·상업화를 가져왔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돌 음악이 음악성이 없다는 혹평에서 벗어나려 노력한 결과 일정 수준 이상의 질을 담보하게 됐다. 하지만 장르적으로는 댄스음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 지상 목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이후에도 미국 시장에서 케이팝이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는 낙관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나온다. “미국 시장에 가는 순간 공연에서 1만석 이상을 채울 수 있어야 손익 분기점을 넘는다. 비행기삯, 체류비, 장비 운송 등 아시아 시장에서 공연하는 것보다 비용이 몇십배 많이 든다. 유럽이나 미국은 이런 고비용 때문에 제작사 입장에서 현지 공연을 기획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여전히 동아시아 시장이 전략 시장이다.”(한 기획사 관계자)

공신력이 떨어지는 국내 음악차트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해외 팬들은 국내 음악방송의 순위나 주요 디지털 음원차트를 찾아보며 케이팝 음악을 듣는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멜론 차트를 비롯한 국내의 주요 음원 사이트 차트가 ‘조작 논란’에 휩싸이는 등 공신력 면에서 신뢰도가 높지 않다. 아이돌 팬들도 하루 종일 스트리밍으로 재생하는 방식으로 차트 순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결과 인기 아이돌 그룹이 새로운 앨범을 내면 음원차트 상위권이 해당 앨범 수록곡들로 채워지는 현상이 당연해지고 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는 “부정한 방법으로 차트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 팬들의 자발적인 행위는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양쪽 모두, 차트를 참고해 한국 음악의 현황을 듣고 있는 해외 케이팝 팬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며 “정부와 민간이 노력해 공신력 있는 차트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2018 한류백서’)고 말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방탄소년단이 지난 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엠지엠(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아시아 가수로는 처음으로 ‘톱 듀오/그룹’ 부문을 수상하며 케이팝의 역사를 새로 썼다. 연합뉴스
방탄소년단이 지난 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엠지엠(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아시아 가수로는 처음으로 ‘톱 듀오/그룹’ 부문을 수상하며 케이팝의 역사를 새로 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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