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70년 특별기획]친일과 망각 4부 '나는 고백한다'

 

 

 

 

지난 8개월 동안 뉴스타파는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가 발표한 친일파 1,006명의 후손 찾기 작업을 벌였다. 그리고 후손으로 확인된 1,177명을 대상으로 그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 친일 후손들이 친일 문제와 선대의 친일반민족행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가감없이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또 친일파 후손 1,177명의 학력과 직업, 거주지를 확인해 그들의 삶의 모습과 인생의 궤적을 파악하려 했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친일 문제의 본질은 무엇이고, 친일 청산과 과거 극복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단초를 찾아 역사적 화해를 시도하고자 했다.

 

뉴스타파는 1,177명 가운데 모두 350명과 접촉했다. 이메일과 전화, 사무실과 자택 방문을 통해서다. 이 가운데 이메일에 대해 답변을 보내 온 사람이 20 여명, 전화 연락에 응한 사람이 10여 명, 만남에 응한 사람은 10여 명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만남 자체를 회피했고, 일부는 친일 청산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해방 이후 본인이나 선대의 친일 행적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를 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일제 강점기 하동군수를 지낸 이향녕, 일제의 선전활동에 동원된 ‘국경의 밤’의 시인인 김동환의 3남 김영식, 그리고 일제 강점기 음성군수를 지낸 이준식의 손자 이윤 등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이들은 자신과 선대의 친일행적에 대해 공개 사죄를 했다. 해방 후 70년이 되도록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한 사람이 이렇게 적은 것은 사실상 친일청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뉴스타파는 친일후손 1,177명과의 만남을 시도하면서 선대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솔한 사죄를 통해 역사적 화해의 장에 동참할 의향이 없는지 물었다. 뉴스타파의 요청에 응해서 선대의 친일행적을 카메라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한 후손은 3명이었다. 바로 문효치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김경근 목사, 홍영표 의원이다. 비록 극소수에 불과했지만, 그들의 용기있는 자기 고백은 우리 사회에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 8개월 동안 진행된 뉴스타파의 작업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도 보여줬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은 정치권력의 비호와 친일 세력의 저항으로 인해 친일 청산이라는 역사적 과업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그 결과 정의가 부정되고 가치가 전도된, 뒤틀린 역사의 길을 밟아 왔다. 더 이상 정치적인 이유로 역사의 정의를 세우는 작업이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 친일 청산과 과거 극복의 과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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