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아듀 최강희 ①마지막까지 진심으로 팬들을 사랑한 봉동이장

구윤경 입력 2018.12.06. 16:36 수정 2018.12.06. 16:53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이 12월2일 전주성에서 열린 홈 경기를 끝으로 14년간 몸 담은 전북현대의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지난 10월21일 중국 텐진 취안젠으로 떠난다는 공식발표가 있었으니 이별을 준비한지도 어느덧 한 달이 흘렀다. 경기장 곳곳에 걸린 걸개와 특별 제작한 티셔츠가 그동안의 이별준비를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슬픔이라는 감정은 준비한다고 잦아드는 것이 아니었다. 

경기 전 최강희 감독의 대형 통천을 펼친 전북 서포터스



#결코 담담할 수 없었던 포커페이스 대가 

최강희 감독은 평소 벤치에 들어서면 언제나 같은 표정, 같은 자세로 정면만 응시한다. 거의 어긋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벤치에 들어선 최강희 감독은 한참동안 자신의 대형 통천이 걸린 서포터석을 응시했다. 잠시후 고개를 돌린 그의 눈가는 촉촉히 젖어있었다. 포커페이스의 대가로 불리는 그도 무려 14년을 함께 한 인연과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는 힘들어보였다.  

담담한 척 애쓰며 90분을 보냈지만 마지막까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수는 없었다. 자꾸만 눈물이 차오르는 탓에 도저히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이날 최강희 감독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김인국 군(사진 왼쪽)은 최 감독이 전북에 첫 부임한 2005년에 태어난 전북 팬이다. 갓난 아이가 중학생이 될 만큼 많은 시간이 흐른 것이다. 최강희 감독과 함께 한 14년 동안 전북은 두 차례 아시아 챔피언에 등극했고, 여섯 차례 K리그를 재패했다. 함께 한 시간 만큼 추억도 셀 수 없이 많이 쌓였다.

사진제공:전북현대

전광판에 흐르는 영상은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마지막까지 눈물을 참던 최강희 감독도 인사말을 전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는 순간 끝내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아냈다. 

터져나온 눈물 탓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최강희 감독은 겨우 감정을 추스린 후 떨리는 목소리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를 상징하는 '포커페이스'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가감없이 감정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여러분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 떠나더라도 절대 전북을 잊지 않겠습니다”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동안에도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팬들과 마지막으로 함께 한 기념사진에는 헤어짐의 아쉬움이 그대로 담겼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기념사진이 아닐까 싶다.

아마 2018시즌 K리그에서 촬영한 가장 우울한 기념사진이 아닐까 싶다.

서포터석에 마지막 인사를 전한 최강희 감독은 연신 어금니를 깨물며 감정을 눌렀지만 팬들과 눈이 마주치면 금세 다시 눈물이 차오르곤 했다.



#최강희 감독이 고별전에서 호통친 이유

고별인사를 전하며 최강희 감독은 선수들 한 명, 한 명을 꼭 안아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랬던 그가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던 중 선수들에게 단단히 화가났다. 

상황은 이랬다. 선수단은 일반 관중석 중앙에서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는데, 인사를 마친 선수단이 나머지 E석 팬들을 곧장 가로질러 서포터석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장자리에 있는 팬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서포터석으로 향하는 선수들을 본 최강희 감독은 장내 아나운서를 불러 호통을 쳤고, 선수들은 그제서야 E석 방향으로 인사를 전하며 그라운드를 둘러갔다. N석을 향해 움직이던 현수막도 다시 E석으로 방향을 돌렸다.

팬들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주먹까지 불끈쥐며 화가난 최강희 감독의 모습에서 팬들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다. 

최강희 감독은 클럽하우스를 찾는 팬들에게 단 한 번도 귀찮은 내색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교통이 불편한 봉동까지 찾아온 팬들에게 미안함을 담아 감사를 전했다. 기념사진을 촬영해주는 것은 물론 시간이 허락되는 날은 사비를 털어 삼겹살까지 대접했다. 한 전북팬은 감독님이 떠난다는 소식에 '봉동이장이 떠나면 삼겹살 집 사장님은 어떡하냐'며 매출이 걱정된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날 먹먹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간 최강희 감독은 버스에 탑승하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도 팬 서비스를 실천했다. 

구단 버스에 오르기 전 팬들의 사인요청에 응하는 최강희 감독

팬들이 그에게 이토록 많은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비단 훌륭한 지도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사랑받고 싶어 사랑한다 말하는 립 서비스가 아닌 진심으로 팬들을 사랑했다. 최강희 감독이 전주성에서 마지막으로 호통 친 이유를 제자들도 꼭 알아주길 바란다.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공으로 나누는 감동 - 스포츠공감(http://www.sportsgg.co.kr)

Copyright ⓒ 스포츠공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편에서 계속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