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측근 채용 "이 정도일 줄이야"

기사승인 2018.05.16  18:17:45

공유
default_news_ad1

- 작년 라민우 보좌관 복귀…공모 3개월 전 이미 낙점 입맛대로
사전 정책실장까지 예견…보좌관 인사 등 "권력 사유화 파문"

원희룡 무소속 후보가 제주도지사 시절 당시 회전문 인사의 중심에 섰던 라민우 보좌관.

2016년 4.13총선 책임을 이유로 자진 사퇴한 지 1년여만에 공모를 통해 서울본부 정책대외협력관으로 복귀한 뒤 3개월만에 정책보좌관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가운데, 공모 3개월 전 내정됨은 물론 이미 향후 인사에 대한 시나리오가 다 짜여졌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도청 내외부에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제주도민일보>가 입수한 녹취파일에는 라민우 보좌관이 자신이 공직에 입문하게 된다고 일찌감치 언급하고 있거나, 부적절한 언행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2016년 12월22일 녹음된 녹취파일에는 라민우 보좌관과 전라도 출신의 조직폭력배로 알려진 여행업체 대표인 A씨간에 오가는 대화내용이 담겨져 있다.

A씨가 라민우 보좌관을 향해 형님이라고 부르며, 라민우 보좌관도 스스럼 없이 대하는 등 예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사이로 쉽게 추정되고 있다.

녹음된 파일에서 라 보좌관은 A씨를 향해 "형이 (제주)도에 복귀할 가능성이 99%다"며 "제주도가 아닌 도청 서울사무소 소장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근무는 세종사무소 소장으로 근무하게 될 것이고 엄청난 영전이다"며 언급하고 있다.

이어 라 보좌관은 "내가 그만뒀는데 원희룡 지사가 나를 위해 자리를 만들었다. 회전문 측근 인사로 두들겨 맞을 것을 감안하면서 나를 불러들이는 것"이라며 "지사가 그만큼 나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고, 공무원들에게 나의 위상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라 보조관은 "복귀하고 1년 안으로 정책실장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고, 공약을 만들게 될 것"이라며 "(전라북도의 조직폭력배로 알려지고 여행업체 대표인 A씨인) 니가 원한 것은 잘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바람막이가 확실히 되어주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00호텔 건 니가 떠들고 다녀서 내가 신용을 잃게 됐다', '인허가 과정에서 어려운 게 있으면 도와주겠다' 등 그 전부터 깊숙히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 등으로 파악되는 언급 등을 스스럼 없이 여러모로 보여주고 있다.

코드 인사 논란이야 어쩔수 없다지만 해당 시점이 문제가 된다.

서울사무소 정책대외협력관(4급 상당) 임용시험 공고가 난 것은 라 보좌관이 이같은 언급을 하고 3개월 가량 지나고 난 뒤인 2017년 3월 9일. 그 다음달인 4월에 라 보좌관은 임명된다.

이어 3개월 뒤인 2017년 7월에 원희룡 지사는 라민우 서울본부 정책대외협력관을 정책보좌관실장으로 임명했다.

공모가 나가기 3개월 전에, 그것도 향후 인사까지 이미 짜여진 시나리오였다는 점이 확인되며 '공모는 겉치레'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라 보좌관이 "(원 지사가) 측근 회전문 인사로 두들겨 맞으면서도 서울사무소로 들어가게 되고, 1년안으로 (보좌관) 정책실장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란 언급과 전혀 다르지 않게 시나리오대로 진행됐음을 보여주고 있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고 있다.

더욱이 (A라는 업자에게) '니가 원하는 것을 잘 도와줄 수 있다', '바람막이가 확실히 되어주겠다' 등 부적절한 언행과 함께, '공약을 만들게 될 것' 이라는 언급 등도 하고 있다.

4.13 총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도 제주도청을 사실상 제집 드나들듯 좌지우지 할 수 있음을 당당하게 내비치고 있는 셈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제주도정의 인사시스템이 보좌관에 의해 좌지우지 됐음은 물론 여행업체 대표와 원희룡 지사의 최측근 보좌관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보여주며, 그간 원희룡 지사가 강조해온 공정 인사와 청렴은 허울뿐인 게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나아가 해당 공모에는 라민우 보좌관을 제외한 2명이 더 신청했었던 상황으로, 짜여진 각본에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한 셈이다.

현직 공무원 신분도 아닌 상황에서 이런 부적절한 언행 및 행동을 보여줬다는 것은, 보좌진을 제외한 도청 공무원들이 허수아비로 전락함은 물론 공직신분에 있을때는 이 보다 더 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도민사회 일각에서는 "이미 내정을 해놓고 공모한 것도 모자라 향후 인사까지 이미 결정될 거였으면 공모를 뭐하려 하냐"며 "공직사회가 무슨 원희룡 보좌관들의 사유물이냐"고 혀를 차고 있다.

특히 도민사회에선 "원희룡 지사가 아닌 예전 지사때도 선거공신들이나 측근 인사들이 기용된 적은 있었다"며 "하지만 "원 지사때처럼 그 인원이 무려 22명에 이르렀던 적은 없었을 뿐더러, 보좌관 등으로 기용됐다가, 사퇴를 빌미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고하는 들락날락 멋대로 한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하고 있다.

더욱이 원 지사의 보좌진 중 상당수가 지금은 사퇴해 선거운동 등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역대 지사때와는 다른게 제주출신이 아닌 다른 지역인 육지 출신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이와 관련해 라민우 보좌관은 "거짓 소문과 파일이 도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보자를 먼저 밝히면 관련 내용에 답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기자가 수차례 정보원 보호 의무를 고지했지만 "정보원을 밝히지 않으면 대답할 의무가 없다"고 되풀이했다.

허성찬 기자 jejuhsc@gmail.com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