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달아오르는 수소전기차시장] 주행거리 길고 오염물질 없는 강자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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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일본 정부 수소차 확산 적극 지원 … 현대차·도요타·혼다·벤츠도 속속 신모델 내놔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 /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 / 사진:현대차 제공

피에르 에틴 프랑크(Pierre Etienne Franc) 에어 리퀴드 부사장은 수소전기차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한다. 세계 완성차 업체와 에너지 기업이 모여 설립한 수소위원회의 공동 대표로 활동 중인 그는 2월 5~6일 한국에서 열린 수소 비즈니스 관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수소차 넥쏘 시승행사도 그중 하나였다. 행사장에서 만난 그는 “넥쏘는 수소 자동차 시대를 앞당길 혁신적인 모델”이라며 “2022년이면 1만대는 팔릴 것”이라고 칭찬했다. 그가 참여하는 수소위원회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 협약의 목표 이행을 위해 2017년 1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설립된 협의체다. 현대차와 에너지 업체인 에어 리퀴드(Air Liquid)가 공동으로 회장사를 맡고 있다.
 
최근 수소차시장이 한층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도요타의 신형 수소차 미라이가 좋은 평가를 받으며 판매량 4000대를 넘어섰다. 혼다도 미국 시장을 겨냥한 수소차 클래리티를 선보였다. 벤츠는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양산형 수소차인 ‘GLC F-CELL’을 소개했다. BMW는 도요타와 수소차 기술을 공유하는 파트너십을 맺었고, GM은 혼다와 함께 수소연료전지를 개발 중이다. 2013년 1세대 수소전기차인 투싼ix35를 출시한 현대차도 주행거리가 609km에 이르는 차세대 수소차인 넥쏘를 내놨다. 3월 출시 예정인 현대차는 수소충전소 확보에도 나섰다. 정부·지방자치단체, 민간 에너지 업체와 함께 수소 충전소 수를 늘린 다음 민간에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이광국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올해 수소 충전소 36개를 확보하고, 2022년까지 이를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라며 “수소전기차 인지도 확대를 위해 강릉과 평창을 방문한 고객을 대상으로 수소차 넥쏘, 4단계 자율주행 기술과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적용된 넥쏘의 시승 체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소전기차 시장 2022년 본격 열릴 전망
경기도 여주 휴계소에 있는 수소충전소. 현대차는 올해 충전소 36개를 새로 설치할 계획이다. / 사진:현대차 제공

경기도 여주 휴계소에 있는 수소충전소. 현대차는 올해 충전소 36개를 새로 설치할 계획이다. / 사진:현대차 제공

전문가들은 수소전기차시장이 2022년이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내다본다. 자동차 강국인 독일과 일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독일은 2023년, 일본은 2021년까지 수소차 전국 운행에 필요한 충전소를 확보할 계획이다. 독일은 국가프로젝트인 CEP(Clean Energy Partnership)를 진행 중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수소차 충전소 보급을 지원하고 있다. 2016년에만 새로 40개소를 건설했고, 2023년이면 모두 400기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지난 2015년에는 수소 충전소 민간 출자회사인 H2M(H2Mobility Deutschland)을 설립하면서 민간 주도로 수소시장을 키우고 있다. H2M에는 에어 리퀴드, 린데, 다임러, 쉘, 토탈, OMV 등 대기업 6개가 참여했다. H2M이 건설한 수소 충전소와 CEP에서 인수한 수소 충전소는 2023년경 일반 사업자에게 운영을 넘길 계획이다.
 
일본도 수소차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15년 2월 도요타 통상, 이와타니, 대양일산이 참여해 니모히스 법인(Nimohyss LLC)을 설립하며 수소차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2016년부터 정부가 나서 제도를 정비했다. 3월엔 정부 주도의 새로운 민간 출자회사가 등장한다. 정부 출자기업에 일본 대기업 11개사가 참여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회사의 목적은 2021년까지 수소 충전소 100곳을 확보하는 일이다. 참여 기업은 산업용가스 2개사(에어 리퀴드 재팬, 이와타니), 도시가스 4개사(도쿄가스, 오사카가스, 도호가스, 도요타 통상), 정유회사 2개사(JX, 이데미쓰고산), 자동차 3개사(도요타, 혼다, 닛산)다. 여기에 일본개발은행이 재무 지원에 나선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수소차 보급을 4만대로 늘리고 2030년에는 80만대, 900곳의 수소차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목표다. 에틴 부사장은 “수소차 판매량은 수소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가 얼마나 구축됐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수소 충전소 100곳이면 수소전기차 시장이 5만대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소전기차는 미세먼지 거르는 공기청정기
각국 정부가 수소 충전소 보급에 나선 배경으론 단연 환경 문제가 꼽힌다. 최근 유럽연합은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유럽 자동차 업체 반대에도 2020년 이후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은 더욱 엄격해진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절감 비용은 촉매제 변화 등으로 이산화탄소 감소를 추진한다면 1g 당 40유로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 여기에 차량 무게를 줄이는 방식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이면 1g당 100~150유로의 비용이 추가된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수소차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배경이다.
 
수소는 궁극의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수량이 무한하고 사용 과정에서 오염물질 배출이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넥쏘를 ‘달리는 공기 청정기’라고 소개했다. 공기흡입기에 장착된 미세먼지 제거 필터 덕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수소전기차 넥쏘는 1시간 운행시 공기 26.9kg을 정화할 수 있다. 성인 40명 이상이 1시간 동안 호흡하는 데 필요한 공기량이다. 수소차는 화석연료처럼 엔진에서 연료를 폭발시키는 게 아니라, 연료전지라는 장치에서 수소와 대기중의 산소를 화학반응 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부산물로는 공기와 수증기만 나오고, 고성능 공기필터가 장착돼 있어 공기 중의 초미세먼지를 제거한다. 이기상 현대차 환경기술센터장은 “이산화탄소가 전혀 나오지 않고 순수한 물만 나오며 미세먼지가 정화된다”며 “우리나라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수소탱크가 차지하는 공간 줄고 안정성 높아져
 
여기에 온도 변화에 강해 저온에서도 주행거리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충전시간도 3~5분이면 충분하다. 많은 장점에도 수소차 상용화가 어려웠던 이유는 경제성에 있다. 2013년 현대차 수소차 투싼의 대당 가격이 1억5000만원에 달했다. 여기에 수소 충전소 설립 비용도 수십억원에 이르다 보니 기업들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수소탱크 안정성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도 있었다. 이전 수소차 모델의 경우 트렁크와 뒷좌석 공간까지 수소탱크로 사용해야 했다. 그러던 지난 수년 사이 큰 변화가 있었다. 생산량이 늘었고, 기술이 진보했다. 수소탱크가 차지하는 공간을 크게 줄였고 안정성도 배가됐다. 여기에 정부 지원이 더해지며 수요가 늘고 있다. 도요타 수소차 미라이의 가격은 6500만원이다. 하타 나오미치 도요타 신사업 계획 총괄은 “2025년엔 수소차 생산량이 지금의 10배로 늘어나 있을 것이고 가격은 하이브리드차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라이와 동급인 프리우스의 가격은 3000만원대이다. 넥쏘 출시가격은 7000만원대로 알려졌다. 정부 환경 보조금을 받으면 4000만원 후반에서 5000만원 선에 구매할 수 있다. 정부 보조금이 사라질 즈음엔 3000만원에 맞출 계획이다. 보조금 없이 일반차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이다. 지난 1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가격이 비슷하다면 수소차가 더 경쟁력 있다”며 격변을 예고했다.
 
 
현대 수소전기차 넥쏘 몰아 보니 - 저속부터 고속까지 고른 가속력
사진:현대차 제공

사진:현대차 제공

2월 5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 시승행사가 열렸다. 강원도 평창까지 약 250km 구간이었다. 영하 10도에 칼바람이 부는 날, 강원도로 향하는 일정이었다. 처음 진행하는 수소차 시승이라 약간 신경이 쓰였다. 넥쏘에 올라 지하 주차장을 빠져 나와 도로로 진입하는 단 몇 분 사이에 생각이 바꿨다. ‘이것봐라’는 혼잣말이 나올 정도였다. 시동을 걸 때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부르릉 소리 없이 계기판에 불이 들어 왔다. 옆에 동행한 기자에게 시동 걸린 것 같으냐고 확인했을 정도다. 아무 소리도 없이 운전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경험이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20~140km로 달릴 때 유난히 풍절음이 크게 들린 것도 같은 이유다. 차량 내부의 소리가 없으니 외부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주행 능력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저속부터 고속 구간까지 고른 가속력을 보였고, 고속 주행시 단단하고 안정적인 승차감을 느낄 수 있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은 수준급이었고, 코너를 돌 때도 쏠리지 않았다. 안정적인 코너링 능력이 돋보였다. 차선을 변경하기 위해 방향지시등을 조작하면 계기반에 후측방 카메라 영상이 뜬다. 일부 수입차 모델에도 적용됐던 기능인데, 넥쏘에선 계기판에 화면이 더 크고 선명하게 나온다. 시승하며 다소 아쉬웠던 점은 시속 140km 이상 구간이었다. 시승 중 한 번은 2017 기아 소렌토와 나란히 달리며 가속한 일이 있었다. 고속 구간에서 한계를 느꼈다. 시야에서 유유히 사라지는 소렌토를 하염없이 바라봐야 했다. 가속기가 내려 앉을 정도로 세게 밟았지만 속도계는 160km에 머물며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넥쏘 수십대가 함께 움직이는 행사라 다른 차를 관찰할 기회도 있었다. 앞서 달리는 차량 배기구에선 하얀 김이 뿜어 나왔다. 가습기에서 나오는 수증기와 모양은 물론 성분도 같다고 한다. 차 배기구에서는 기화된 물만 배출되는 진정한 친환경 자동차다. 배기구에 직접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본 한 자동차 전문 기자는 “그냥 아무 냄새도 안 나요. 가습기 약하게 틀어 놓은 거 같아요”라고 느낌을 표현했다.
 
여주휴게소에 들렸을 때 수소 충전소에서 충전을 해봤다. 연료통 절반을 채우는 데에 약 2분 정도 걸렸다. 넥쏘가 한 번에 6.33㎏까지 충전할 수 있으니 완충에 5분가량이 걸린다. 연비는 공인복합연비(96.2㎞/㎏)보다는 모자란 81㎞/㎏가 나왔다. 수소 1㎏으로 81㎞를 달린 것이다. 넥쏘의 차량 가격은 700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2000만원 안팎의 보조금이 나온다. 잘하면 4000만원대 후반에서 차를 구입할 수 있다. 수소 충전소 인프라만 잘 구축된다면 한번 몰아볼 만한 차라는 평가다.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서서히 달아오르는 수소전기차시장] 주행거리 길고 오염물질 없는 강자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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