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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치매환자는 72만여 명으로 노인 10명 중 1명꼴이다. 박 씨처럼 설 연휴 오랜만에 만난 부모의 치매를 걱정하는 중장년층이 적지 않다. 하지만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기억력 감퇴’인지, 뇌질환인 ‘치매’인지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신경과 전문의들의 조언을 얻어 구별법을 알아봤다. 이 질문부터 던져보자.
질문1: 한 달 전 함께 간 가족여행(혹은 특정 사건) 기억나시죠? ①기억을 잘한다 ②알쏭달쏭한 표정을 짓는다 ③기억을 하지 못한다
①이라면 걱정 없다. 만약 ②나 ③이라고 해도 당황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당시 상황에 대해 힌트를 드리는 게 좋다. 직접적으로 “자주 깜빡하시는데, 혹시 치매 아니에요?”라고 물어선 안 된다.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는 데다 치매 증상이 있을수록 오히려 감추려는 경향이 있다. 자칫 반감이 생기면 치매검사를 거부하는 등 조기 진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②, ③번이라면 다음 질문을 해보자.
질문2: 그때 먹은 매운탕 참 맛있었죠? ①“아, 그랬지”라며 기억해낸다 ②“우리가 언제 매운탕을 먹었느냐”며 반문한다
①로 답했다면 ‘노인성 건망증’일 가능성이 높다. 귀띔만으로도 당시 상황을 대부분 기억한다면 별도의 치료는 필요 없다. ②번이라면 ‘경도인지장애’나 ‘경증치매(초기 치매)’일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의 직전, 즉 정상적인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다. 노인성 건망증처럼 깜빡 잊는 행태는 유사하다. 하지만 건망증과 달리 대화에 필요한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하거나 물건을 산 후 간단한 계산을 하지 못하는 등 언어와 수리 능력의 하락을 겪는다.
질문3: 저도 자주 깜빡해요.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으시죠? ①“그럼. 자주 메모하고 아픈 데도 없다”고 답한다 ②“약속이 아예 기억나지 않아 걱정이다”고 답한다
국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약 165만 명으로 노인 10명 중 4명에 이른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와 달리 혼자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안심해선 안 된다. 경도인지장애는 평균 20%, 최대 60%가 치매로 발전한다. ①의 경우 초기 치매로 발전하지 않도록 전문적인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②라면 경도인지장애를 넘어 초기 치매로 가는 단계일 수 있다.
질문4: (부모님을 제외한 가족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①부모의 생활습관을 점검한다 ②전문의의 진단을 권한다 ③각종 치료를 시작한다
①, ②, ③ 모두 필요하다. 누가 봐도 치매라면 이미 뇌신경 세포가 60% 이상 손상된 상태다. 치료를 해도 효과가 적다. 따라서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물론 치매 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근원적 치료는 힘들다.
지난해까지는 치매가 있어도 신체 기능이 양호한 초기 치매 환자는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경증 치매가 확인되면 신체적 기능과 관계없이 ‘인지지원등급’을 받을 수 있다. 이 등급을 받으면 주야간 보호, 지원금 등 정부 지원을 받는다. 1월 인지지원등급 판정자는 374명에 이른다. 조기 진단으로 치매 악화를 막고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NewsStand/3/all/20180215/88685581/1#csidxa44b29214eb8f08a094f545843c4b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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