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고스트 인 더 쉘’. 기계의 몸에 깃든 인간의 영혼. 29일 개봉한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이하 고스트 인 더 쉘)은 1995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20여년 사이 화려하게 발전한 컴퓨터그래픽 기술로 얼마나 세련되게 보여주느냐에 사활을 걸었다. ‘쉘’은 확실히 화려해졌는데 ‘고스트’는 어떨까.
<고스트 인 더 쉘>의 배경은 로봇과 인간의 경계가 무너진 미래 사회다. 낡아가는 어떤 장기든 최신식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의 선두에 있는 ‘한카 로보틱스’의 수장이 테러당하고, 엘리트부대 섹션9의 메이저(스칼릿 조핸슨)와 바토(필로우 아스베크)는 다이스케(기타노 다케시)의 지휘 아래 수사에 나선다.
2017년판은 분명하게 ‘스칼릿 조핸슨의 <고스트 인 더 쉘>’로 기억될 것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만들어진 신체에 인간의 뇌를 이식하는 실험이 이뤄지고, 메이저는 그 첫 성공작이다. 영화는 뼈에 켜켜이 근육, 피부가 붙는 과정을 보여주는 ‘메이저의 탄생’으로 시작된다. 제작진은 조핸슨의 몸을 스캔해 뼈를 제작했다. 일견 남성적인 근육의 원작 속 쿠사나기 소령과 달리 영화는 조핸슨이기에 가능한 ‘여성’ 전사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시전한다. 여성성이 부각되는 몸매의 그는 테러 로봇 뇌 속으로의 다이빙을 과감하게 결정하고, 근육이 갈가리 찢어지는데도 임무를 실행한다.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메이저를 만들어낸 과학자 닥터 오우레(쥘리에트 비노슈)를 여성으로 설정한 것은 이야기의 설득력을 높인다. 닥터 오우레는 피조물을 넘어 인간으로서 메이저를 아끼며, 정체성을 고민하는 메이저에게 “너는 인간”이라고 확신을 심어준다.
쿠사나기 소령이 알몸으로 빌딩 아래로 떨어지면서 자신의 몸을 지워나가는 1995년작의 충격적인 오프닝은 ‘메이저의 탄생’ 뒷장면으로 미뤄졌다. 광학미채 슈트로 몸을 ‘투명’으로 만들어 적을 교란시키는 ‘광학위장술’이다. 애니메이션이 알몸에 가깝다면 실사에서는 슈트를 ‘걸쳤다’는 점이 부각된다. 그 외에도 물속 다이빙, 슬럼가 전투 신 등 원작의 명장면들을 빠짐없이 재현했다. 쓰레기차가 지나가는 슬럼가 골목은 애니메이션에 그려진 장소를 실제로 찾아낸 것처럼 흡사하다. 이 장면 대부분은 홍콩에서 촬영됐다.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애니메이션에서는 바토와 토구사, 두 명의 남성 캐릭터가 소령을 보조했다면 영화에서는 바토만 두드러진다. 바토가 사고를 당하고 눈을 적외선까지 탐지할 수 있는 ‘최신식’으로 바꾸는 사연이 등장한다. 바토가 메이저에게 호감을 보이는 장면도 좀더 명료해졌다.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애니메이션에선 민족적 색채가 뚜렷하지 않은 반면, 영화는 도입부 테러가 이루어지는 곳을 일식 다다미방으로 설정하고 공격 로봇도 게이샤 복장을 하고 있다. ‘화이트 워싱’(동양인인 원작 인물을 서양인으로 캐스팅하는 전략)에 대한 비판을 중국 거리와 일본 전통 복장으로 해소하려 한 것일까.
합체 과정에서 과거 기억을 잃은 메이저는 사건을 수사할수록 쿠제(마이클 핏. 원작의 인형사)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원작의 이야기를 ‘메이저의 자아 찾기’로 재조립했다. 애니메이션에서 기억이 해킹된 청소부를 통해 던졌던 ‘조작된 기억을 가진 나는 진짜 나인가’라는 질문을 메이저를 통해 주제로 가져온 것이다. 그러면서 네트워크와 정보의 흐름, 정보로 이루어진 고유한 생명체 등 정보와 기억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은 사라졌다. 일일드라마의 ‘기억상실’과 ‘잃어버린 딸’ 이야기처럼 뻔한 설정으로 퇴행한 듯 다가오는 대목이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