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100% 개인 맞춤형에 가입자 6억명…대형 언론사 쓰러트린 중국 뉴스앱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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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5.12 07:00

    오광진의 중국 기업 열전 <3>
    모바일 뉴스앱 ‘진르터우탸
    하루 7800만명이 구독… 3년 새 200배 성장
    인공지능 활용해 개인별 맞춤형 콘텐츠 제공

     진르터우탸오의 웹사이트 PC화면과 모바일 사이트./사진=오광진 특파원
    진르터우탸오의 웹사이트 PC화면과 모바일 사이트./사진=오광진 특파원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이하 터우탸오)는 출시 5년밖에 안 된 모바일 뉴스앱이지만 지난해 중국 시장 1위(치타 글로벌랩 기준 주간 사용자 침투율 13%)를 차지했다. 대형 언론사는 물론이고 바이두·텐센트·신랑 등 대형 인터넷 기업들을 모두 제쳤다. 가입자는지난해 6억명을 넘어섰다. 매달 1억5000만명, 하루 7800만명이 터우탸오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 퀘스트모바일에 따르면 중국에서 월 방문자수가 1억명이 넘는 중국뉴스 앱은 터우탸오와 텐센트신문 2곳뿐이다.

    ◆ 기자·편집자·사설 없는 ‘3無 뉴스 플랫폼’
    지난해 말 기준 터우탸오 가입자 평균 하루 사용시간은 76분에 달했다. 2015년 말 53분에서 43% 늘어났다. 뉴스앱 중 가장 길다.


    [이코노미조선] 100% 개인 맞춤형에 가입자 6억명…대형 언론사 쓰러트린 중국 뉴스앱
    광고가 대부분인 매출은 지난해 목표치 60억위안(약 1조200억원)을 뛰어넘어 100억위안(약 1조7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예상됐다. 2015년 10억위안(약 1700억원)대의 10배 수준이다. 폭발적인 성장은 기업가치의 빠른 상승을 동반했다. 지난해 말 4번째 투자유치를 하면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120억달러로 추정된다. 2013년 두번째 투자유치할 때 6000만달러로 평가받은 것을 감안하면 3년 새 기업가치가 200배 성장한 것이다.

    터우탸오는 2012년 3월 설립된 베이징즈제탸오둥커지(北京字節跳動科技)유한공사가 5개월 뒤 출시한 모바일 뉴스 플랫폼이다. 90일 만에 1000만명이 내려받았다. 5번째 창업에서 성공의 끈을 잡은 장이밍(張一鳴∙34) 최고경영자(CEO)는 자사를 “미디어 회사가 아니다”며 “미디어의 속성을 가진 기술회사”로 소개한다.

    터우탸오는 기자·편집자·주장(사설 등)이 없는, 이른바 ‘3무(無) 뉴스 플랫폼’이다. 개인의 취향만을 고려해 콘텐츠를 분배하는 큐레이션(상품 선별∙추천)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가치관 개입은 절대 불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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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콘텐츠 전달할지 회사가 개입 안해
    터우탸오는 중국에서 인터넷 업계를 대표하는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구축한 ‘BAT’ 구도를 깨는 모바일 인터넷 시대 다크호스 3인방 TMD(터우탸오·메이퇀·디디추싱) 중 하나다. 지난해 7월엔 텐센트의 80억달러 인수 제의를 거절해 유명세를 탔다. 텐센트가 막대한 위챗 가입자수를 무기로 2015년 뉴스앱 텐텐콰이바오(天天快報)를 내놓는 등 다른 인터넷 업체들도 터우탸오 따라하기에 나섰다.

    터우탸오 스토리를 중국 산업계의 ‘헤드라인’으로 만든 요인은 △철저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 △이를 뒷받침한 인공지능(AI) 기술 △협업에 기반한 쇼트클립(short clip·짧은 영상) 강화 △인재를 비용이 아닌 효율로 보는 인사관리 등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저속한 콘텐츠를 걸러내고, 불법 복제를 근절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장이밍 CEO는 터우탸오를 우체국에 비유한다. 우체국이 자기와 가치관이 맞는 신문만 배달하지는 않듯이 어떤 콘텐츠를 분배할지 회사의 가치관을 개입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신문 배달이 우체국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장 CEO의 ‘우체국론’은 한국의 네이버 등 보통의 뉴스포털이 편집 개입 논란을 빚는 것과 대비된다. 회사가 콘텐츠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어떤 콘텐츠가 배달될까. 수요가 공급을 결정하도록 한다는 게 장 CEO의 접근법이다. 독자를 가르치려는 게 아니고 독자가 원하는 뉴스를 분배한다는 것이다.

    사회·재경 등 콘텐츠 분야는 구분하지만 전통 매체의 기사와 블로거나 1인 미디어가 올린 글을 구분없이 배치하는 이유다. 전통매체 기사를 우위로 치는 종전의 뉴스앱과는 다르다.

    여기서 독자는 집단이 아닌 개성화된 독자다. ‘오늘의 헤드라인’을 의미하는 진르터우탸오가 ‘당신이 관심을 둔 게 비로소 헤드라인’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게 이를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을 표출시키는 게 아니다. 남들의 취향보다는 개별 독자만을 위한 맞춤형 뉴스서비스인 셈이다.

    아마존·타오바오 같은 전자상거래업체가 먼저 사용한 가입자별 적합 상품 추천 기능을 콘텐츠에 적용한 것이다.

    터우탸오의 한 직원이 삼성전자가 발표한 스마트폰 신제품 소식을 올린 적이 있다. 장 CEO는 이 직원에게 이유를 물었고, “그렇게 중요한 뉴스를 안 내보낼 수 있나요”라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지 아닌지는 독자가 판단할 일”이라는 게 장 CEO의 생각이다. 터우탸오의 독자 맞춤형 콘텐츠 서비스는 선택권 과잉의 시대에 큐레이션이 유행인 흐름을 올라탄 덕이 크다. 미국에서도 쿼츠나 버즈피드처럼 큐레이션으로 승부를 건 미디어가 선보인 지 오래다.

    ◆ 편집국장을 대체한 AI 로봇
    터우탸오가 편집국장이 아닌 고객에게 정보 취합 선택권을 넘긴 건 AI 기술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학습능력을 가진 로봇이 독자가 자주 찾았던 읽을거리를 분석해 관심이 있을 만한 것을 추정해 보여주는 식이다. 독자가 앱을 많이 사용할수록 독자 취향에 더욱 정확히 접근할 수 있는 구조다. 작동 후 10초 내 표출 화면을 갱신하며 독자에게 적합한 콘텐츠를 보여준다.

    터우탸오는 독자의 정보 취향을 SNS를 통해서도 접근했다. SNS에서 친구 추천 글을 읽는 추세가 확산되는 흐름을 간파한 것이다. 위챗이나 웨이보 같은 SNS 계정으로 등록할 경우 해당 계정에서의 활동을 기초로 5초 내 사용자의 흥미 DNA를 분석해 정보취향을 추정해낸다. 올 2월 마이크로소프트(MS) 아시아 연구원에서 옮겨온 AI 전문가 마웨이잉(马维英) 부총재는 “동영상·사진·문자를 모두 디지털화한뒤, 이를 언어화해서 로봇이 효율적으로 콘텐츠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독자가 사는 지역에 맞춰 현지 뉴스를 보여주고 연령·성별·직업 등의 정보 취향과 관련, 특징도 반영한다.

    PC 인터넷 시대 뉴스 검색 1인자였던 바이두의 위기감이 크다. 리옌훙(李彦宏) 바이두 창업자는 올 1월 내부 회의에서 “모바일 인터넷시대로 넘어오면서 콘텐츠 창작자들이 위챗·웨이보·터우탸오를 선택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바이두 플랫폼으로 콘텐츠를 되돌아오게 하라”고 지시했다.

     장이밍 진르터우탸오 CEO(왼쪽)가 지난해 3월 보아오포럼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진르터우탸오
    장이밍 진르터우탸오 CEO(왼쪽)가 지난해 3월 보아오포럼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진르터우탸오
    터우탸오의 서비스는 문자형 뉴스에 머물지 않는다. 음악·영화·게임·전자상거래 상품은 물론 영상도 포함된다. 2016년 터우탸오의 영상 시청 횟수는 하루 평균 12억6900만회에 달했다. 2015년 1억8000회보다 605% 급증했다. 터우탸오의 영상 콘텐츠 승부수는 쇼트클립이다.

    세계 레슬링 연맹(WWE), 중국 축구협회 프리미어리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강한 망궈(芒果) TV 등과 쇼트클립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올 2월엔 미국의 모바일 영상 플랫폼업체인 플리파그램(Flipagram)을 인수했다. 2013년 미국에서 시작된 플리파그램은 가입자 자신의 사진과 영상을 배합해 쇼트클립 영상을 만들어 올릴 수 있는 동영상 창작 애플리케이션 업체다. 인수가는 플리파그램의 부채가 7000만달러에 이르는 만큼 5000만달러를 넘기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터우탸오는 앞서 지난해 9월 쇼트클립 제작 스타트업에 총 10억위안(약 1700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타트업 지원은 회사가 창작을 직접 하지는 않지만 협업을 통해 우량 콘텐츠를 많이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2억위안(약 340억원) 규모의 콘텐츠 창업투자기금을 만들고 동시에 ‘터우탸오 창작공간’이라는 창업보육센터 문을 연 것도 같은 까닭에서다.

    콘텐츠 창업 프로젝트마다 30만~100만위안(약 5100만~1억7000만원)을 투자하고 있다.1기에 690개 팀의 경쟁을 뚫은 즈스펀즈(知識分子) 등 30개 콘텐츠 창업팀이 입주했다. 이들은 터우탸오가 주는 투자와 사무공간은 물론 업종 교류회와 창업 멤버 교육 등의 지원도 받는다.

    2년여 전부터 첸런완위안(千人萬元)계획을 통해 우수 콘텐츠 창작자 1000명에게 매달 1만위안(약 170만원)을 보조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매달 4000만위안(약 68억원)이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배분되고 있다.

    ◆ 최고 인재에 급여 100개월치 연말 상여금
    직원을 비용으로 보지 않고 업무 효율을 중시하는 인사관리도 터우탸오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장이밍 CEO는 인건비를 통제하는 건 인재 확보를 위한 정확한 해결방안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기업의 경쟁력은 비용수준이 아니라 인재에 대한 투입 대비 수익률이라는 것이다. 그가 직원들에게 약속하는 3가지 중 하나가 효과적인 보수다. 터우탸오는 실적이 특별히 뛰어난 인재가 연말 최고 상여금으로 급여 100개월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장이밍 CEO의 나머지 약속 두 가지는 즐겁게 일하고 회사와 본인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시 외곽에 살지 않고 회사 인근 시내서 거주할 수 있도록 월 1500위안의 주택 보조금도 준다. ‘출퇴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영화를 보든지 헬스를 하든지 즐기라’는 것이다. 인재 채용 사이트인 ‘보스(Boss)즈핀(直聘)’이 컴퓨터 공학 전공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터우탸오가 ‘BAT’를 제치고 최고의 직장으로 꼽힌 것도 이 때문이다.

    터우탸오의 성공모델은 해외에도 통할까. 지난해 말 터우탸오 해외 가입자수는 1200만명에 달했다. 북미는 물론 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일본 등에 이미 진출했다. 지난해 10월엔 인도 최대 뉴스 영상포털 데일리헌트를 2500만달러에 인수했다. 북미판 영어 뉴스앱 톱버즈(Topbuzz)도 만들었다.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 제지술이나 인쇄술처럼 정보의 전파를 변혁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장 CEO의 광오한(?) 도전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진르터우탸오 홈페이지
    진르터우탸오 홈페이지
    ◆ Plus Point
    유해 콘텐츠·불법복제 근절은 과제
    진르터우탸오는 지난 4월 베이징 시 정부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시청 회의실에 나온 인터넷 신문 판공실과 공안국 관계자들은 저급한 황색 콘텐츠 제공을 중단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4월 중순엔 의료 광고가 터우탸오에 노출됐다는 네티즌의 폭로가 나왔다. 의료광고는 내보내지 않고 있다는 터우탸오 측의 그동안의 입장 표명과 달라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바이두의 과장 의료 광고 탓에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의료 광고 윤리가 도마에 오른 상태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9월부터 인터넷 의료 광고도 정부 비준을 거치도록 했다.

    터우탸오의 회사 가치관 불개입 정책이 오히려 불량 콘텐츠를 걸러내지 못하는 구멍을 만든 사례들이다. 터우탸오의 콘텐츠 분배를 책임지는 인공지능을 속이는 기법을 활용해 감시망을 뚫은 불량 콘텐츠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장이밍 CEO는 유량(流量)도 중요하지만 유량의 신뢰도 역시 중요하다며 저속한 콘텐츠나 광고 탓에 신뢰도가 떨어지면 상업화가 힘들어진다는 점을 인정한다.

    1인 미디어를 적극 수용한 대가로 불거진 불법 복제 문제도 터우탸오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텐센트와 소후는 4월에 베이징의 하이뎬법원에 터우탸오를 지식재산권 침해 이유로 제소하면서 관련 콘텐츠를 모두 내리라고 요구했다. 터우탸오는 2013년부터 신징바오(新京報)·광저우르바오(廣州日報) 등 전통매체들과 지재권 분쟁을 겪어왔다. 장 CEO는 고등학교 때 매일 20개가 넘는 신문을 정독할 만큼 정보를 중시하는 신문 구독광이었지만 지재권 분쟁의 단골 피소자가 된 것이다.

     진르터우탸오에 등록돼 있는 쇼트클립.
    진르터우탸오에 등록돼 있는 쇼트클립.
    ◆ 중국 쇼트클립 대유행 속 히트 치는 영상 4대 비결
    진르터우탸오에서 28억회에 이르는 하루 평균 콘텐츠 이용량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쇼트클립 시청이 차지한다. 터우탸오만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올 3월까지 쇼트클립 스타트업에 투자된 자본규모가 53억7000만달러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대박을 기대하며 쇼트클립을 만드는 창업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터우탸오의 자오톈(赵添) 부총재는 최근 올 1 분기 ‘동영상 부문 우수 작품’ 1만166개를 분석한 결과를 기반으로 동영상 성공 비결로 4가지를 꼽았다.

    1. 동영상 재생시간은 ‘4분’이 최적
    터우탸오의 올 1분기 동영상 부문 우수 작품의 평균 재생 시간은 247초로 나타났다. 100만회 이상 재생 횟수를 기록한 동영상의 평균 재생 시간은 238.4초였다. 콘텐츠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동영상의 최적 재생 시간이 ‘4분’이라는 얘기다.

    2. 맛집, 유행, 라이프 스타일 관련 콘텐츠가 주류
    맛집, 유행, 라이프 스타일 관련 분야의 동영상 콘텐츠가 전체의 29%를 차지했다. 자오 부총재는 과학 지식 보급과 관련한 동영상 콘텐츠 분야에 24개 팀이 참여했고, 각 동영상의 평균 재생 횟수는 약 22만7000회에 달했다고 전했다. 과학 지식과 금융 등 전문 분야에 대한 동영상 콘텐츠가 향후 동영상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 동영상 제목 길수록 재생 횟수 높아
    동영상 우수 작품의 평균적인 제목 글자 수는 20.8개(한자 기준)로 제목 길이와 재생 횟수 간에 높은 상관 관계가 나타났다고 자오 부총재가 전했다. 평균 재생 횟수가 가장 높은 동영상의 제목 글자 수는 25~30개에 형성돼 있다. 터우탸오는 이를 감안해 ‘이중 제목’과 ‘이중 홈페이지’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콘텐츠 제공 업체들이 더 많은 추천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4. ‘공유 횟수’와 ‘답글’ 및 ‘좋아요 클릭 횟수’가 중요
    재생 횟수 10만회 이상 동영상은 평균 4200회 공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의 답글이나 ‘좋아요’ 클릭 수 같은 피드백 수준이 많을수록 재생 횟수도 많아진다. 보다 많이 재생되려면 제목 작성 단계부터 수요자와의 상호 피드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10/2017051001161.html?main_hot3#csidxc4e7ebd03bac70187310183f56781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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