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것은 놔두고 멀쩡한 승차대 교체 '논란'도, 복권기금 128억 투입 제주시 도심 256곳 교체 중..."혈세 낭비 아니냐" 비판 목소리

김현종 기자 | 승인 2016.11.14
제주도가 예산 128억원을 들여 비가림 버스 승차대 교체 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낡고 오래된 것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들을 바꾸면서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최근 신제주 한 버스 정류소의 비가림 승차대에 대한 교체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

[제주일보=김현종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100억 넘는 예산을 들여 도심지 버스 승차대를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작 낡고 오래된 시설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을 바꾸면서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제주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복권기금사업으로 예산 128억원을 확보해 교통약자에 대한 대중교통 이용편의를 위한 시설개선 사업으로 연말까지 제주시 도심에 있는 비가림 버스 승차대 256곳을 저상버스 맞춤용으로 교체하고 버스정보안내기(BIT)도 신형으로 바꾸고 있다.

버스 승차대 교체는 저상버스가 운행하는 95번 버스노선에 위치한 것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예산은 한 곳당 승차대 약 1300만원과 BIT 약 1500만원을 포함해 4000만원선이다.

그런데 1990년대 이전 설치돼 상대적으로 낡고 노후한 승차대들은 제외된 채 2000년대 이후 설치돼 오히려 시설상태가 양호한 승차대들이 교체되면서 시민들의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여기에다 제주시 동별로 방언인사말을 붙여놓고 차별적으로 꾸며놓은 승차대들도 상당수가 철거되면서 교체 대상 선정의 부적절성과 그에 따른 예산 낭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도내 버스정류소는 총 3033곳으로 이 중 1859곳(61%)에만 비가림 승차대가 설치된 데다 조명시설까지 갖춘 승차대는 350여 곳(19%)뿐이다. 여기에다 1970~80년대 설치된 승차대들이 지금까지 이용되면서 디자인 종류만 17개 안팎에 달하는 등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시민들은 “외곽에 가보면 30~40년 전 설치돼 녹슬고 볼품없는 승차대가 널려있는데도 제주시 도심에 있는 멀쩡한 것들을 바꾸는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며 “연말만 되면 인도 보도블록을 뜯어내 새것으로 까는 대표적 혈세낭비 사례와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민은 “불과 몇 년 전 동별로 꾸며놓은 승차대까지 철거하니 근시안적 교통정책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복권기금사업 취지에 맞게 교통약자 대중교통 이용편의 증진에 초점을 맞췄고 노후 BIT 180여 개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돼 교체가 시급한 점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교통약자를 위한 복권기금 사업이어서 저상버스가 다니는 95번 노선을 중심으로 교체 대상 승차대를 선정했고 BIT 교체와 다중 이용 측면까지 고려했다”며 “내년에는 복권기금 60억원을 확보해 제주 전역을 대상으로 승차대 교체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BIT는 2007~2008년 188개, 2014년 114개, 지난해 227개 등이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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