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격, 과연 우리는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가?

2016.05.1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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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격

저자 중앙일보 중국팀

출판 틔움

발매 201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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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국을 떼어 놓고는 한국경제를 얘기할 수 없을 만큼 중국의 영향은 가히 절대적이다. 이러한 중국이 지금 '만드는 경제'에서 '소비하는 경제'로의 거대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그들은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에서, 수출보다는 내수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자 한다. 임가공에 의존한 조립 공장은 고부가 첨단 공장으로 바뀌고 있다. 앞으로 3년, 길게는 5년여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이 전환의 시기를 거치면 중국은 강한 제조, 큰 시장을 가진 위력적인 존재로 변할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이러한 중국의 변화를 제대로 읽고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가, 또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번에 '틔움'에서 펴낸 《중국의 반격》은 전 현직 중앙일보 중국 특파원과 중국연구소 소장, 중국 전문 기자 등 9인의 전문가가 바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는 책으로, 모처럼 언론이 제 역할을 했다는 평을 하고 싶을 만큼 잘 쓰였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현장감'이다. 그동안 언론과 서적 등을 통해 막연하게 언급된 큰 흐름의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각각의 분야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현장을 누비며 직접 취재하고 조사한 결과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정말 이런 정도야?'라는 탄성을 지르게 되고, 까딱 잘못하면 우리 경제가 엄청난 위기에 빠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밀리언셀러가 된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에 이어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온 국민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추천할 만하다. 모쪼록 많은 분들이 읽어보기를 바라며, 아래에 '지금 우리가 이런 식으로 대응하다가는 큰일 나겠다'라고 느낀 부분이 있어 요약 소개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허물어진 남해안 조선 벨트의 꿈

한국 최고의 달러박스였던 조선산업은 지금 수조 원대의 적자로 신음하며 위기에 처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중국을 봐야 했다. 투자에 매달리기보다는 완성 배 업체와 기자재 회사 간 공급 사슬을 정비하고, 그 돈으로 부품 기술개발에 매진해야 했다. 정부는 중국 시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해 정책을 수립하고, 정보를 제공해야 했다.

한국 정부는 위기가 터졌다 싶으면 대책회의라는 걸 한다. 그러고는 어느 분야를 육성할지를 고르고, 돈을 푼다. 그러나 그건 산업을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이는 것이다. 기업은 기술을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개선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정부 돈 따먹는 재미로 일을 벌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유로운 경쟁을 방해할 뿐이다.

정부는 기업이 경쟁하고, 그 과정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중국 산업이 어디로 가는지 연구해서, 기업에 길을 제시해야 한다. 베이징 주중대사관 경제공사, 산업통상자원부 파견 영사는 폼 잡으라고 있는 자리가 아니다. KOTRA는 높은 사람 뮈시라고 있는 기관이 아니다. 그들에게 시장을 연구할 시간을 줘야 한다. (p148~150)

밸류 체인을 원점에서 다시 짜야

중국의 세계적인 IT 가전업체 TCL과 인연을 맺은 우리 벤처기업이 있다. 아이카이스트(i-KAIST)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플렉시블 터치패널을 개발했다.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으로 만든 휘는 터치패널로 TV메이커들이 눈독을 들이는 기술이다.

한국은 차세대 TV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업을 2개나 갖고 있다. 삼성과 LG다. 그런데 아이카이스트가 대규모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는 국내 기업이 아닌 TCL이다. 이 회사에 TV용 터치스크린 모듈과 스마트폰의 휘는 디스플레이를 공급한다. 2014년 말 연간 5,000억 원대, 최소 5년 동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대박이다. 두 회사는 부품공급 외에도 신제품 개발을 공동으로 연구하기로 약속했다.

아이카이스트는 왜 한국이 아닌 중국 기업과 손을 잡았을까? 이 회사를 취재한 <중앙일보> 최준호 기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대기업 폐습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 실무자들은 아이카이스트에 '신생기업을 키워주는 거니 우리에게만 독점 공급해야 한다'거나, '100만 원대 65인치 터치스키린 모듈을 30만 원대에 납품하라'고 요구하기 일쑤였다." 

한마디로 날로 먹겠다고 달려든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갑질'이다. 한국 업계의 생태계는 그만큼 일그러졌다. 최준호 기자는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TCL은 달랐다. 아이카이스트 측이 2014년 7월 TCL 구매 실무자에게 이메일로 부품공급 의향을 밝히자 곧바로 최고위층까지 보고했다. 그리고 한 달 뒤 TCL  사장이 5명의 실무자를 대동하고 직접 찾아와 실사 후 협의를 진행했다. 터치스크린 공급가도 제값인 100만 원대를 보장했다. 부품공급 협약식까지 걸린 시간은 단 3개월에 불과했다. TCL은 아이카이스트 전담 특별팀을 신설하고, 임원을 수차례 한국으로 보내는 등 공을 들였다."

아이카이스트 이야기는 '중국 보너스 상실의 시대'에 우리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한.중 FTA 시대, 이제 '서플라이 체인'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P172~175)

[ 글: CnE 혁신연구소 곽숙철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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