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다음엔 IoB…15년내에 뇌과학 혁신온다

6년 이끈 LG유플러스 떠난 이상철 前부회장

  • 이선희,이경진 기자
  • 입력 : 2015.11.29 18:32:47   수정 : 2015.11.30 08: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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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가 '이젠 장사 좀 된다'는 생각을 할 때가 가장 무섭죠. 경영자가 현실 안주 유혹에 빠질 때 바로 내리막길이 시작됩니다."

30년간 현장을 지킨 한국 통신 업계 대부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67)을 서울 성수동 자택에서 만난 날은 지난 26일. 날씨가 영하로 뚝 떨어지며 바람은 찼고 비까지 왔다. 이날 LG그룹은 변화와 혁신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며 예상 밖 큰 폭의 그룹 인사를 발표했다. 이 인사로 그는 6년간 이끌었던 LG유플러스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 전 부회장은 성수동 자택에서 특유의 온화한 얼굴로 사퇴의 변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태어날 때는 나 혼자 울고 죽을 때는 남이 우는 게 좋은 인생이라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한다면 (LG 재직 기간이) 성공적인 게 아닌가 싶어요. 정점일 때 내려오는 게 어렵지만, 정점에서 내려왔다는 게 참 감사합니다."

잠시 한 곳을 응시하던 그는 "지난 6년간 신명나게 일했다. 이 나이에 정열과 혼을 다 바쳤다"면서 "직원들과 함께 만들어간 시간은 큰 행운이었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가 LG유플러스 수장으로 보낸 지난 6년은 지난한 과정이었다. '만년 3등'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국내 최초로 LTE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계 최초 VoLTE 상용화, 국내 최초 무제한 요금제 발표 등 '최초' 행보를 계속 이어갔다. 덕택에 LG유플러스 매출은 2010년 8조5000억원에서 작년 11조원으로 늘었다. 통신사 수익성을 나타내는 가입자 1인당 평균 매출(ARPU)은 작년 1위(3만6157원)를 달성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장사 좀 된다'는 생각이 들 때다. 경영자가 현실 유혹에 빠질 때 바로 내리막길이 시작된다"면서 "기업의 생명력은 성장 가치, '포텐셜(잠재력)'에 있다. 본질을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혁신은 필연적 선택이었다. 그가 고안한 'S커브론'은 이를 뒷받침한다. 기업은 'S'자처럼 성장과 침체를 반복한다는 내용이다. 이때 성장의 변곡점을 가져다주는 것은 기술이다.

이 전 부회장은 "통신 산업은 3G에서 4G LTE로 넘어오면서 도약했다. LG유플러스도 LTE를 시작하면서 'S커브'를 탔다. 그러나 LTE는 2~3년 안에 끝난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이동통신 업계에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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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S커브'로 그가 주목한 게 사물인터넷(IoT)이었다. 그래서 남다른 애정을 갖고 IoT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덕에 IoT 가입자는 출시 넉 달 새 5만명을 돌파했다. 그는 "홈 IoT를 선점하는 곳이 'S커브'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그의 관심사는 '뇌과학'이다. 뇌 피질 구조, 뇌의 시각 처리 과정을 설명할 때는 눈이 반짝 빛났다.

이 전 부회장은 "인공지능 컴퓨터와 사랑을 나누는 영화 '허(Her)'를 본 적이 있느냐"며 "영화가 현실이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 두뇌 간 연결사회가 15년 안에 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두뇌인터넷(IoB)'이라고 했다. 기계 네트워크인 IoT를 넘어선 개념이다.

이 전 부회장은 "사물 간 연결은 '생각하는 사물 간 연결(IoTH)'로 이어질 것이고 다음은 브레인 네트워크다. 'IoB' 시대가 오면 감정 교류가 가능하고 삶의 질이 혁신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거실 한복판에 걸린 그림을 가리켰다. 처제인 고(故) 한혜영 작가의 추상 작품이라고 했다. 무정형 구도와 강렬한 원색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볼 때마다 마음이 벅차오른다. 세상에는 흥미롭고 놀라운 일이 가득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은 "3개월 동안 앞으로 어떻게 살지 생각만 할 생각이다. 어제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잠이 들었다. 매일을 전쟁처럼 살다 보니 쉬는 게 익숙지 않다"며 웃었다.

지난 27일 이 전 부회장은 마지막으로 출근했다. 용산 신사옥 로비에서 팀장 이상급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회사를 떠났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진정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뗀다"고 마지막 소회를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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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LG유플러스 판매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이상철 전 부회장
■ He is…

△1948년 서울 출생 △1967년 서울 경기고 졸업 △1971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1976년 미국 듀크대 전기공학 박사 △1982년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1996년 KTF 대표이사 사장 △2001년 KT 대표이사 사장 △2002년 정보통신부 장관 △2005년 광운대 총장 △2010년~2015년 11월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이선희 기자 /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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