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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향후 5년 경제 로드맵이 최근 공개됐다. 올 10월 말 베이징에서 열린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五中全會)를 통해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5중전회에서 13차 5개년(2016~2020년) 계획 건의안을 공개하고 주요 내용을 부가 설명했다. 13차 5개년 계획은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에서 확정된다. 시 주석은 앞으로 중국 경제가 최소 6.5% 성장해야 2020년 국내총생산(GDP)을 2010년의 두 배로 키우고, 1인당 주민소득 역시 같은 기간 두 배로 늘리기로 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간 GDP가 10조달러가 넘는 나라 중에서 6% 이상 성장하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후안강 칭화대 국정연구원장) 그러나 중국 경제의 미래를 보는 관전 포인트의 핵심은 성장속도가 아닌 성장방식 전환에 있다. 중국은 향후 5년 수출과 투자 중심의 성장동력을 소비 주도로 바꾸는 성장방식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시장 키우기가 관건인 것이다. 내년 본격 개막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를 맞아 중국을 ‘하나의 시장’으로 끌어안게 된 한국 기업인들에게 중국 소비시장은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장이 될 전망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할인 행사가 열린 11월 11일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중국의 13억 인구 중 중산층이 3억명에 달한다. 어떤 국가와도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소비역량을 갖고 있다”면서도 “중국이 중진국에 진입을 하면서 소비수요가 바뀌고 업그레이드되고 있어 이 같은 변화에 순응하는 게 내수를 확대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 변화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도전과 기회가 된다. 이번 당 대회에서 심의한 건의안과 시 주석의 설명 등을 토대로 미래 5년 중국 소비시장이 어떤 변화를 겪을지를 온라인 영·유아 농촌 녹색 헬스 등 5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짚어본다. 중국의 한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온라인 쇼핑몰과 결합한 광군제 할인행사를 열고 있다. <사진 : 톈마오 사이트> 1 온라인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운영업체 알리바바가 광군제 하루 동안 올린 매출은 행사를 시작한 2009년 5000만위안에서, 2010년 9억3600만위안, 2011년 33억6000만위안, 2012년 191억위안, 2013년 350억위안, 2014년 571억위안에 이어 2015년 912억위안으로 급증했다. 소비 빅뱅의 진원지가 인터넷이라고 할 만하다. 롯데마트가 2013년 한해 중국 전체 점포에서 거둔 매출(180억위안)은 올해 알리바바 광군제 하루 매출의 19.7%에 불과한 것이다. 광군제 하루만의 얘기가 아니다. 올들어 10월까지 온라인을 통한 소매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4.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소매 매출 증가율(10.6%)의 3배에 달했다. 베인앤컴퍼니는 “지난해 중국 온라인 소비 시장이 2조9000억위안으로 전체 소비시장에서 11%를 차지했다”며 “2020년이면 온라인 소비시장이 10조위안으로 불어나고 비중도 22%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온라인 소비 중에서도 모바일 쇼핑이 급성장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에서 모바일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30%에서 2020년이면 7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광군제 행사에서 모바일 쇼핑 비중은 68%로 지난해(42.6%)보다 크게 늘었다. 온라인 소비의 또 다른 특징은 디지털 싱글 마켓의 가시화다. 올해 광군제 행사엔 한국 미국 등 25개국 5000여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광군제를 세계의 축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중국 내 면세점을 늘려 소비자가 질 좋은 외국제품을 싼 값에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가 보세지역 해외전자상거래 시범구로 지정한 곳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허난성의 정저우와 푸젠성의 푸저우 등 9곳이 지정돼 있다. 푸저우의 핑탄(平潭) 종합실험구는 11월 초 해외전자상거래 보세 시범구를 정식 가동했다. 코스닥등록기업인 뉴프라이드가 정저우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을 읽은 것이다. 보세창고에 수입상품을 쌓아놓고 중국 소비자를 상대로 면세제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도 있다. 기존 중국 소비자의 해외직구(온라인을 통해 해외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행위)에 비해 배송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해외직구가 취약한 AS도 강화할 수 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디지털 싱글 마켓 조성에 의견 접근을 본 것도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온라인 소비 빅뱅을 기회로 활용할 여지가 커질 것임을 예고한다. 유아용품 고르는 중국인 부부 <사진 : 블룸버그> 2 영·유아 2014년 말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인구는 2억1200만명에 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50년이면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현재 15.5%에서 3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공산당이 지난 2013년 11월 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三中全會)에서 부모 중 한쪽이 독자(獨子)일 경우 두 자녀까지 허용하기로 정책을 바꾼 배경이다. 젊은 세대 대부분이 독자이기 때문에 사실상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한 것과 같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전면 폐지는 아니었다. 중국 공산당은 이번에 1가구 2자녀 정책을 전면 시행하는 동시에 인구 고령화에도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구 구조 개선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경제는 이미 ‘루이스 전환점’을 지나면서 농민공(農民工·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으로 대표되는 저임금 근로자가 줄어든 탓에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97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서 루이스(Arthur Lewis)는 생산성이 낮은 농촌의 저임금 노동력이 생산성이 높은 도시의 산업 분야로 유입돼 고성장을 이뤄내지만 일정 시점(루이스 전환점)에 이르면 농촌의 잉여 노동력이 고갈돼 고임금 저효율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1가구 2자녀 정책 시행은 전세계 유아용품 업계에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중국 일간 신경보(新京報)는 이번 정책으로 매년 250만명의 아이가 추가로 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평균 자녀 양육비는 7728위안(약 140만원)에 이른다. 193억위안(약 3조4700억원)의 내수시장이 새로 생겨나는 것이다. 매일유업 아가방컴퍼니 쌍방울 보령메디앙스 제로투세븐 등 한국의 관련 업계도 중국 시장에서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후베이성의 농가 <사진 : 블룸버그> 3 농촌 “호구 제도 개혁을 서둘러 부동산과 가전 소비를 키우겠다”(리커창 총리)는 것이다. 호구제도 개혁은 도시에 있는 2억5000만명의 농민공들이 도시민과 같은 수준의 의료 교육 등의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 이들의 소비 여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 당국은 모든 지방정부에 연말까지 호구제도 개혁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최근 전했다. 중국은 도시화율 산정 기준을 상주인구에서 호구 기준으로 변경해 새로운 도시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5중전회에서는 또 빈곤층이 많은 현(縣)을 2020년까지 모두 ‘빈곤 현’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에는 국가빈곤 구제 개발 사업 대상인 빈곤현이 592곳에 이른다. 2014년 말 7017만명에 이르는 빈곤 인구에 붙은 ‘빈곤’이라는 딱지를 모두 떼겠다는 것이다. 빈곤 인구 감소는 중산층이 두터운 이른바 샤오캉(小康·국민이 모두 건강하고 복지 혜택을 누리는 상태)사회 건설을 가능케 한다.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이 공동부유론(共同富裕論)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는 농촌 구매력 증대로 이어져 농촌 소비시장을 키울 전망이다. 특히 중국 당국은 최근 2020년까지 농촌에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고 관련 영재 100만명 양성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온라인을 통한 소비 진작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농촌에 신소비군단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알리바바 등도 일찌감치 농촌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중국 BYD의 전기자동차 조립 라인 <사진 : 블룸버그> 4 녹색 중국 정부는 이 추세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30년까지 전기자동차 등 신에너지 자동차 시장을 연간 1000만대 규모로 키운다는 내용의 로드맵까지 만들었다고 중국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가 최근 전했다. 중국이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한 중장기 정책 사업인 ‘중국 제조 2025’에 담긴 신에너지 자동차 부분 문건을 보면 중국은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신에너지 자동차 비중을 올 상반기 0.6%에서 2020년까지 15%, 2025년 2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20년에는 연간 100만대, 2025년에는 연간 300만대의 신에너지 자동차가 판매될 것으로 전망됐다. 2030년에는 연간 1000만대 규모의 신에너지 자동차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됐다. 올들어 판매가 위축됐던 중국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판대 대수 기준)으로 올라선 중국은 올들어 신에너지 자동차 시장에서도 미국을 넘어 1위 국가에 올랐다. 하지만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시장의 성장이 외자기업에 기회가 되는 것만은 아니다. 중국 당국이 독자개발한 신에너지 자동차를 육성하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신에너지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비중이 70% 이상 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5년에는 이 비중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중국 당국이 신에너지 자동차 시장에서 자국기업에 유리한 보호주의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은 아직도 자국 내에서 완성차를 생산하는 법인의 외국인 지분한도를 50%가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신에너지 자동차에 대해서는 핵심부품 공장에 대해서도 이 같은 외국인 지분 규제가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전통적인 가솔린 엔진으로 달리는 자동차 시장에서 서방의 선두 기업을 추월하기 힘든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판’이 바뀌는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 육성에 승부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2년 중국 진출 이후 ‘현대속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 중국에서 고속 질주해온 현대자동차가 최근 판매부진을 겪고 있다. 현대차가 속도조절에 들어간 중국 내 판매를 다시 키우려면 신에너지 자동차시장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특히 중국은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 육성을 스마트그리드 및 스마트도시 건설과도 연계한다는 전략이다. 친환경을 기반으로 한 이들 사업은 한국의 자동차 기업과 IT기업 전력회사 등이 손잡고 공략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베이징의 양로원 <사진 : 블룸버그> 5 헬스케어 중국 인구의 고령화가 빨라지는 것도 헬스케어 시장을 키울 전망이다. 2014년 말 65세 이상 인구는 1억37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0.1%를 차지했다. 2050년이면 해당 고령인구가 4억명으로 늘어나 3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노인을 상대로 한 양로서비스 시장이 2010년 1조위안에서 2050년이면 5조위안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언론에서는 중국의 헬스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로 미국(15%) 일본(10%)보다 크게 낮아 발전 잠재력이 크다고 전한다. 건강제품과 미용 등 헬스케어 관련 산업도 급성장세를 탈 전망이다. 광군제에서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을 보면 화장품과 같은 미용 제품과 분유 같은 유아용 제품이 눈에 띈다. 자신과 가족의 외모와 건강을 중시하는 중국 소비자의 헬스케어 소비 흐름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알리바바의 광군제 행사에서 중국 소비자가 구매한 외국산 제품 가운데 1~3위가 압타밀과 뉴트릴론, 벨라미스 등 모두 분유였다. 중국 소비자들이 호주의 분유를 싹쓸이하다시피 해 호주 엄마들이 분유를 사는 데 애를 먹자 호주 정부가 슈퍼마켓에서 분유구매 제한에 들어갔다는 외신 보도가 나올 정도다. ▒ 키워드 : 광군제(光棍節) 란… 이날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상인들은 ‘홀로 빈방을 지키지 말고 나와서 물건을 사면서 외로움을 달래야 한다’고 부추기며 할인 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연례행사로 굳어졌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업체 타오바오(淘寶·C2C)와 톈마오가 2009년부터 이 행사를 선도했고, 심지어 중국에서 ‘쌍11(雙11)’을 상표로 등록하기도 했다. 올해엔 알리바바가 대대적인 오락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전야제를 개최하는 등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마케팅이 달아올랐다. | |||
기사: 오광진 조선비즈 국제부장·중국전문기자 (xiexie@chosunbiz.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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