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비즈니스는 비즈니스… 의사 아니어도 헬스케어 사업 할 수 있다

  • 샌디에이고(미국)=배정원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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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10.31 03:04

    폴 소니어 디지털헬스그룹 CEO

    폴 소니어 디지털헬스그룹 CEO
    3D프린팅 기술이 발달하면 환자들은 자기에게 맞는 타인의 장기를 찾는 대신 새로운 장기를 만들어 몸에 이식할 수 있게 된다. 또 약국을 찾을 필요 없이 집에 있는 3D프린터로 약을 제조해 먹을 수 있다. 병원에 굳이 갈 필요도 없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의사의 원격 진료를 받으면 되고, 평상시 웨어러블(입는 기기)에 저장된 심박수와 체온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스스로 몸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체크해 병을 조기에 발견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 병원과 약국을 기반으로 했던 헬스케어 산업의 모습이 지금과 전혀 달라지는 것이다.

    폴 소니어(Sonnier·46·사진) 디지털헬스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 플랫폼, 빅데이터, 3D프린팅 등 새로운 기술이 더해지는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는 무궁무진하다"고 입을 떼었다.

    소니어 CEO에 따르면 미국 헬스케어 시장은 3조달러 규모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7%를 차지한다. 그중에서 매년 심장 질환과 당뇨에 각각 3120억달러, 3220억달러가 쓰인다. 비만을 치료하는 데는 매년 1900억달러가 지출된다. 소니어 CEO는 "심장병과 당뇨, 비만 등의 질병은 평상시 생활습관에 따라 병이 호전되기도 악화되기도 한다"며 "디지털 기기를 통해 하루하루 생활습관을 바로잡아 질병을 고치는 시장이 앞으로 상당히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니어 CEO는 실리콘밸리 기업을 대상으로 헬스케어 산업에 어떤 기술을 이용하면 좋을지, 헬스케어 산업의 기술을 어떻게 다른 산업에 적용하면 좋을지 등에 대해 컨설팅하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다보스 포럼의 디지털 헬스 글로벌 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헬스케어는 절대적으로 성장하는 산업

    ―헬스케어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지 꽤 됐습니다. 기대만큼 성장했고 성장할 것이라고 보시나요?

    "저는 최근 만나는 사람마다 헬스케어 산업에서 일하라고 조언합니다. 아니면 최소한 헬스케어 산업에 투자하라고 합니다. 헬스케어는 절대적으로 성장하는 분야입니다.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은 앞으로 10년간 5%포인트 이상 늘어날 것입니다. 경제 여건에 관계없이 시장은 확실히 커진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애플 등 기존의 IT업체도 건강과 관련된 기능을 추가하는 것을 참고하세요. 현존하는 사업 중에 '절대적으로 커진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요? 예컨대, 자동차와 비행기만 보더라도, 앞으로 평생 주요 교통수단이라고 확신할 수 있나요?

    특히 앞으로 헬스케어는 디지털 등 기술과 융합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디지털과 헬스케어 융합에 주목해야 합니다. 앞으로 2018년까지 병원과 약국 등 세계 헬스케어 기관의 70%는 애플리케이션과 웨어러블, 원격 진료 등 디지털 기술을 적용할 것입니다. 또 현재 7700개 정도의 글로벌 스타트업이 디지털 헬스 관련 솔루션을 개발 중이고요. 아울러 기업용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인 링크드인에 제가 주도하는 디지털헬스 그룹이 있는데, 3만7000명 정도가 가입해 있습니다. 링크드인 그룹을 통해 저는 한국에 있는 의사와도 헬스케어 신기술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곤 합니다."

    ―현재 어떤 헬스케어 응용프로그램(앱)이 있나요?

    "전 세계적으로 헬스케어 관련 앱은 16만5000개로, 전체 앱 시장의 9%가량을 차지합니다. 헬스케어 앱을 사용하는 이유는 다이어트와 피트니스가 60%로 가장 큽니다. 그리고 금연과 정신과 치료, 명상 등이 20%를 차지하지요. 현재 상용화된 대부분의 앱은 병을 치료하기보다는 예방하는 차원에서 건강관리를 하는 목적이 큽니다. 요즘 미국에서는 '앉아 있는 건 새로운 흡연(sitting is the new smoking)'이라는 말이 유행이에요. 그 정도로 많은 사람이 하루에 자신이 얼마나 걸었는지 체크하고, 만약 오늘 운동량이 어제보다 적었다면, 잠들기 전 조금이라도 움직이려는 노력을 합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있지만, 디지털 기기 덕분에 헬스케어 자체가 훨씬 더 체계화된 것이지요."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망한 디지털 헬스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은 어느 회사인가요?

    "미국에서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원격 의료 회사인 텔라닥(Teladoc)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화 혹은 온라인 화상 통화로 24시간 의사의 진료를 제공하는 서비스인데, 올해 기업공개를 하면서 많은 투자자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1000여명의 의료진이 등록되어 있고, 미국에서 1000만명 이상이 이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미국은 원격 의료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는 환경 여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의사 1인당 환자 수가 평균 300~400명 정도 되고, 땅이 넓기 때문에 병원에 가려면 몇 시간 차를 타고 가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텔라닥은 평균 10분 내로 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고 2002년부터 빠르게 원격 의료 분야를 선점했기 때문에 이미 시장에서 우위에 섰다고 봅니다.

    반면 많은 화제가 되는 헬스케어 웨어러블 업체 핏비트(Fitbit)의 경우 앞으로 사업이 지속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핏비트는 제품을 사고 나서 활용하는 빈도가 낮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아주 비싸지 않기 때문에 호기심으로 한번 구입하지만 막상 집에 두고 쓰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재구매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긴 어렵겠지요. 애플 워치가 상용화되면 핏비트가 설 자리가 없어질 것 같습니다."

    의사 아니어도 헬스케어 산업 진입 가능

    ―헬스케어 사업은 결국은 의료라는 전문 분야입니다. 창업이나 투자가 쉽지 않은 분야가 아닐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 역시 의사나 약사가 아닙니다. 심지어 헬스케어와 관련된 수업을 학교에서 들은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기술자만이 비즈니스를 잘 이해하는 건 아닙니다. 기술 자체에 대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잘 뽑아내는 게 중요하거든요. 즉 이 기술을 어떻게 많은 사람이 쓰게 해 돈을 버느냐가 문제라는 겁니다. 스티브 잡스도 애플이라는 최고의 IT 회사를 만들어냈지만, 그는 엔지니어가 아닙니다. 오히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애플의 모든 제품을 소비자가 이용하기 쉽게, 단순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이지요. 저도 DNA가 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최근 미국의 소비자들이 남녀간 만남을 주선해주는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에서 상대방의 DNA를 궁금해한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또 암이 세포에서 어떤 작용으로 생기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암 환자가 낯선 병원에 입원하기보다는 집에서 텔레스크린 등을 통해 진찰받고 싶어하는 건 압니다. 의술에 뛰어난 의사가 반드시 소비자의 니즈를 잘 아는 것은 아닙니다. 기술은 기술이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새로운 기술을 알아보려는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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