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성공을 무너뜨려야 혁신할 수 있다

입력 : 2015.07.16 08:00

혁신기업의 성공비결 ①

진화론을 창시한 다윈은 “가장 강한 종이나 가장 똑똑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라고 했다. 비즈니스 생태계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이에 적응하는 기업만이 생존하고 성장한다.

한때 글로벌 1위의 위상을 자랑하던 소니, 노키아, 닌텐도 등이 급락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 패러다임은 1960~70년대에는 ‘더 싸게(cheaper)’, 1980~90년대에는 ‘더 좋게(better)’에서 2000년대 이후에는 ‘남과 다르게(different)’로 바뀌어 왔다.

원가에서 품질로, 품질에서 비즈니스 모델로 변해 온 것이다. 이는 원가와 품질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원가와 품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즈니스모델이라는 더 큰 관점에서 사업과 경영을 하는 것이 강조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동일한 기술이나 제품에 대해서도 어떤 비즈니스모델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

페이지(Larry Page)와 브린(Sergey Brin)은 페이지랭크(PageRank)라는 새로운 검색알고리즘을 개발해 1998년에 구글을 설립했다. 이들은 기존의 포털과는 달리 첫 화면에 검색창만 있는 무료 검색서비스와 키워드 경매방식의 수익모델을 개발했다. 그 때 두 사람이 단순히 기술을 라이선싱 했거나 검색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했다면 지금의 구글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산업의 패러다임 바꿔 성공한 애플


	1. 애플은 아이튠즈를 통해 글로벌 음악 팬들이 편리하게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해 성공했다. 2. 샤오미는 소프트웨어를 매주 업데이트하는 차별화를 통해 품질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50% 이하인 ‘값싼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라는 비즈니스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샤오미의 스마트폰.
1. 애플은 아이튠즈를 통해 글로벌 음악 팬들이 편리하게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해 성공했다. 2. 샤오미는 소프트웨어를 매주 업데이트하는 차별화를 통해 품질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50% 이하인 ‘값싼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라는 비즈니스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샤오미의 스마트폰.
비즈니스모델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수익모델, 즉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는가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에 대한 모든 생각이 수익의 창출에만 국한되면, 혁신과 창조를 위한 폭넓은 사고가 제약을 받게 된다.

비즈니스모델은 수익 창출을 포함해 시장과 경영의 더 폭넓은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베스트셀러 중의 하나인 <비즈니스 모델 세대(Business Model Generation)>는 비즈니스모델을 ‘조직이 가치를 창출·전달·획득하는 원리’ 라고 정의한 바 있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비즈니스모델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 가치를 전달하는 활동,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의 통합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비즈니스모델 혁신은 조직이 더 큰 가치를 창출하고, 더 큰 가치를 전달하고, 더 큰 가치를 획득하기 위해 기존사업의 비즈니스모델을 재편하거나 신규사업의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는 일련의 접근방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2012년의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매출액이 가장 많은 회사가 어디일까.

우리나라 사람이 2012년 신용카드 해외결제를 가장 많이 한 회사가 어디일까. 둘 다 애플이다. 2012년 글로벌 디지털 음악시장의 4분의 3을 애플이 점유하고 있었다. 2012년 4분기에 우리나라 사람이 BC카드로 애플에 결제한 금액이 해외의 모든 호텔·레스토랑에서 결제한 금액을 합친 것보다 많은 1억 9000만 달러에 이른다. 이러한 성공 비결을 파악하기 위해 애플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85년 애플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가 1997년에 컴백해 2001년에 아이팟을 출시했을 당시만 해도 MP3플레이어 시장의 리더는 우리나라였다. 1998년 새한정보시스템이 세계 최초의 MP3플레이어인 ‘MP맨-F10’을 출시한 이후 2000년 아이리버가 ‘iMP-100’을 출시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팟의 등장으로 이들 제품은 급속하게 경쟁력을 상실한다. 어떤 사람은 아이팟의 강점을 디자인에서 찾지만 최초의 아이팟이 시장을 뒤흔들 정도의 멋진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아이리버가 MP3 파일을 저장해 음악을 듣는 제품에 불과했다면, 아이팟은 아이튠즈와 함께 글로벌 음악 팬들이 편리하게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것이 진짜 이유일것이다.

아이튠즈는 음악회사들과 제휴해 많은 음악을 검색해서 들어보고, 구매해서 다운로드하고, 아이팟으로 쉽게 옮길 수 있는 사이트다. 편리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아이팟과 더불어 음악산업에 획기적인 비즈니스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이로 인해 CD를 중심으로 한 음악산업이 디지털 음원을 다운로드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면서 급속히 성장했고, 애플이 그 시장을 선도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2001년 사업설명회에서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던 디지털 음악산업의 레시피(Recipe)를 애플이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 레시피가 바로 제품과 콘텐츠, 서비스를 결합한 ‘디지털 허브(Digital Hub)’라는 개념의 비즈니스모델인 것이다.

애플은 아이팟-아이튠즈 비즈니스모델을 아이폰-앱스토어로 발전시켜 2012년 50억 달러의 음악 매출과 함께 앱(43억 달러), 소프트웨어(36억 달러), 전자책·비디오 등을 포함해 총 230억 달러의 콘텐츠 매출을 올렸다. 스티브 잡스가 “더 좋은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달라져야 한다(Better is not enough. Try to be different)”라고 강조했는데, 그 정신이 오랫동안 애플의 슬로건이었던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가 됐다.

이와 같이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을 무기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된 애플이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무장한 두 회사로부터 커다란 도전을 받고 있다. 하나는 2010년에 창업해 2011년 휴대폰을 출시한 후 2013년 애플을 제치고 중국 시장에서 5위에 오른 샤오미(Xiaomi)다. 샤오미는 가치사슬의 주요 단계별로 애플의 단일모델과 앱스토어, 구글의 OS플랫폼, 델의 선주문과 위탁생산, 아마존의 전자상거래와 물류 시스템, 그루폰의 공동구매와 SNS마케팅, P&G의 연계개발(C&D) 등을 벤치마킹해 조화시켰다.

이후 소프트웨어를 매주 업데이트하는 차별화를 통해 품질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50%이하인 ‘값싼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라는 비즈니스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또 하나는 2006년 스웨덴에서 창업해 2011년 미국에 진출한 후 2015년 초에 4500만 무료회원과 1500만 유료회원을 확보한 스포티파이(Spotify)다.

애플이 음악산업의 패러다임을 CD에서 다운로드로 바꿨다면, 스포티파이는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바꾸고 있는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는 광고를 듣는 무료 서비스와 광고가 없는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Freemium)’ 비즈니스모델을 운영한다. 음악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했던 애플은 물론 구글과 삼성전자 등도 이제 스포티파이를 모방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즈니스모델 혁신으로 성공한 코웨이와 골프존


	코웨이는 판매에서 렌털로, 렌털에서 무료로 계속해서 비즈니스모델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코웨이는 판매에서 렌털로, 렌털에서 무료로 계속해서 비즈니스모델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과 2000년에 중소기업으로 출발해 현재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코웨이와 골프존이 바로 사업을 비즈니스모델의 관점에서 접근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코웨이의 초기 비즈니스모델은 방문판매였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외환위기를 맞아 매출이 급감하자 코웨이는 ‘판매에서 렌털로’ 비즈니스모델을 전환시켰다. 대당 100만원이 넘는 정수기를 파는 것보다 10만원의 보증금과 월 2만6000원의 렌털 요금을 부담토록 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환영받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10만대의 정수기가 소비자에게 제공됐고, 1997년 11억원의 적자는 1998년 30억원의 흑자로 반전됐다. 2009년에는 외환카드와 공동으로 페이 프리(pay free) 카드를 선보였다. 보통카드를 사용하면 포인트가 쌓이는데, 사용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외환카드는 코웨이 제품의 렌털 비용을 대신 납부해 주는 카드를 신규로 만들었다. 코웨이 입장에서는 ‘렌털에서 무료로’ 비즈니스모델이 전환된 셈이다. 이 카드는 발급한 지 4개월 만에 6만장 이상이 발매됐다. 신규카드를 발급할 경우에 통상 모집인에게 5만원 정도의 수수료가 지급된다고 하니, 외환카드 입장에서는 약 30억원의 비용을 절감한 셈이다. 아울러 코웨이도 그만큼 신규수요를 창출한 것이다. 이처럼 코웨이는 판매에서 렌털로, 렌털에서 무료로 계속해서 비즈니스모델을 업그레이드시켜 나갔다.


	골프연습장을 대상으로 시뮬레이터를 판매하던 골프존은 ‘스크린 골프장’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었다.
골프연습장을 대상으로 시뮬레이터를 판매하던 골프존은 ‘스크린 골프장’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었다.

골프존은 2년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2002년에 제품을 출시했다. 초기 비즈니스모델은 골프연습장을 대상으로 시뮬레이터를 판매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골프연습장에서의 시뮬레이터는 보조도구일 뿐이다. 이를 핵심도구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끝에 ‘스크린 골프장’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탄생했다.

스크린 골프장을 개설하는 창업주에게 제품을 납품하고 프로그램도 깔아주고 A/S도 확실하게 하면서 사업을 키워나갔다. ‘단순 판매에서 지속적 거래로’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었다. 골프존은 2006년에는 ‘네트워크에 의해 제어되는 골프 시뮬레이터 장치’로 특허를 받았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골프존 라이브 토너먼트라는 온라인 골프대회가 가능해졌다. 경기 기록에 따라 본인의 랭킹, 상금순위가 나오자 더 많은 사람들이 골프존을 찾았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했다.

온라인 회원을 위한 이력관리 및 랭킹시스템을 구축하고 클럽 추천 시스템까지 연결시켰다. 서울, 부산 등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 라운딩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특정 기업이 요청하면 첫 홀부터 마지막 홀까지 그 회사의 광고판을 노출시키는 비즈니스모델도 추가했다.

이처럼 골프존은 단순히 기기를 판매하는 것을 뛰어넘어 스크린 골프(하드웨어)시장에 집중하는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었고, 이후 네트워크 서비스(소프트웨어)를 강화하는 모습으로 비즈니스모델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비즈니스모델은 기술·프로세스·제품에 비해 널리 활용되지 못한 혁신의 원천이고, 쉽게 복제하기 어려운 차별화의 원천이고, 경영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경쟁력의 원천이다.

그러나 아무리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이라고 해도 기술이나 제품과 마찬가지로 머지않아 모방이 나타나거나 진부해진다. 따라서 애플,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를 비롯한 많은 혁신기업들은 ‘우리는 항상 베타(Always in Beta)버전’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비즈니스모델을 개선하고 혁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베타버전(Beta Version)은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가 출시되기 전에 일반인에게 무료로 배포해 시장의 반응을 살피고, 오류를 수정해 최종제품에 피드백하기 위한 단계의 제품을 말한다.

성과 본격화되면 다음 단계 모델 구상해야

기존 비즈니스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될 때에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개발에 착수하는 것은 너무 늦은 일이거나 또는 하기 힘든 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비즈니스모델이 본격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그 시점부터 다음 단계의 비즈니스모델을 구상해야 한다. 그리고 그 비즈니스모델이 쇠퇴기에 접어들거나 경쟁력을 상실하기 전에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전환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야 한다.

히말라야 고산등정에서 발생하는 추락사고의 48%는 정상을 정복한 직후에 발생한다고 한다. 애플이 아이폰을 판매하기 시작했던 2007년 노키아는 역사상 가장 많은 600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해 49.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8년부터 급속하게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스티브 잡스는 “스스로 잠식하지 않으면 잠식당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을 출시하면 아이팟이 안 팔리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아이폰의 개발과 출시를 주저했다면, 다른 회사가 그것을 했을 것이고, 애플은 세계 최고의 회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수많은 혁신과 도약의 출발점은 지금 성공하고 있는 것을 와해시키는 것이다.

모든 기업은 매년 아직도 현재의 비즈니스모델이 유효한지, 이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를 검토하고, 늦기 전에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적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즈니스모델 혁신은 전략부서나 전략담당자에 의한 전문적이고 주기적인 업무가 아니라 모든 부서와 모든 조직구성원에 의해 전사적이고 일상적인 업무로서 추진돼야 할 것이다.

필자는 독자에게 “당신은 어떠한 전략적 도구를 사용하는가”라는 마지막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가지고 있는 도구가 해머밖에 없는 사람은 모든 것을 못처럼 두드린다는 말이 있다. 어떤 때는 박아야 하지만 어떤 때는 뽑고 어떤 때는 구부리고 어떤 때는 잘라야 한다. 비즈니스도 그런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원가가 중요할 때도 있고 품질이 중요할 때도 있지만 비즈니스모델이 중요할 때도 있다. 비즈니스모델 혁신이 만병통치약은 아닐지라도 우리나라 기업에게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줄 수 있는 전략적 비결인 동시에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현재의 성공을 무너뜨려야 혁신할 수 있다

박대순(좌)
비즈니스디자인포럼 대표
fordavid@naver.com)
신현암(우)
삼성경제연구소 자문역
hyeonam.shin@samsung.com

/ 이코노미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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