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을 ‘돌연변이’로 만드는 터치와 이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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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이쯤이면 한국 축구계 토양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돌연변이’라는 표현도 아깝지 않다. 긍정적인 의미이고 특별한 찬사다. 지금까지 이런 유형의 한국 선수는 찾기 힘들었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축구의 자랑 손흥민이 15일(한국시간) 독일 레버쿠젠 바이 아레나에서 열린 볼프스부르크와의 2014-2015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1라운드 홈 경기에서 홀로 3골을 폭발시켰다. 지난 시즌에 이어 두 번째 해트트릭 작성이었다. 손흥민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팀은 4-5로 패했다. 아쉬운 결과가 됐으나 오히려 레버쿠젠의 무능이 손흥민 개인을 더 빛나게 했다.

0-3으로 뒤지고 있던 암울한 상황에서 손흥민의 원맨쇼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후반 12분 벨라라비의 슈팅을 골키퍼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자 집중력을 가지고 달려들면서 툭 밀어 넣어 첫 골을 뽑아냈다. 포기하지 않는 근성, 골키퍼가 공을 제대로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센스가 만들어낸 골이다. 2번째 골과 3번째 골은 손흥민의 클래스를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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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골이 나오고 5분 뒤 손흥민은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롱패스를 환상적인 퍼스트 터치에 이은 감각적인 슈팅으로 연결해 추가골을 만들었다. 오른발 안쪽으로 공을 잡아내던 트래핑 하나가 그대로 수비수를 따돌렸다. 기막힌 터치였다.

그리고 곧바로 오른발 바깥쪽으로 힘을 빼고 슈팅, 골키퍼의 손을 피해 골문을 열었다. 오프사이트 트랩에 빠뜨리려던 상대 수비 라인의 움직임을 잘 파악해 절묘하게 쇄도하던 타이밍도 일품이었다. 해트트릭을 완성시키던 3번째 골은 손흥민의 전매특허 같은 골이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손흥민은 박스 안으로 들어서며 오른발로 공을 접어 수비 한 명을 제쳤고 그대로 강력한 왼발 슈팅을 구사해 골망을 흔들었다.

볼프스부르크전을 통해 손흥민은 자신의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끼워 넣었다. 독일 진출 이후 최다 골 경신이다. 지난 2시즌 동안 12골을 넣었던 손흥민은 이날 3골을 추가하면서 2014-15시즌 14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분데스리가에서 8골을 터뜨렸고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5골 그리고 DFB 포칼에서 1골을 넣었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 있어 20골 돌파도 무리는 아니다.

차붐 열풍을 일으켰던 차범근 이후 지금껏 어떤 대한민국의 공격수도 유럽 무대에서 이 정도의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성실함과 이타적인 플레이로 자신만의 입지를 다진 박지성과 이영표와는 또 다른 케이스다. 손흥민이 기존의 한국 선수들과 다른 것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월드 클래스급 ‘터치’이고 또 하나는 건강한 ‘이기심’이다.

이제 공격수들에게는 작은 틈과 타이밍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잠깐 지체하면 압박이 들어오고 트래핑이 조금만 불안해도 빼앗길 것을 각오해야한다. 때문에 퍼스트 터치는 공격수들에게 점점 더 중요한 덕목이 되고 있다. 터치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한다.

패스를 받는다는 1차적인 개념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터치 하나로 수비를 따돌릴 수도 있어야하고 터치 하나로 좋은 슈팅 포인트를 잡는 또 다른 패스를 만들어야한다. 그것이 가능해야 클래스가 다른 공격수가 될 수 있는데, 손흥민이 볼프스부르크전에서 보여준 두 번째 득점이 그러했다. 골키퍼의 움직임을 보고 가볍게 밀어 넣던 센스도 박수가 절로 나온다.

세 번째 골은,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마치 수비수가 없는 것처럼 과감하게 치고 들어가 직접 슈팅으로 연결하던 모습은 쾌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자신감이었다. 수비수 한 명만 앞에 있어도 주눅이 들어 옆으로 뒤로 꽁무니를 빼거나,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의 비난이 두려워 패스할 곳을 찾던 모습들과는 달랐다. 건강한 이기심을 가진 흔치 않은 대한민국의 공격수다.

호날두나 메시급 선수를 바라지는 않았으나 대한민국에도 화끈한 공격수가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많은 축구 팬들의 머리에 있었을 것이다. 이제 손흥민이 점점 답에 가까워지고 있는 느낌이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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