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하되 너그러워야 사람의 마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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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31 03:03 | 수정 : 2015.01.31 11:19
[이한우의 大學衍義 리더십]
- ▲ 이한우 문화부장
고요는 우왕의 정치도 보좌했는데, 진덕수는 '대학연의(大學衍義)'에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탁월한, 사람 보는 법[觀人之法]으로 고요가 제시한 아홉가지 원칙[九經=九德]을 든다. 고요는 먼저 우왕에게 뛰어난 임금이 되려면 사람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하고[知人] 백성들을 편안케 해주어야 한다[安民]고 말하고서 사람을 제대로 보는데 필요한 아홉 가지 원칙을 풀어놓는다. 이는 오늘날에는 최고지도자 뿐만 아니라 사람을 써야 하는[用人]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척도라 하겠다.
이 아홉 가지는 무엇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실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결국 속마음을 알려면 그 행실을 통해 미루어 헤아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첫째 너그러우면서도 엄정해야 한다[寬而栗]. 이는 그 반대도 가능하다. 타고난 성품이 너그러우면 엄정함으로 보완해야 하고, 반대로 타고난 성품이 엄정하면 너그러움으로 보완해야 한다. 진덕수는 "이 두 가지가 서로 보완해 가면서 혼연일체가 되어 어느 한쪽도 버릴 것이 없게 된 연후에야 그 사람의 다움[德]으로 자리잡는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마구 뒤섞으라는 말이 아니다. 앞서 우리는 중용이 어쩡쩡한 중간치나 균형이 아님을 보았다. 적중하여[中] 오래가는 것[庸=常]이 중용이다. 이미 '논어'에서 공자는 다움을 이루는 유일한 방법이 중하고 용하는 것임을 제시했다.
"적중하여[中] 오래가는 것[庸=常]이 다움[德]을 이루어냄이 지극하구나! (그런데) 사람들 가운데는 중하고 용하는 것을 오래 지속하는 이가 드물다."
이 말을 적용하면 너그러움과 엄정함 중간 쯤에 중용이 있는 것이 아니다. 너그럽되 한없이 너그러우면 물러터지게 되니 엄정함으로 일정 지점에서 잡아줘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적중해야 할 도리[中道]를 잡아 쥐는 것이다. 그 역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고 그냥 막연히 중간쯤 어디에 있겠거니 하면 너그럽지도 않고 엄정하지도 않은 잡스러운[雜] 지경으로 빠지게 된다. 너그러우면서도 엄정한 순수한[純] 지경에 (오래) 머무는 것이 중하고 용하는 것이다.
나머지 여덟가지는 다 중용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둘째는 부드러우면서 꼿꼿해야 한다[柔而立]' 셋째는 질박하면서도 공손해야 한다[愿而恭]. 왜냐하면 질박한 사람들은 공손을 자칫 아첨하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넷째는 다스리는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삼가야 한다[亂而敬]. 여기서 난(亂)은 어지럽다는 뜻이 아니라 정반대로 어지러움을 평정한다는 뜻이다. 다섯째는 유순하면서도 과단성이 있어야 한다[擾而毅]. 여섯째는 곧으면서도 따스해야 한다[直而溫]. 일곱째는 털털하면서 예리해야 한다[簡而廉]. 여덟째는 굳세면서도 독실해야 한다[剛而塞]. 마음이 굳센 사람은 대체로 은근히 오래 지속하는 경우가 힘들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힘이 세면서도 의리를 따르는 것[彊而義]이다.
진덕수의 도움말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 다움[德]을 갖고 있다고 말할 때 이는 반드시 그 사람이 일을 실제로 행하는 것이 어떠한 지를 살피는 것이다. 왜냐하면 다움은 일의 근본이고 일이란 다움이 (겉으로) 베풀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보는 중요한 관건은 일[事]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진덕수는 "많은 사람들은 '저 사람은 다움은 있는데 일은 제대로 하지를 못한다'고 말들 하는데 그렇게 되면 그 다움이라는 것은 실로 허망한 말일 뿐이다"고 말한다. 즉 저 사람은 착한데 일은 못한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선(善)은 착하다는 뜻이 아니라 잘한다는 뜻이다. 선인(善人)을 유능한 사람이 아니라 착한 사람으로 옮기고 있는 우리 학계의 눈으로는 지금 진덕수의 말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조선에도 사람 잘 보는 것으로 유명했던 재상이 있다. 명종과 선조 때의 정승 이준경(李浚慶)이다. 그의 호가 동고(東皐)인데 이는 고요(皐陶)에서 따온 것이다. 동방의 고요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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