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1등 富國(1인당 GDP 세계 1위) 룩셈부르크의 비결… "공무원은 乙, 기업이 甲"

  • 룩셈부르크=이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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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09.23 01:28

    -'안 된다'는 말은 안하는 공무원
    기업 민원은 당일 해결 원칙… 휴가 중에도 스마트폰 받아 '3자 통화' 연결해 문제 해결

    -한 부서에서 10년 이상 근무
    외국 기업 실무자 이름 외우고 매월 방문해 "문제없나" 점검… 나중에 "해결됐나" 확인까지

    -2차 대전 후 한번도 파업 없어
    저금리 대출에 파격 세제혜택… 비용줄인 기업은 高임금 정책

    2년 전 룩셈부르크에 입주한 한국 1위 게임업체 넥슨의 유럽본부인 '넥슨유럽'. 1년 전 인터넷망에서 디도스 공격이 우려되는 문제를 발견했다. 넥슨유럽의 김모 팀장은 곧장 룩셈부르크 경제부 담당 호메인 푸아쥬 국장에게 전화했다. 휴가 중이던 푸아쥬 국장이 전화를 받은 곳은 프랑스 남부 해변 휴가지. 푸아쥬 국장은 "3자 콘퍼런스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며 인터넷을 운영하는 통신회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디도스 공격이 우려될 만한 인터넷 문제는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해결됐다. 김 팀장은 "룩셈부르크 공무원들은 애로사항을 이야기하면 발 벗고 나서 문제를 해결해준다. 지금까지 공무원들로부터 '안 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초창기 20명에 불과한 넥슨유럽의 인력은 최근 80명을 넘었고, 넥슨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로 올랐다.

    
	17일 유럽 룩셈부르크에 입주한‘넥슨유럽’의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인구 45%가 외국인… 국적 아닌 기업정신으로 뭉쳐 - 17일 유럽 룩셈부르크에 입주한‘넥슨유럽’의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룩셈부르크 공무원들의‘을(乙) 마인드’에 끌린 넥슨은 2012년 유럽 본부를 이곳에 설립했다. /룩셈부르크=이신영 기자
    인구는 54만명, 면적은 서울의 4배 수준에 불과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1만573달러로 세계 1위 부자 나라인 룩셈부르크. 이 작은 나라에 글로벌 1위 인터넷 전화회사 스카이프, 아마존, 페이팔, 애플 아이튠스 등 유럽 지역을 관할하는 유럽본부가 들어서면서 룩셈부르크는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뜨고 있다. 기업의 원활한 비즈니스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하는 공무원들의 '을(乙) 마인드'가 성공의 핵심 포인트다.

    ◇기업 민원은 당일 해결이 원칙

    룩셈부르크 공무원들은 기업들을 갑(甲)으로 떠받든다. 룩셈부르크 경제부의 파트리치아 루체타 국장은 "전화 벨소리가 3번 울리기 전에 전화를 받고, 웬만하면 당일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말했다. 룩셈부르크에 입주한 국내 기업 삼화스틸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현지 진출 기업 실무자들의 이름까지 외우고, 한 달에 한 차례씩 꼭 방문해 '애로사항이 없냐'고 물어본다"며 "나중에 문제가 해결됐는지 확인하는 애프터서비스까지 확실하다"고 했다.

    정부 부처에서 임기가 있는 장관만 바뀔 뿐, 실무자들은 10년에서 30년까지 담당 분야 업무를 계속해 전문성이 탁월하다. 2년 전 다른 유럽 나라처럼 공무원 순환보직제 도입을 고려했지만, 담당자가 자주 바뀌면 현지 기업들의 부담만 커진다는 판단으로 제도 도입을 접었다. 이와 관련, IT 산업 분야만 30년 담당한 장폴 헹겐씨는 "기업들은 정부에서 한 사람의 얼굴만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원하면 단 며칠 만에 총리·부총리급과 '면담'을 할 수 있다. 유럽 진출을 준비하던 넥슨을 유치할 때 룩셈부르크의 왕자는 직접 국내 넥슨 본사를 두 번이나 찾아왔다.

    
	룩셈부르크 경제지표.
    ◇세제 혜택 누리며 파업 걱정 없어

    기업들이 느끼는 룩셈부르크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다. 벨기에 등 이웃 유럽 국가들은 법인세율이 30% 이상, 부가가치세율이 20%에 육박하지만 룩셈부르크는 법인세율이 28%, 부가세율이 15% 수준으로 낮다. 또 지식재산권으로 발생한 소득의 80%를 세금에서 공제해준다. 특히 1970년대부터 금융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금융사 자회사 설립 시 자본금 납입 의무 폐지, 양도세 폐지 등을 내걸고 외국계 금융회사를 적극 유치했다. 그 결과 147개 외국계 은행이 입주했고, 매년 3000여개의 기업이 새로 설립되고 있다. 작년 한 해 룩셈부르크 소재 은행들이 벌어들인 순이익만 36억유로(약 4조8151억원)에 달한다. 지난 15년간 창업 기업 10곳을 글로벌 기업 등에 매각한 창업인큐베이터 '테크노포트'의 비아시오 대표는 "국가 신용등급은 최고등급(AAA)이기 때문에 저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들이 1~2%의 낮은 금리로 창업자금을 대출해준다"고 말했다. 로버트 데나왈드 룩셈부르크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기업들이 각종 세제 혜택 덕에 비용을 줄여 고임금 정책을 펴기 때문에 2차 세계대전 이후로 파업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했다.

    현지 기업들이 말하는 또 다른 강점은 인구의 45%가 외국인이란 점이다. 룩셈부르크엔 프랑스·벨기에·독일 등에서 매일 15만명이 국경을 넘어 출퇴근한다. 룩셈부르크어·독어·불어·영어 등 기본 4개 국어를 구사하는 고급 인력이 넘쳐난다. 넥슨유럽 관계자는 "직원 한 명이 4~5개 국어를 하기 때문에 유럽 전역의 고객들과 문제없이 상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화스틸의 조일환 부회장은 "룩셈부르크에 대학이 3년제 대학 한 곳밖에 없어 매년 수천명씩 프랑스 등 해외 대학으로 진학하며,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일하는 것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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