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앱이 바꾼 현재와 미래

앱 포함한 IT서비스는 비즈니스 모델 크게 바꿔
사용자 편리성 강화 다양한 앱 개발 가속도
TV제조사에게도 위협 앱차별화로 경쟁력 높여야 

입력: 2014-09-04 18:58
[2014년 09월 05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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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앱이 바꾼 현재와 미래

얼마전 대학 동기들과 모임을 가졌다. 연락을 담당해야 하는 총무 입장에서는 종전의 이메일이나 휴대전화를 사용할 필요 없이, 가장 많이 쓰는 채팅/메신저 앱에다 모임방을 만들고 한 번에 연락 장소와 시간을 통보하면 되었다. 더욱이 참석을 하겠다든지 2차에만 오겠다든지 실시간으로 답장이 날라와서 편리했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우는 이와 같은 앱이 등장한 것은 4 년전이다. 그때만 해도 문자 서비스의 확장판 정도로 생각되던 이러한 앱들이 이후에 대화에 덧붙이는 캐릭터, 선물하기 등의 메신저 부가기능에 더해 게임, 쇼핑 등을 기반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다. 더욱이 하나가 아닌 두 개의 앱이 서로 경쟁하면서 각각 글로벌 가입자 1억명을 돌파하였으니 우리나라 IT 산업을 위해서는 정말 바람직한 일이다. 최근에는 금융기관과 손을 잡고 이러한 앱을 통해 돈을 주고 받는 서비스도 도입할 계획이라니 앞으로는 동문회비도 별도로 송금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채팅/메신저 앱 말고도 최근에는 정말 많은 일들이 스마트 폰으로 해결이 된다. 종전의 웹검색, 지도, 내비게이터 등 정보검색/제공뿐만 아니라, 지하철이나 택시 요금 결제시 교통카드나 신용카드 대신 스마트폰을 갖다 대고, 항공사, 백화점, 주유소 등의 각종 마일리지 서비스의 통합 앱이나 현금영수증 앱도 깔려있으니 바코드기 앞에 스마트폰을 들이밀면 그만이다.

지난 동기 모임에서는 최근에 이순신 장군에 관한 영화 때문에 몇 십년만에 영화관을 갔다는 친구가 있었다. 또 정도전에 관련한 드라마가 끝나서 주말이 무료하다는 친구도 있었다. 반면에 웹사이트의 VOD 서비스나 IPTV를 쓸 줄 아는 디지털 친화적인 친구들은 이런 친구들에게 아직도 영화관이나 정시에 방영되는 드라마만 보느냐며 면박을 줬다. 최근에는 5만원 남짓의 라이터만한 단말기를 TV에 꽂고 앱을 작동시키면 스마트폰의 사진이며 채팅은 물론 동영상까지 TV로 실시간으로 무선 전송이 되는 캐스트 서비스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으니 다음 모임에는 캐스트 서비스를 쓰면 이런 점이 좋더라고 자랑하는 친구도 나타날 것 같다.

IT 강국이라는 한국보다도 외국에서 더 발전된 앱도 많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주변의 골프장을 찾아주고 요금, 할인여부를 보여주고 예약을 해주는 앱도 널리 쓰이고 있고, 중국의 경우는 주변의 빈 택시를 찾아 호출하는 앱이 널리 쓰이고 있다. 필자의 경우 유럽 출장시 주변의 식당을 검색하는 것은 물론 식당의 메뉴, 평판 등을 확인하고 예약까지 해주는 앱이 널리 쓰이고 있었고 사용해보니 매우 편리했다.

스마트폰에서의 앱을 포함한 IT 서비스는 소비자의 수요와 개발자 (또는 사업자)의 비즈니스 모델은 물론 제도와 관련 경제·사회적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식당의 예약문화가 유럽처럼 널리 보급되지 않았고, 골프장의 개수와 종류가 미국처럼 많거나 다양하지 않아서 관련 앱이 잘 발달하지 않았을 것이다.

몇 백만명 몇 천만명이 사용하는 앱은 사업과 사회를 변화시킨다. 캐스트 서비스의 경우도 사용자의 편리성과 TV 이용의 다양성을 가져다 주는 동시에, CATV사업자, 케이블제조사 등에게 위협이 된다. 캐스트 서비스가 널리 보급되면 지상파 TV 수신기능이 없는 모니터를 사겠다는 사람들도 나타날 터이니 장기적으로는 TV제조사업이나 지상파TV사업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동기 모임의 연락을 담당하면서 30여명 친구들 중 아직도 피처폰을 고집하여 앱을 거부하는 친구들이 몇 명 남아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마지막 낭만주의자라고 주장하지만, 총무 입장에서는 이들을 위해 따로 이메일이나 전화 또는 문자로 알려주어야 하니 반갑지는 않은 일이었다.

세상은 소리 없이, 그러나 빠르게 변하고 있다. 90년대 말 미국에서 휴대폰(당시에는 당연히 피처폰) 광고를 하면서 유선전화기를 고기 다지는 부엌용품으로 사용하는 TV광고를 본 적이 있다. 지금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TV, 내비게이터, 피처폰이 90년대 유선전화기 같은 역할로 광고에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희상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기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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