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두려워마라" 구글 DNA 받은 엔지니어들 세계IT 주도
한국에선 IT인재를 하도급 인력으로 대우…성장기회 막혀
"혁신·SW서비스문화 배우자" 삼성전자도 전직 구글러 영입
기사입력 2014.08.24 17:56:36 | 최종수정 2014.08.25 10: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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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재사관학교 구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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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진 전 구글코리아 사장은 최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VD) 부사장으로 이직해 다음달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가전전시회(IFA) 행사를 준비 중이다. 구글에서 쌓은 소프트웨어ㆍ서비스 분야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VD사업부에서 스마트TV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 부사장은 "IFA를 기점으로 유럽과 전 세계 소비자에게 삼성 TV에서 최고의 화질로 최고의 스마트TV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 부사장 외에 상무급 인사도 구글에서 스카우트했다.

삼성전자가 전직 구글러들을 스카우트한 이유는 각 분야에서 인재를 데려온다는 것 외에 구글의 혁신 문화, 소프트웨어 서비스 중심 문화를 배우고자 함이다.

이처럼 한때 인재의 블랙홀이었던 구글은 이제 정보기술업계 인재 `사관학교`가 돼 각계로 핵분열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구글 디아스포라(각국에 흩어진 이주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머리사 메이어는 야후에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돼 야후를 바꿨으며, 셰릴 샌드버그는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페이스북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최근 구글 부사장 출신 휴고 바라는 중국 샤오미로 영입돼 글로벌 샤오미 돌풍을 이끌었다. 최근에도 니케시 아로라 부사장이 소프트뱅크 부회장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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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구글이 관료화되면서 더 큰 기회를 얻기 위해 구글에서 나간 인사도 많다. 권중헌 KOTRA IT사업단장(전 실리콘밸리 관장)은 "구글은 인재를 빨아들이고 구글에서 나온 인재들이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구글러들이 새 회사에서 구글에서 하던 일들을 적용해 혁신 문화가 확산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글 인재들이 나가서 퍼뜨린 혁신 문화는 곳곳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아침ㆍ점심ㆍ저녁 할 것 없이 직원이라면 누구든지 공짜로 사내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공짜 점심(Free Meal)`제도가 대표적이다. 구글의 영향을 받은 수많은 실리콘밸리 내 회사들은 프리밀을 제공한다. 페이스북과 야후도 구글의 이런 문화를 도입해 임직원의 만족도를 높였다. 이후 징가, 트위터, 넷플릭스, 링크트인도 이 제도를 도입했다.

프리밀은 밤낮 없이 일하는 엔지니어들에게 식사 걱정 말고 일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들이 사내에서 식사를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서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것은 프리밀이 갖는 가장 큰 가치다. 근무시간 중 20%를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에 사용하도록 지원해주는 20% 타임제도를 통해 구글은 지메일, 구글맵스와 같은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 페이스북은 `해커톤`, 트위터는 `핵위크` 등으로 구글의 20% 타임 제도를 벤치마킹했다.

금요일 퇴근 직전, 직원들이 카페에 모여 회사의 사업 성과를 청취하는 TGIF 제도는 구글의 수평적 의사결정의 정수다. 구글 경영진은 카페에서 임직원들에게 기밀로 분류될 만한 비밀스러운 내용까지 가감없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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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구글 문화는 수직적(상명하달) 의사결정, 그룹 문화, 계열사 문화를 바꾸지 못하고 있는 한국에 시사점을 준다. 한국도 일부 기업에서 혁신 문화를 배우자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오너 중심 의사결정, 임원 중심 문화, 저인망식 인력 선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 문화 내재화`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구글을 대표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회사의 핵심 인재로 삼고 대우해주는 분위기인 반면 한국에서는 IT 프로젝트의 하도급 인력 정도로 생각하는 것도 큰 차이가 있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구글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모이고 있는 데다 도전과 실패를 반복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게 된다"며 "직원들이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스스로 혁신을 하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기고 또 다른 성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재권 기자 /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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