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ICT는 인간의 이타심과 이기심의 균형을 가져올 기술”

 

 

 

[사진제공=LG유플러스]


전 세계 스테디셀러인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의 <선(禪)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읽어본 적이 있는가. 아버지와 아들은 모터사이클 여행을 하면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을 나눈다. 여행 도중 모터사이클의 바퀴를 갈고 나사를 조이는 과정들도 인생과 비유하면서 그들은 부처가 이루었다는 ‘선(禪)’을 떠올리게 된다. 깨닫는 바가 많아 필독서로 꼽히곤 있지만 사실상 오토바이와 인생, 오토바이와 참선은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다. 기계에서 인생을 찾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더욱 진보된 기술 속에서 값진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

 

 

첨단기술과 이성(理性)의 상징인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에서 인간의 도덕적 관념을 발견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그렇지만 이에 대해 분명한 철학을 담고 있는 인사(人士)가 있다. ICT 산업의 최전선에 있는 이상철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지난 22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 이상철 LG유플러스 대표가 무대 위에 섰다. 그가 선택한 주제는 ‘ICT와 선(善).’ 듣기만 해도 생소한 주제이기에 청중들은 더욱 이 대표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이 대표는 인간의 탐욕과 욕심이 불러온 참혹한 결과를 언급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한국전쟁(6.25 전쟁) 발발 당시, 전 세계에서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대군이 왔다. 3년 동안 500만 명의 사상자를 냈고 남북분단이라는 비극을 가져왔다”면서 “2008년에는 파생상품으로 인해 외환위기를 맞았다. 전 세계적으로 40조달러가 사라졌으며 미국 실업률은 두 배로 뛰었다고 한다. 1920년대 경제 대공황 때보다 결과가 더욱 심각했다”고 말을 이었다. 이 대표는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끔찍한 세월호 참사도 인재(人災)가 불러왔다면서 “인간의 욕심, 이기심이 바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런 이기적인 인간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과연 우리는 선과 이타심을 찾을 수 있을까. 이 대표는 “이기심과 이타심의 밸런스(Balance)는 ICT에 해답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ICT의 정보처리능력은 과거 30년 전보다 빨라진 데다가 모빌리티(Mobility)를 추진력으로 얻어 더욱 세상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원한다면 5분 내로 십억 명이

넘는 익명과도 연결돼 소통할 수 있으며, 원한다면 SNS로 대통령과도 연결되는 세상”이라며 이런 시대이기에 기울어진 저울의 추를 바로 세우고 바꿀 수 있는 키는 ICT라고 단언했다.

 

이집트의 한 청년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으로 ‘자스민 혁명’이 시작됐고, 세계은행이 아프리카에서 수십 킬로를 걸어다니는 아이들을 위해 7000개의

 우물을 파서 우물의 위치를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어 어린이들이 이전과 같은 질병에 시달리지 않게 된 사례. 이 대표는 ICT가 가져온 공동선(共同善)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ICT가 가져온 혜택을 정보(Information)와 기회(Opportunity)의 공유(Sharing)라고 정의했다. 칠갑산 밑에 있는 ‘황둔마을’에 인터넷망이 깔린 후 마을 홍보로 가구당 월 80만원의 추가소득을 가져온 사례를 이야기하자 청중 대부분이 이 대표의 말을 적극적으로 수긍하기 시작했다.

 

또 이 대표는 “ICT는 가치의 공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몇 년째 장애인재활협회에서 ‘두드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장애인들의 꿈을 누군가의 작은 손길로 이루는 것인데, 홈페이지에 장애인들의 꿈을 사과로 표현해 올려놓는다. 그러면 비장애인들은 물론이고 그들의 꿈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홈페이지에 접속해 기부를 한다. 기부금은 점점 더 쌓여 장애인들의 ‘사과’는 영글어 점점 빨개지고 다 익으면 딸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미 누군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협력하는 가치의 공유, 그리고 이타심의 실현을 직접 목격한 것이다.

 

그는 “이처럼 ICT는 정보와 기회, 가치와 마음을 나눌 수 있게 하는 요소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ICT는 ‘초연결 사회’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인간의 이타심과 그리고 이것의 촉매제로서의 ICT를 언급했다. “지하철에 발이 낀 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아무리 발을 빼려고 해도 빠지지 않는데 한 명, 두 명 그리고 세 명… 많은 사람이 움직여 지하철을 민다면 33톤짜리 지하철 한 량은 기울어질 테고 발이 낀 사람은 생명을 부지할 수 있다.

 

그게 바로 우리 인간의 이타심이자 궁극적으로 이뤄야 할 세상”이라며 “연결성을 갖고 있는 ICT는 결국 선을 구현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라며 연설을 마쳤다.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는 이 기술이 결국 선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연설을 마치자 이익과 수익만을 추구하는 도구로만 봤던 기술은 또 다른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손예술기자 gwgwg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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