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중국이다] [단독] ‘전지현 열풍’ 中 현지를 가다…“국빈급 행사 방불”
입력 2014-03-24 07:00:00
“중국의 별에서 온 그대는 대체 어디 있나?”
최근 중국 언론 신화망이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의 현지 열풍과 관련해 내놓은 보도 내용의 일부다. 앞서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현지 문화 관계자들은 “왜 중국은 ‘별그대’와 같은 드라마를 만들지 못하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 문화콘텐츠가 그만큼 중국을 사로잡고 있다는 단적인 사례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별그대’ 전지현이 있다. 전지현이 ‘별그대’ 신드롬 이후 첫 중국 나들이에 나섰다. 스포츠동아가 그 현장을 단독 취재했다.
600여 중국팬 행사 6시간 전부터 대기
삼중 보안 검색대 통과해야 입장 가능
60여 현지 매체 취재전쟁…인기실감
서툰 한국말로 “천송이”“전지현” 환호
‘전지현 여신, 돌아오다(全智賢 女神, 歸來)!’
중국 공안 300명, 보안 인력 50명, 사설 경호원 50명, 60여개 현지 매체 취재진 100여명. 삼엄한 듯 철저한 경비와 취재진의 열띤 취재 열기는 단 한 사람의 한국 스타가 지닌 위상을 명징하게 설명해줬다. 단순한 광고 프로모션이 아니라 국빈급 행사인 듯했다.
21일 오후 2시 중국 상하이 쉐라톤 외고교 호텔에서 열린 한 프로모션 현장. 삼중으로 설치된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후에야 들어설 수 있었다. 현지 한 관계자에 따르면 주최 측은 휴대용 금속탐지기는 물론 보안 검색대도 하루 전에 설치해 보안에 특별한 신경을 썼다. 일반 프로모션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라고도 했다.
전지현.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로 다시 ‘한류여신’의 별칭을 얻었다. 특히 중국에서 그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이날 열린 프로모션 현장은 그 열풍을 실감케 했다. 저우진(23)은 “‘별그대’로 그를 알게 됐다. 얄밉고 미운 짓을 해도 그이기 때문에 사랑스럽다. 요즘 내 남자친구를 ‘도매니저’라 부르고, 남자친구는 나를 ‘천송이’로 부른다. 행복하다”며 ‘별그대’가 일으킨 신드롬에 가까운 열기를 말해줬다.
전지현이 중국에 몰고 온 새로운 열기는 ‘전지현노믹스(전지현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 등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그는 “첫눈 오는 날에는 ‘치맥’이 딱 인데…”라는 극중 대사 한 마디로 중국 대륙에 ‘치맥’ 바람을 몰고 왔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전지현이 중국 사회 전반에 걸쳐 상당한 스타파워를 발휘하고 있음을 전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명품들 역시 전지현의 이 같은 영향력에 기대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① 행사가 열린 호텔 정문 앞에서 중국 공안들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다. ② 피켓을 들고 있는 팬들이 전지현에게 환호를 보내고 있다. ③ 팬들이 전지현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무대 앞으로까지 몰려들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고 있다. 상하이(중국)|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
● “전지현은 우리의 데스티니(Destiny)”
행사는 30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진행됐지만, 600여 현지 팬들은 행사 시작 6시간 전부터 호텔 정문 밖에서 기다렸다. 철저한 보안 검색을 거쳐 현장에 입장한 팬들은 긴 기다림도 지루하지 않다는 듯 휴대전화로 ‘전지현’을 검색하기 바빴다. 이들은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전지현과 그에 관한 기사를 꼼꼼히 살펴봤다. 간간히 “언니 예쁘다”는 우리말도 들려왔다.
무대 왼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는 ‘전지현의 모든 것’이 흘러나왔다. 1999년 테크노 춤을 추는 CF 속 모습부터 최근 방송한 ‘별그대’의 장면까지 다양했다. 팬들은 “천송이” “전지현” “언니”라며 서툰 우리말로 환호했다.
팬들은 스크린을 통해 전지현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을 공개하기도 했다. 팬들은 각자 만든 UCC를 통해 “OOO입니다. 우리한테 와줘 고맙습니다” “또 언제 오나?” “전지현 사랑해” “유어 마이 데스티니(You are my destiny)” 등 우리말로 인사를 전했고, ‘별그대’ 속 전지현의 모습을 따라하기도 했다.
드라마 주제곡인 가수 린의 ‘마이 데스티니’가 흘러나오자 팬들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곳곳에 자리 잡은 공안들은 이를 저지하며 의자에 앉으라 소리쳤지만 소용 없었다.
드디어 사회자의 “라이즈 한궈 더 싱(來自韓國的星·한국에서 온 별)”이라는 소개와 동시에 전지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팬들은 순식간에 앞으로 몰렸고 가까이서 그를 보기 위한 작은 소동이 일었다.
전지현은 이날 트레이드마크인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환한 웃음으로 팬들에게 인사했다. “반갑게 맞아줘 고맙다”고 팬들과 눈을 맞추며 일일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전지현은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팬들은 짧은 만남이 아쉬운 듯 “언니, 가지 마!”라며 전지현의 뒤를 따랐다.
● “왜 좋냐고? 전지현이니까”
이들은 왜 전지현에게 빠져든 것일까.
“그냥 전지현이라서 좋다”는 한 마디는 현지 팬들의 그를 향한 애정의 폭과 깊이를 그대로 드러내준다.
린밍(24)은 “‘별그대’ 이전부터 좋아했다. 그의 멋진 연기력에 반했다”면서 “여자인 내가 봐도 반할 수밖에 없다”며 흥분의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페이페이(31·여)는 “예쁘다. 정말 예쁘다. 정말 닮고 싶다. 요즘 한국 드라마가 유행인데, 그 많은 여배우들 중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남성 팬들 역시 다르지 않다. 후앙총시(22)와 왕후이(29)는 “남자라면 전지현을 좋아하는건 당연하다. 왜 이제야 그를 좋아하게 됐는지 아쉽다”면서 “더 빨리 관심을 가졌다면 그의 출연작을 모두 챙겨봤을 텐데 말이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상하이(중국)|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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