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태 교수의 '영화로 배우는 경영'] ⑩ 샤넬과 스트라빈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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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2.21 03:04
박수 받고 싶으면 '무대 뒤 얘기'를 흘려라
영화 '샤넬과 스트라빈스키',
천재 작곡가가 아내와 같이 샤넬 집에 사는 상황 그려
특별한 사이라는 소문을 영화 소재로 해 인기 끌어
경영자의 무대 뒤 얘기도 흥미,
페이스북에 私的 일상 소개 팔로어가 수만명 따르기도
선거철만 되면 시장 가는 가식적인 정치인은 역효과
- ▲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샤넬은 남성 편력으로도 유명했는데, 러시아의 작곡가 이고리 스트라빈스키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녀가 스트라빈스키를 재정적으로 후원하자 둘이 특별한 관계라는 소문이 돈 것이다. 영국 작가인 크리스 그린홀스가 그 이야기를 '코코와 이고리'라는 소설로 썼고, 이를 토대로 만든 영화가 '샤넬과 스트라빈스키'다.
영화는 러시아혁명 후 고국을 등진 스트라빈스키가 아내와 애들을 데리고 샤넬의 집에 살게 되는 묘한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고풍스러운 저택과 인테리어, 가구, 패션, 사교장의 모습 등을 통해 화려한 프랑스 사회의 일면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천재적 작곡가와 강렬한 매력의 디자이너가 서로에게 끌리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당시 두 사람은 이미 세간의 눈길을 끌고 있었기에 남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그래서 사람들은 더더욱 그들의 무대 뒤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소재다.
꼭 유명 인사가 아니라 해도 인간은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저명한 사회인류학자 어빙 고프먼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자기 나름의 이미지를 관리한다며, 이를 '연출적 접근(dramaturgical approach)'이라는 용어로 설명하였다. 즉 인간의 사회생활이 연기, 역할, 소품, 관중, 무대 뒤의 영역 등으로 구성되는 연극과 같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연예인뿐 아니라 경영자의 무대 뒤 이야기도 관심 대상이 된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영자보다 가끔씩 무대 뒤를 보여주는 경영자와 그 기업에 호감을 갖는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사적인 일상을 드러내며 소통을 시도하는 경영자들에게는 평범하고 친근한 모습을 반기는 팔로어가 수만 명 따르기도 한다.
무대 뒤 모습을 통해 경영자가 보통 사람들처럼 하루하루를 고민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도 좋다. 사람들은 늘 다른 사람의 고통에 감동받고 박수를 보낸다. 발레리나 강수진과 축구 선수 박지성의 뒤틀린 발이 화제가 되는 것도 그들이 무대에 나서기 위해 거쳐 온 시련과 고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입지전적 사업가가 기업을 물려받은 2세 경영자보다 박수를 더 받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밤잠을 설치며 고뇌하고 노력하는 경영자의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
삶의 철학을 드러내는 것도 강력한 무대 뒤 이야기가 된다. 스티브 잡스는 세계적 재벌이었지만, 삭발하다시피 짧은 머리와 검은색 터틀넥 니트는 영락없이 속세를 떠난 수도승 모습이었다. 젊어서 여행했던 인도가 인생관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그는 영적으로 신비해 보이기까지 했다. 애플 마니아들이 신제품 출시를 밤새 기다리는 것도, 잡스를 교주처럼 신봉하는 마음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괴팍한 행동을 일삼는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무대 뒤 스토리 역시 드물지 않게 뉴스거리가 된다. 그런데 핵심은 그가 그냥 튀는 일을 벌이는 사람이 아니라 혁신적 기업가로 비친다는 점이다. 그는 세상에서 처음 시도하는 일만을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에서 회사명을 처녀라는 뜻의 'Virgin'으로 정했다고 한다. 삶의 철학이 담겨 있는 그의 독특한 행동은 오히려 사람들의 존경심을 자아낸다.
가끔씩 무대 뒤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사람들과 거리를 좁히는 강력한 수단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진실하지 못한, 의도적이고 가식적인 행동이라는 이미지를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선거철만 되면 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사진을 찍는 정치인이나, 일 년에 한 번 연탄을 나르는 CEO를 보면서 감명받을 만큼 대중은 어리석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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