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명 모인 촛불집회가 여야 정쟁? 어이없는 지상파
13.08.18 17:37최종 업데이트 13.08.18 20:33
▲ 17일 KBS<뉴스9> | |
ⓒ 뉴스9 |
민주당이 오늘 세번째로 대규모 주말 장외 집회를 열고 '국정원 개혁'공세를 펼쳤습니다. 새누리당은, 장외투쟁을 접고 결산 국회에 임하라고 거듭 촉구했습니다.-17일 KBS <뉴스9> 민주, 3번째 대규모 집회…새누리, 중단 촉구
4만 촛불이 모인 날 공영방송 KBS <뉴스9>는 민주당 장외투쟁을 두고 '장외공방'으로 보도했다. 여야 모두를 전했기 때문에 '중립보도'다. <뉴스9>는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선언한 지난달 31일과 촛불집회가 열렸던 3일과 10일에도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두고 공방을 벌인 사실을 전했다. 하지만 촛불시민들이 모인 이유는 전하지 않았다.
<민주 "비상체제…국민운동본부 설치 장외투쟁">, <새누리 "민주 장외투쟁은 국조 엎는 자폭 행위">-7월 31일
<野, 대통령 회담 제안…與 "민생 정당돼야">-3일
<野, '국정원 개혁' 촛불집회…與 "구태 정치">-10일
▲ 17일 MBC <뉴스데스크> | |
ⓒ 뉴스데스크 |
여야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청문회를 마친 가운데 민주당은 오늘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개혁을 촉구하는 세번째 장외집회를 열었습니다. 새누리당은 명분 없는 집회로 민생에 역행하고 있다며 원내 복귀를 촉구했습니다. -MBC<뉴스데스크> 민주당, 3차 대중집회…새누리당 "명분 없는 집회"
날씨를 정말 사랑해 '날씨전문' 채널 같았던 <뉴스데스크> 역시 '중립보도'를 지켰다.
<국정원 국정조사 증인채택 시한종료…"장외투쟁"vs"자폭행위">-7월 31일
<민주, 장외투쟁 첫 대중집회…朴대통령에 영수회담 제안>-3일
<민주, 2차 대규모 장외집회…새누리, "국회 복귀해야">-10일
▲ 17일 SBS <8시뉴스> | |
ⓒ 8시뉴스 |
민주당은 오늘(17일)도 촛불집회에 합류했습니다. 어제 청문회 증인들이 선서를 거부한 건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밝혔습니다. 새누리당은 거리에서 호객하는 정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17일 SBS <8시뉴스>민주 "대국민 선전포고"…새누리 "호객정치 중단"
방송3사 중 촛불보도에서 가장 낫다고 평가를 받았던 SBS <8시뉴스>도 냉정하게 평가하면 '중립보도'였다.
<국정원 국조 위기…"장외투쟁" vs "자폭 행위">-7월 31일
<민주, 장외집회…대통령에 단독회담 제안>, <靑 무반응…새누리 "대선불복 촛불정치" 비판>-3일
<'촛불'든 야당…"집회 참석하라" 총동원령>, <새누리 "장외투쟁 구태 정치"…국회 복귀 촉구>-10일
분명 방송3사는 여야 반응을 사실 그대로 보도했다. 하지만 여야 주장을 사실 그대로 전한다고 언론으로서 자기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시청자들은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 진실보도를 원한다. 수백명에서 시작된 촛불이 4-5만 촛불으로 활활 타오른 이유가 무엇인지를 보도해야 한다. 하지만 방송3사는 그렇지 않았다. 촛불을 든 시민들과 인터뷰는커녕, 보도 조차 하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 이는 중립을 가장한 교묘한 진실외면이다.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워싱턴포스트> 편집인을 지낸 벤 브래들리는 <워싱턴포스트 만들기>(프레시안북)에서 "신문이란 알아내고, 취재하고, 검증하고, 쓰고, 보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진실이란 드러나는 것이며 진실이 드러남이야 말로 정상적이고 중요한 민주주의 과정"이라고도했다.
'신문' 대신에 방송 더 나아가 KBS·MBC·SBS를 넣는다면 "KBS·MBC·SBS 란 알아내고, 취재하고, 검증하고, 쓰고, 보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방송3사는 촛불을 취재 조차 하지 않았을 때도 있었다. 취재를 해도 보도하지 않았다.
알리샤 C. 셰퍼드는 <권력과 싸우는 기자들>(프레시안)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 밥 우드워드와 칼 버스틴이 얼마나 치열한 기자 정신을 가졌는지 말한다. 그 때만해도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모두 백악관 당국이 써달라는 대로 기사를 썼다"면서 "그러나 우드워드와 번스틴은 백악관 출입기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백악관을 화나게 해서 취재 통로를 잃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없었다. 그들은 다만 기삿거리를 쫓아갈 뿐이었다"고 했다.
거대 권력 불의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최고 권력자를 화나게 해야 한다. 하지만 방송3사는 박근혜 대통령을 화나게 하기 보다는 오히려 화를 낼까 '노심초사'하면서 봉건왕조와 독재권력 때나 있었던 '박비어천가'를 부를 때가 많다. 촛불집회를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다.
지금은 방송3사에 우드워드와 버스틴 같은 기자와 브래들리 같은 편집인이 있다면, "난 모르는 일"이라며 발뺌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장외투쟁을 "자폭행위"로 비하하는 새누리당 그리고 청문회에서 "선서를 거부하는 원-판"같은 이들은 없을 것이다. 방송3사는 왜 3명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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