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는 '저녁이 있는 삶'에서 시작된다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52> 한국 아버지와 실리콘밸리 아버지의 차이
-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 유병률 특파원 입력 : 2013.06.17 06:00 조회 : 27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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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거인들의 성공스토리를 보면, 마이클 양씨의 말처럼 이 거인들 자체가 아버지의 작품이라고 할 정도로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63)은 "어린 시절 아버지한테서 과학에 대한 사랑과 기술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항공기제조사 록히드의 엔지니어였던 그의 아버지는 퇴근하고 나면 아들에게 전자부품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가르쳐주었다. 치과의사였던 마크 저커버그(29)의 아버지, 에드워드 저커버그는 어린 아들에게 직접 베이직 프로그래밍을 가르쳤다. 그는 이미 1984년에 IBM의 XT PC를 병원에 들여놓을 정도로 IT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40)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로보틱스 컨퍼런스를 보여주기 위해, 미국 전역으로 어린 페이지를 데리고 다녔다. 래리 페이지는 "어릴 적 그런 노출들이 더 많은 가능성을 꿈꾸게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모델이자, 테슬라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42)는 10살에 첫 컴퓨터를 갖게 되면서 과학과 기술에 몰입하게 되는데, 엔지니어였던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었다. 이렇게 보면, 미국의 '창조경제'는 정부의 슬로건이 만든 것이 아니라 1950~1960년대 '가정'에서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전후(戰後) 경제적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던 미국 중산층 아버지들은 퇴근하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자녀와 시간을 보냈고, 자신의 관심과 자녀의 관심의 주파수를 맞추었다. 주파수가 맞지 않아도 존중하며 꿈꾸게 했다. 이런 전통은 몇 번의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사회에 이어지고 있다. 회사에서는 '스몰 런치(small lunch)'를 하면서 집중적으로 일하는 대신,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자녀들과 '빅 디너(big dinner)'를 하며 교감을 나눈다. 따지고 보면, '엄마의 정보력, 동생의 희생, 할아버지의 재력, 그리고 아버지의 무관심'이라는 대한민국 자녀의 성공 방정식이 얼마나 코미디 같은 현실인가. 자녀 교육은 모두 외주하청으로 돌려야 성공한다는 것이다. 씨앗도 심지 않고 물만 계속 부어대면서 과실을 거두겠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역할은 '물려주는 것' 말고는 별로 없다.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창조경제는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대한민국 아버지들을 제발 저녁에는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자녀들과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게 하든지, 성적 대신 창조를 이야기하게 만들든지, 아니면 자식과 눈이라도 맞추고 서로 웃을 수 있는 기회라도 줘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문패를 '창조경제'로 걸고 추진하겠다면, 법으로라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야근과 회식 등의 명분으로 아버지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기업이나 상사는 '저녁이 없는 삶'을 만든 죄목으로 벌금이라도 때렸으면 한다. 남는 문제는 '어떤 저녁이냐'이다. 종일 상사들한테서 시달리다가 저녁에 돌아와 얼굴색 싹 바꾸고 자녀와 창의적으로 마주 앉기란 쉽지 않다. '직장에서 일상적으로 명령과 복종을 요구 받는 쪽에서 일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에게도 순종과 규율을 강조하더라'고 사회학자 멜빈 콘이 연구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대한민국 아빠들은 직장에서 대부분 이런 식으로 일하지 않는가. 설령. 자녀 앞에서 마음먹고 웃으려 해도 경쟁적인 교육 현실과 맞닥뜨리면 그게 쉽지 않다. 교육도 문제이고, 복종의 기업문화도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아버지부터 집으로 돌려보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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