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3D 프린터로 음식까지
'요리는 손맛'? '요리는 프린터가'?
최종편집 : 2013-05-2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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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우주식'
선뜻 먹고 싶지 않던 주먹밥과 푸석푸석한 건조 과일, 익은 것도 불은 것도 아닌 '애매한' 라면맛… '우주식'에 대한 제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한국의 첫 우주인 모집이 시작되던 2006년, 우연히 '우주식'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우주선 안에서야 달리 먹을 것이 없으니 먹기야 하겠지만, 입 짧은 저는 몇 끼만 먹으면 다이어트가 절로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진공포장해서 오랫동안 보관해야 하니 어쩔 수 없겠지요.
그런데, 저 말고 진짜 우주에 가는 우주인들도 우주식이 매력적이지 않긴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가 새로운 우주식 개발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처럼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게 아닙니다.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겁니다. 바로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말입니다. NASA는 외부 업체에 앞으로 6개월 안에 '3D 프린터'를 이용한 음식을 개발해 달라고 의뢰했습니다.
* 방법은 '3D 프린터'
3D 프린터를 이용한 음식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를 프린터에 넣고 다양한 맛을 입혀 만든다고 합니다. 프린터가 재료를 한 층 한 층 쌓아올려 음식 모양을 완성하고, 프린터로 맛을 입혀 음식을 완성하게 됩니다. (벌써 '초콜릿 3D 프린터'는 시판되고 있습니다.)
3D 프린터 음식의 장점은, 폐기물이 전혀 없고 (재료를 다듬어서 음식을 만드는 게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찍어내는? 빚어내는? 것이니까요.) 원료를 오래 보관할 수 있는데다, 영양소를 조절한 각종 맞춤형 음식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고 합니다. NASA의 위탁을 받은 업체는 현재 초콜릿을 입힌 쿠키를 1차 실험에서 만들어냈고, 다음 목표는 '피자'라고 밝혔습니다. 더 나아가, 국제 우주정거장에 있는 '3D 음식 프린터'로 지구의 어머니가 '조리법'을 전송하면, 프린터가 '어머니가 해주는 바로 그 맛'을 재현해 내는 것도 가능하다며 들떠 있습니다.
* 다양한 음식으로 확대?
시작은 우주식으로 하게 됐지만, 일단 개발이 되고 나면 '3D 음식 프린터'는 음식 전반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쿠키'나 '피자'처럼 지금 먹는 음식을 재현해 내는 것뿐 아니라,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모양, 새로운 식감,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프린터에 음식을 ‘출력’ 시켜놓고 집에 돌아가면, 지친 몸으로 요리를 할 필요 없이 프린터에서 갓 만든 음식이 짜잔 대기하고 있어, 금방 먹을 수도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과연 이걸 '요리'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요? 기존의 요리를 완전히 대체하게 될까요? 얇은 만두피를 쓱쓱 밀어 소를 넣고 촘촘한 주름을 만들고, 주먹만한 밀가루 반죽을 공중으로 휙 던지고 몇 바퀴 빙빙 돌려 얇고도 둥근 피자 도우를 만들고, 짤주머니에서 크림을 짜내 케익에 멋진 모양을 만들어내고, 윤기 자르르한 쌀밥을 무심한 듯 꾹 쥐어내 초밥을 만드는… '달인'들의 경탄할 만한 모습을 3D 프린터의 '오차 없는' 움직임이 대체하게 되는 걸까요?
인류학자인 리처드 랭엄은 '요리 본능'이라는 책에서, 인간이 불을 이용해 음식을 익혀 먹기 시작한 것이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인류의 역사를 바꿨다는 주장을 폅니다. '3D 음식 프린터'가 '불을 이용한 요리'만큼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 '스타트렉'처럼 말만 하면 기계에서 음식이 뚝딱 나온다 하더라도, 신선한 재료의 ‘맛’과 만드는 과정 자체에 큰 ‘재미’가 있는 '요리'를 '신기한 기계'가 완전히 대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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