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취재 인사이드] 비서들이 말하는 '존경받는 리더·상사되는 비법'은

  • 조성아 이코노미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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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5.16 03:04

    
	조성아 이코노미조선 기자
    조성아 이코노미조선 기자
    조선미디어 그룹이 발행하는 경제월간지인 이코노미조선에서 정치권과 기업들을 취재하면서 많은 정치인과 CEO들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 많은 분들이 앞과 뒤가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겁니다.

    예컨대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기자인 저에게 상당히 친절하고 상냥합니다. 하지만 보좌진들을 대할 때면 돌변(?)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갑(甲)과 을(乙)의 관계가 뒤바뀔 때마다 수시로 행동이 변하는 거지요.

    호감형의 이미지로 인기를 누렸던 A 전 의원은 특유의 언변으로 기자들에게도 친근한 의원으로 손꼽혔습니다. 그런데 A의원실 보좌진들이 느끼는 모습은 영 딴판이었습니다. 다른 방 보좌관이 전하더라고요. “그 의원은 직원들 닦달하기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저 방 직원들 매일 야근이잖아요. 의원이 꼭 퇴근시간만 되면 일거리를 던져주고 간다네요.”

    여권 실세 중 한명인 B의원도 여(女)기자들 앞에선 마냥 상냥하고 친절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실상은 상대를 존중해서가 아니라 ‘여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성 보좌진들 사이에서도 ‘B의원 주의보’가 돌 정도이죠.

    한때 국회 내에선 B의원이 ‘강남의 돈 많은 이혼녀들’과 종종 사적인 만남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만남을 주선한 이가 변호사 출신 전직 의원 C라는 얘기까지 더해져 신빙성을 높였습니다. C 전 의원은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이혼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조선일보 DB
    조선일보 DB

    ‘겉’과 ‘속’ 너무 많이 다른 CEO·국회의원들

    기업 CEO들도 기자들을 대하는 모습과 직원들을 대하는 모습이 판이한 분들이 많습니다. 기자들 앞에서는 ‘공손’한 척 연기를 하다가도 부하 직원들을 대할 때는 ‘야, 커피 좀 가져와’라는 식으로 평소 말투가 습관적으로 나오는 분들이 많지요.

    하지만 세상은 점점 투명해지고 있습니다. ‘갑’의 위치에 있는 이들이 예사롭게 누려왔던 언행에 맞서 ‘을’의 반격이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프라임베이커리 회장의 호텔지배인 폭행이나 포스코에너지 임원의 기내 여승무원 폭행 등 최근 기업 고위 인사들의 부적절한 행동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영업팀장이 대리점주에게 협박과 폭언을 일삼았던 사실이 알려진 남양유업은 결국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습니다. 모두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는 이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상대적인 사회적 약자들에게 비상식적인 행동을 한 결과였습니다.

    최근 이민경 한국비서협회 회장을 만나 현직 비서들의 고충에 대해 자세히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회장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일곱 명의 국회의원을 ‘모신’ 경험 덕분인지, 다양한 개성을 가진 상사(上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풍부하고 깊은 노하우를 갖고 있습니다.

    
	이병석 국회부의장/뉴스1
    이병석 국회부의장/뉴스1

    이민경 회장에 따르면 소통과 교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음에도 기업 간부들 중에는 여전히 전(前)근대적인 의식과 리더십을 가진 분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연령대가 높아 자신의 사고방식을 쉽게 바꾸지 못하고 있답니다.

    한국비서협회는 협회에 소속된 현직 비서들의 의견을 종합해 얼마 전 ‘최고의 상사’를 선정했습니다. 공공(公共) 부문에서는 이병석 국회 부의장이, 민간 부문에서는 김장환 극동방송 회장이 선정되었답니다. 이 두 분의 공통점은 자신을 보좌하는 아랫사람들의 ‘업무 만족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국회에서 이병석 부의장의 보좌진들은 근속 연수가 가장 긴 편입니다. 보좌진 모두가 ‘이병석 부의장실’이라는 조직에 속해 있다는 것에 큰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군요. 한 보좌관은 “항상 직원이 자신감을 갖고 업무에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독려해 주신다. 업무 보고를 드릴 때면 늘 ‘수고했다’는 짧지만 따뜻함이 담긴 말 한마디로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워 주신다”고 했습니다.

    이민경 회장도 “윗사람에 대해 어쩌다 한번은 불만을 털어놓을 만도 한데, 이병석 부의장 방의 보좌진들은 늘 좋은 이야기만 해 참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했죠”라고 하더군요.

    이병석 부의장은 “나의 심장과 여러분(비서)의 심장은 같이 뛰어야 한다”는 표현을 자주 한다고 합니다. 직원들을 단순 비서가 아니라 진정한 참모이자 정치적 동반자로 여기고 있다는 거죠. 그는 또 ‘말’로만 떠드는 게 아니라 몸소 실천하는 인물입니다. 2004년 한나라당 원내 선임 부대표 시절, 그는 전남 곡성군 섬진강변의 작은 마을인 봉조리에서 30여가구 주민들과 110여명의 의원들이 함께 모여 지역갈등 해소를 위한 ‘호남 연찬회’를 열어 신선하고 유쾌한 충격을 주었지요.

    
	김장환 극동방송 회장
    김장환 극동방송 회장

    김장환 회장도 남다른 리더십과 주변에 대한 배려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비서 뿐 아니라 다른 기업 비서들도 참여할 수 있는 ‘비서들을 위한 파티’를 올해로 31년째 열고 있답니다. 매년 연말 400명이 넘는 비서들을 초청해 강의와 식사, 문화공연, 선물 증정 등으로 비서들을 직접 격려한다고 합니다.

    김 회장의 비서진은 “현직은 물론 전직 비서의 생일까지 직접 챙기시고 추석과 크리스마스에는 개인적으로 용돈을 주시며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라고 격려해 주신다”고 전했습니다. 한 번은 비서의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는데 직접 문병을 가서 기도를 해주고, 아버지가 회복할 때까지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답니다.

    그가 평소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비서가 하는 말은 내가 하는 말과 같다”는 것입니다. 이런 배려로 감동을 주고, 대외적으로도 비서의 권위를 세워주니 비서들이 어찌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일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상사와 부하 관계를 떠난 인간 대(對) 인간으로서 ‘존중’해야

    하지만 부하직원들로부터 존경받는 상사가 회사의 매출 등 성과 면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 의구심을 갖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직원들만 위하면 뭐하나. 회사가 잘돼야 직원들한테도 나누어 줄 수 있는 거 아닌가. 회사가 어려운데 직원 복지에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나”라고 항변하고 싶은 분도 계실 겁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은 회사는 대개 경영실적도 좋게 나온다는 것입니다.

    
	[클릭! 취재 인사이드] 비서들이 말하는 '존경받는 리더·상사되는 비법'은

    이런 업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비법은 바로 ‘존중(respect)’입니다. 직장은 상사와 부하의 관계를 떠나 ‘인간 대 인간’이 모인 곳이니까요.

    미국 예일대에서 행동교정·동기부여 이론 담당 교수인 폴 마르시아노 박사는 “존중받는 직원이 일을 즐기고 일에 대한 몰입도도 높아진다”고 했습니다. ‘존중’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는 것입니다. 직원들이 일을 즐기고 일에 몰입한다면, 그 회사의 성과는 당연히 좋다는 겁니다.

    저는 기업체 고위 간부들과 경제학 교수들로 구성된 한 경제포럼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 포럼 회원들과 같이 단지 직원 복지만 좋은 회사가 아니라 매출 면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내는 회사들을 골라 직접 찾아가 리더의 경영 철학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때 이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씀은 이렇습니다.

    “직원들이 만족하며 회사를 다니니까 회사를 떠나기 싫어서라도 더 열심히 하더라고요. 또 회사 실적이 안 좋아지면 지금 누리는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될까 싶어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하더군요.”


    직원들을 위하면서 동시에 회사도 성장하는 ‘스마트한’ 윈·윈(win-win) 바람이 우리 사회에 더 많이 확산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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