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넘어 뷰티, 리빙까지 라이프 카테고리 확대 리빙·문구·명품 카테고리 확대 희망· 취향 담아
여성 쇼핑몰 모음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션테크 기업 브랜디(대표 서정민)의 고객은 80%이상이 1020 Z세대다. 최근 브랜디가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 고객 80%가 신규 카테고리 오픈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리빙·인테리어(46%), 문구·팬시(33%) 카테고리 상품에 대해 압도적으로 높게 응답했다.
이외 명품, 스포츠, 애견용품 등 라이프스타일 상품에 대한 폭 넓은 확대를 원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브랜디는 이달 12일부터 뷰티 카테고리를 오픈하고 2분기에 리빙, 팬시, 명품 등 대대적인 카테고리 확대에 나선다. 국내 최초 Z세대 맞춤 ‘쇼핑 슈퍼앱’으로 도전을 시작한다.
브랜디는 이번 뷰티 카테고리 오픈을 시작으로 Z세대를 위한 ‘패션 앱’에서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라이프 ‘쇼핑 슈퍼앱’으로 대대적 개편을 진행한다. 이번 개편은 앱인앱 방식으로 새롭게 신설되는 카테고리는 브랜디 앱 내 독립적인 미니앱으로 구현된다. 폭넓은 카테고리 확대에도 직관적이고 편리한 이용 경험을 제공한다.
즉 뷰티 쇼핑을 원하는 이용자는 브랜디앱 내 뷰티 미니앱을 클릭해 본인이 원하는 뷰티 상품에 대한 쇼핑에 집중할 수 있다. 팬시, 명품, 리빙 등 다른 상품 쇼핑도 원할 경우 해당 미니앱에서 바로 쇼핑을 시작할 수 있어 카테고리별 다른 앱을 이용할 필요 없이 브랜디 앱에서 한 번에 원스탑 쇼핑을 끝낼 수 있다.
브랜디는 이용자 총 4000여명이 참여한 설문 결과 다양한 상품을 함께 구매하고자 하는 니즈가 뚜렷하게 나타난 결과를 적극 반영해 이번 개편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브랜디는 확대된 카테고리에 대해서도 상품 개수와 최소 금액 제한 없이 전 상품 무료배송을 실시한다. 패션 커머스 플랫폼 최초로 실시한 당일 또는 새벽에 주문 상품을 받을 수 있는 ‘하루배송’ 서비스를 향후 다양한 카테고리에 적용하기 위한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서정민 브랜디 대표는 “브랜디는 트렌디한 Z세대의 모든 라이프스타일을 커버하는 슈퍼앱으로 진화를 시도한다. ‘Z세대들의 쿠팡’과 같은 종합몰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쇼핑앱 중 국내 최초로 도입한 앱인앱 방식은 유저에게는 개별 카테고리만의 상품과 컨텐츠를 전문적으로 보여주고, 판매자에게는 Z세대 고객과 소통하는 최적의 세일즈 채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브랜디는 지난해 9월 네이버로부터 100억 원 규모의 단독 투자를 유치하면서 누적 투자액 450억 원을 달성했다. 또한, 지난해 연 거래액 역시 역대 최고치를 달성, 브랜디 서비스 런칭 5년 만에 누적 거래액 6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브랜디는 이달 12일부터 26일까지 ‘라이프 쇼핑앱’개편 기념 이벤트를 진행한다. 비밀코드를 찾는 퀴즈 이벤트로 아이패드, 에어팟 등 푸짐한 경품을 제공한다.
"요즘 LTE 속도 왜이러냐"며 한 인터넷 사용자가 익명 게시판에 글을 쓰자 KT 직원이 '그래. 나도 그런데 뭐", "돈 주는 만큼만 일하는 거"라고 답을 남겼다. 최근 익명 직장인 게시판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이다. IT 유튜버 잇섭이 17일 KT인터넷의 10기가(10Gbps) 서비스를 이용했으나 실제로는 100Mb로 제공되고 있었다고 폭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잇섭은 대용량의 영상을 다루는 일이 많아 10기가 서비스를 이용하느라 월 8만 8천 원, 연간 100만 원이 넘는 요금을 내고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무실을 이전한 후 속도라 너무 느려지는 것 같아 속도를 측정해보니 실제로는 100Mb에 불과한 속도가 나오고 있었다는 것. 단순 실수인가 싶어 고객센터에 문의를 했더니 거짓말처럼 속도가 다시 빨라졌다는 내용이었다.
잇섭은 해당 영상을 올린 후 댓글을 통해 "영상 올린 후 대행사에서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청이 왔다"면서 "영상을 왜 내려야 하는지 이유를 묻자, KT 내부에서 영상 때문에 난리가 났다는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어 "납득할 만한 이유가 나오기 전까지 영상이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며 "다만 KT에서 정말 납득할 만한 이유를 혹시라도 알려줄 수 있다면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잇섭의 유튜브에 달린 댓글
해당 논란이 공개된 후 KT 측이 잇섭의 광고영상까지 내린 사실이 확인되자 KT 인터넷 속도 논란이 일파만파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논란이 일자 자신을 KT 직원이라 밝힌 또 다른 직원은 익명 게시판에 "내일 일이 많을 것 같다. 어떤 지침이 메일로 내려오는지 다시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른 직원 또한 "잇섭 사태는 진작 터졌어야 하는데 지금 터진 것에 불과하다"며 "윗 분들이 통신 품질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블라인드 게시판에 KT 직원이 올린 글
자신을 KT 고객센터 직원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월요일 하루 종일 욕 먹느라 바쁠 것 같다"고 자조섞인 목소리를 전했다. 서비스 품질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고객센터 직원이 고객들의 불만을 직접 맞딱뜨려야 하는 현실을 보여준 것이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KT 인터넷 서비스의 속도를 체크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정상적으로 약정된 속도가 나오는 사례도 있는 반면 터무니 없이 계약한 속도보다 작은 용량이 서비스 되고 있다는 폭로도 이어지고 있어 추후 환불요청 등 파문이 예상된다. 고객센터 측은 잇섭에게 "회사에서는 10기가로 인터넷을 쏴주고 있었다. KT에서 속도 느려짐에 대해 먼저 체크할 수는 없다"며 "해결책은 매일 속도 측정해서 속도가 느려지면 매번 알려달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은 라이브커머스에 가장 적합한 아이템이다. 시즌마다 새로운 상품이 출시돼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어 효과가 크다. 그립의 라이브커머스는 소비자가 질문하고 참여업체가 대답하는 소통이 최적화된 판매채널이다.”
코로나 19 장기화로 라이브방송 그립은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 이전보다 5배 많은 5000여개 업체가 입점돼 있다. 판매를 도와주는 셀럽인 그립퍼도 2배 이상 늘어난 100여명이 활동한다. 작년 2월 플랫폼을 오픈한 그립은 2년 만인 올해 거래액이 2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고객인 2030 MZ세대가 70%에 이른다. 최근 6개월 평균 구매 전환율은 25%다. 반품은 적고 재고소진은 빠르다. 올해 9월 중순까지 누적 반품률은 1%미만이다.
그립의 김한나 대표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의 마케팅과 광고사업을 총괄했다. 중요한 서비스인 스노우 카메라와 잼 라이브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하는 동영상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체험하면서 무궁무진한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눈을 돌렸다.
-코로나19로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작년 2월에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을 런칭 했을 때 가장 관심을 보였던 파트너는 핸드메이드 상품을 팔거나, 산지에서 좋은 농산물을 재배하는 분들이었다. 좋은 상품들이 어떻게 자라고 만들어지는지 보여주고 싶은 파트너가 그립을 긍정적으로 봤다. 패션은 유통에서 먼저 관심을 가졌다. AK플라자는 지난해 9월 입점했다. 이후 현대아울렛 등이 입점했다.
코로나 이전 얼리어답터가 그립에 관심이 많았다면 코로나 이후 대형 유통이나 오프라인 패션 소호몰 파트너가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후 패션업체와 종사자들은 소비자를 직접 대면하면서 디지털화 할 수 있는 라이브커머스를 필수 유통 채널로 인식하고 있다. ”
그립은 언제 어디서나 판매 방송을 할 수 있고 그립앱으로 셀카를 찍는 것처럼 쉽게 라이브 판매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자사몰(타브랜드)에 라이브커머스 기능만 제공하는 ‘그립미니’ 솔루션도 제공한다. 최근 인플루언서 신청이 800여명이 넘는다. 코로나 이후 입점 문의가 5배 이상 늘었다.
-라이브커머스의 가장 큰 강점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유지하면서 온라인으로 실시간 소비자와 소통이 잘된다는 장점이 있다. 팬덤이 생기면 역으로 오프라인을 찾는 고객이 늘어난다. 라이브방송 때만 혜택을 줄 수 있는 타임딜도 소비자에게 매력을 준다. 시간 한정 가격이기 때문에 유통시장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은 가격 혜택을 볼 수 있다.”
- 패션 업체들이 라이브 커머스를 주목하는 이유는. “패션은 시즌마다 신상품이 있고 재고도 많다. 판매자가 오랜 시간 방송을 하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립을 보는 고객은 2030이 메인이다. 패션 콘텐츠 방송을 한 시간 이상 보는 경우가 많다.
그립은 소호몰과 스타일 2개 패션 카테고리를 운영한다. 하루 방송 중 절반이 패션분야다. 오프라인 매장 문을 닫은 저녁 9~11시에 방송을 많이 한다. 특히 동대문과 남대문 기반의 언니들이 방송을 하는 소호몰 반응이 좋다. 한 번 방송에 1억원 매출을 올린 곳도 있다. 잘하는 곳은 한 시간당 10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린다.”
-업체들은 초기부터 큰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판매자가 처음부터 대박을 터뜨리기는 쉽지 않다. 처음에는 손님이 없을 수도 있지만 꾸준히 하면 팬덤이 생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팔로우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월세 낼 필요가 없다며 라이브에 집중하기 위해 매장 접는 소상공인도 있다. 지방에 사는데 매장을 접고 동대문에서 스튜디오처럼 공간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패션은 성장률이 가장 높은 부문이다.
그립은 9월 하루 평균 500~1000개 업체가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한다. 판매자 ‘문언니’는 77사이즈 제품을 주로 판매한다. 일상 이야기부터 어느 곳에 갈 때 어떻게 코디해라는 등 꿀팁을 알려준다. ‘스크랩북’은 동대문 매장을 돌면서 판매한다. ‘째즈언니’는 구매자를 외워서 개별 스타일을 코디하면서 팬들과 소통한다.
이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도 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방송을 한다. 상품소개 방식도 제각각 다르다. 그만큼 다양한 소통방식과 많은 콘텐츠가 있다는 의미다. 구찌, 프라다 등 명품을 취급하는 병행수입업자부터 동대문 남대문 소상공인까지 다양하다.”
-시작하고자 하는 업체에 팁을 준다면. “기본적으로 적절한 가격과 상품이 좋아야 한다. 유저가 얼마나 콘텐츠를 오래 보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매장에서 손님을 대할 때와 같이 신뢰를 줄 수 있는 콘텐츠 전달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2030 모바일에 익숙한 데 착안 실시간 동영상 판매 플랫폼 제작 백화점 매니저·소상공인 등 1만6000개 상품 직접 판매 14개월간 반품률 1%에 그쳐
김한나 그립 대표 그립 제공
그립 라이브 커머스 모바일 화면 그립 제공
"코로나19로 시작된 언택트(비대면) 쇼핑에서 실시간 동영상 판매 플랫폼인 '그립'은 새로운 판로 역할을 제공할 것이다."
최근 서울 효령로 그립 본사에서 만난 김한나 대표는 "글, 사진을 보고 구매하는 기존 쇼핑과는 달리 그립은 동영상을 통해 판매자와 소비자 양방향으로 소통을 해 신뢰도를 높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8년 8월 설립된 그립은 국내 첫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동영상 판매) 플랫폼으로 홈쇼핑 방송과 비슷하다. 다만, 판매자들이 그립 앱(App)을 통해 모바일에서 쇼호스트 역할을 하면서 채팅을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물건을 판매한다.
네이버에서 스노우 앱을 기획하는 등 마케팅을 전담하던 김 대표는 "중년 세대가 홈쇼핑에 익숙하다면 2030 세대는 모바일과 동영상 쇼핑에 익숙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창업배경을 설명했다.
그립에서는 AK백화점 입점 숍 매니저, 지방 소상공인 등 1850여개 판매자(기업)가 티셔츠, 고구마 등 1만6000여 상품을 판매한다.
김 대표는 "판매자-소비자 실시간 대화 덕분에 14개월간 그립 반품률은 약 1%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소비자-판매자 신뢰가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판매자는 얼굴을 공개하고 소비자로부터 왜 다른 곳이 더 싸냐는 등 난감한 질문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TAP TO UNMUTE
김 대표는 그립이 언택트 트렌드에 적합하다고 자신했다. 실제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그립이 온라인에서 새 판로 역할도 했다.
실례로 그립 내 판매자 코코마켓은 국내 과일을 해외 오프라인 마켓에 수출하는 업체다. 코로나19로 비행기가 뜨지 못해 매출이 95%이상 감소했다. 코코마켓은 수출길이 막혀 팔지 못한 천혜향과 한라봉을 그립을 통해 그립 유저들에게 라이브로 3t 가량을 판매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여파가 확산되면서 오프라인 판매자들이 대거 그립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보배라는 의류 판매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그립에서 소비자 스타일링을 도왔는데 오프라인보다 매출이 더 증가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이어 "그립의 비전은 'Everyone can sell'(모든 사람은 팔 수 있다)이다. 모든 사람이 손쉽게 물건을 팔 수 있는 전 국민 1인 미디어 커머스를 만들고 싶다"면서 "진정성 있는 판매자가 수익을 내는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1인 미디어 플랫폼 '넘버 원'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현재 그립의 임직원 수는 22명, 이중 11명이 서비스 개발·디자인 전문가다. 그립은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해 소비자에게 최적의 상품을 추천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에는 한국투자파트너스와 네오플럭스로부터 35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자고로 영상의 시대다. 영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영상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시대다. 영상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유튜브가 있다. 그렇다면 영상을 매개로 하는 커머스 플랫폼으로는 무엇이 있나? 당장 떠오르는 것이 없다. 중국에서는 타오바오 쯔보가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기존의 커머스 업체들(종합쇼핑몰 및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이제야 관심을 지니고 활용도를 넓혀 나가는 수준이다. 이쯤 되면 V커머스를 위한 전문 플랫폼이 나올 법도 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그립’이라는 서비스가 오픈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쯔보와 마찬가지로‘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이라 한다. V커머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그립의 김한나 대표님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탐방 진행_ 신용성 / 아이보스 대표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 그립 탐방기
Q. 안녕하세요. 대표님. 우선 ‘그립’이라는 서비스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그립은 언제 어디서나 판매 방송을 할 수 있는 신개념 2030 모바일 홈쇼핑 플랫폼입니다.
사진 = 그립 서비스 대표 이미지
Q. 저는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으로서 그립 서비스에 대한 소식을 들었는데, 대표님은 ‘모바일 홈쇼핑’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주셨네요. 물론 크게 다르지 않은 동일한 의미를 다르게 표현한 것 같긴 합니다만.
네 맞습니다. 기존에 TV에서 하던 홈쇼핑 방송을 이제 누구나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핸드폰만 있으면 스스로 쇼호스트가 되어 라이브로 상품을 판매할 수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쇼호스트는 기존의 쇼호스트보다 조금 더 내추럴한 느낌이지만요.
Q. 그런데 설명에 2030이라는 한정어를 붙인 것으로 보아서는 이 세대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요. 굳이 그렇게 타겟팅을 해야 하나요? 조금 더 넓게 접근할 수도 있잖아요?
2030이 모바일 활용도가 높고 구매력도 있는 세대이므로 초기에는 여기에 집중하고자 하는 것이고요. 장기적으로는 점차 이용자의 범위가 자연스레 넓어지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품도 하나의 콘텐츠이므로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Q.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으로서 ‘그립’이라는 브랜드 네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그립이 ‘쥐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니 내 손안에 쥐는 ‘모바일 커머스 플랫폼’이라는 의미인가요?
‘그립’은 ‘쥐다’라는 뜻 외에도 (사람의 시선이나 마음을) 사로잡다라는 뜻도 지니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내 손안에 쥐는 모바일 커머스 플랫폼이라는 의미와 함께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서비스로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Q. 그립은 방송을 통해 판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잖아요? 그런데 방송을 통한 판매가 지니는 이점 같은 게 있나요?
사진 = 그립 라이브 판매 화면
저는 세 가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큰 이점은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바로 구매가 가능하다’는 라이브 커머스 본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영상을 보고 그 상품들을 검색하고 또 사이트에 들어가서 가입을 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들이 있는데, ‘그립’은 영상을 보면서 상품에 대한 욕망이 높아지는 바로 그 시점에 편하게 구매할 수 있으므로 높은 구매율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Q. V커머스의 이점으로 고객의 구매 여정이 짧아지는 효과를 지닌다는 말을 들었는데, 비슷한 맥락으로 말씀하신 거죠?
홈쇼핑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를 생각해보면 상품 인지부터 구매에 대한 욕망이 생기고 결제하기까지 바로 한 자리에서 이뤄지고 있으니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됩니다.
Q. 그럼 생각하시는 두 번째 이점은 뭔가요?
라이브로 여러 사람들과 같이 채팅을 하면서 상품을 판매하는데요. 이 ‘채팅이 실시간 리뷰의 효과’를 지니게 됩니다. 상품에 대한 궁금한 점을 다른 사람들이 물어봐 주기도 하고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충동구매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Q. 그러네요. 리뷰를 다른 데서 확인할 것 없이 바로 채팅 내용이 리뷰의 역할을 하네요.
상품에 대한 반응도 중요할 것 같고, 상품에 대해 적절한 질문을 하는 것도 구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겠네요.
Q. 마지막 세 번째 이점은요?
‘구매 결정을 유도하는 장치’를 쓰기가 용이합니다. 이를테면 마감 임박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구매 유도를 위한 쿠폰 제공 같은 것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방송 중에 상품에 대한 특징에 대해 문제를 내고 맞춘 분에게 쿠폰을 지급하는 식입니다.
사진 = 쿠폰 받는 화면
Q. 일종의 CTA(Call To Action) 장치군요. 그런데 마감 임박이나 품절 등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얼마나 팔리고 있고 재고 수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리고 쿠폰을 지급하는 것도 맞춘 사람만 지정해서 전송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씀인가요?
네. 판매량이나 재고 수량 등은 시스템으로 연동되어 있어 라이브 방송 시 자동으로 해당 메시지들이 노출되는 구조이고요. 판매자가 백엔드에서도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쿠폰 지급 역시 특정인을 지정해서 지급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구현되어 있습니다.
Q. 방송을 통한 판매에 어떤 이점들이 있는지 이해하였습니다. 이미지 및 텍스트로만 구성되어 있는 상품 페이지에 비해 상품에 대한 전달력의 측면이나 고객과의 소통 측면 등 실제 구매 결정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고루 갖추고 있군요.
맞습니다. 어떤 분은 V커머스가 방문 판매의 다른 형태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영상 통화 판매’라고 보고 있고요. 어느 쪽으로 보든 ‘대면 판매의 장점을 지니면서도 디지털 환경의 이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어 커머스의 발전은 영상과 함께 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Q. 그럼 그립에 판매자로 등록하려면 상품을 지니고 있어야 하겠네요?
김한나 : 그렇지는 않습니다. 상품이 없으신 분들에게는 저희가 상품을 공급하시는 분들과 매칭을 시켜 드리므로 원하시는 상품을 선택하고 판매하신 후 서로 수익을 배분할 수 있습니다.
Q. 그런 역할을 하시는 분들은 대체로 SNS에서의 인플루언서들 아닌가요? 그립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 인플루언서들의 참여가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맞죠?
네 맞습니다. 인플루언서의 역할이 단순 광고를 넘어 커머스로 확대되고 있기도 하므로 저희 그립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Q. 인플루언서가 쇼호스트의 역할을 하는 셈이 되겠군요?
방송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분들을 저희는 ‘그리퍼’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퍼는 쇼호스트와 인플루언서를 결합한 형태라 할 수 있어요. 상품 스펙을 늘어놓으며 상품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와 소통하며 그리퍼의 라이프 스타일을 따라 구매하도록 하고 있어요.
Q. 상품을 공급하시는 분들이 직접 그리퍼가 되어 판매를 할 수도 있는 거죠?
네 맞습니다.
Q. 그럼 상품을 공급하는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립을 통한 상품 판매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겠네요? 본인이 직접 그리퍼가 되어 판매하거나 혹은 인플루언서가 대신 판매를 해주고 수익을 쉐어 하거나요.
네 그렇기는 한데, 한 가지 방법이 더 있습니다. 저희가 회사 자체적으로 전속 그리퍼를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품 판매에 자신이 없거나 판매량을 더욱 늘리고자 하는 분들은 인플루언서를 활용하시거나 혹은 저희 전속 그리퍼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 = 전속 그리퍼
Q. 이렇게 방송을 통해 바로 구매가 일어나는 상품이라면 이를테면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상품 같은 것이 성격에 맞아 보이기는 하는데요. 혹시 주로 이러한 상품에 집중하고 있나요?
뷰티와 패션 상품이 많으나, 저희 본질은 영상을 매개로 판매하는 플랫폼이므로 영상으로 표현되었을 때 더욱 좋은 브랜드 체험을 줄 수 있는 브랜드와 함께 하고 싶습니다.
Q. 확인차 한 번 더 질문드리고자 합니다. 그리퍼가 되고자 할 때 상품을 공급하고 있거나 혹은 인플루언서여야만 되는 것은 아니지요? 방송으로 상품 판매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그리퍼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 많은 분들이 그리퍼로 지원해주시어 저희와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Q. 그런데 그리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장비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나요? 크게는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꼭 필요하다면 삼각대 하나 정도 있으면 좋고요. 조명이나 마이크도 굳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자연 채광이 좋으며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영상 통화를 하는 느낌이 더 좋습니다. 세로형으로 영상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고객과의 친밀도가 더욱 높아진다는 것도 구매율을 높이는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Q. 그립 서비스를 론칭한지는 얼마 되지 않은 거죠?
네 올해 2월 8일에 론칭했습니다. 론칭 후 현재까지는 서비스의 디테일을 개선하고 안정화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었고 이제부터 마케팅을 본격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Q. 플랫폼 비즈니스는 이용자 확보가 관건일 텐데요. 앞으로 이용자 확보를 위해 어떤 계획을 수립하고 계시나요?
마케팅의 중심은 ‘상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립이라는 플랫폼의 특성, 즉 영상을 매개로 했을 때 더욱 빛이 나는 특화된 상품을 소싱하려고 합니다.
Q. 단순히 이용자의 숫자만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상품을 통해 그립이라는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이를테면 어떤 상품이 그런 특성을 드러내는 것일까요?
전문 패션 그리퍼가 스타일을 제안함으로써 간단한 명품 소품으로 세련된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60% 이상의 파격적 할인을 제공하는 해외 직구 상품을 선보인다든지, SNS에서 핫하지만 절대 할인이 없는 인기 제품들의 먹방을 공개하며 반짝 할인을 한다든지 하는 식입니다.
Q. 그립이라는 서비스를 어떤 분들이 만들고 운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과연 앞으로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건지도 중요하니까요. 대표님과 개발자분들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네이버를 포함해서 글로벌 마케팅으로 15년의 경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최근 5년은 스노우, B612 등의 카메라 서비스에 몸을 담았고요. 특히 잼라이브와 스노우는 마케팅 및 사업을 총괄하였습니다.
이 영상 관련 서비스들을 하면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본 것입니다. 함께 하는 분들도 대부분 네이버에서 같이 일했던 멤버들입니다. 네이버 지식인, 스노우, 밴드 등 다양한 성공 서비스를 만들었던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Q. 그렇지 않아도 서비스의 퀄리티가 높아 보여 좀 의아했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그런데 라이브 방송을 하고 나면 해당 영상은 사라지나요? 아니면 보관이 되고 이후에도 계속 판매가 이뤄지게 할 수 있나요?
라이브 방송이 종료되면 VOD로 남게 되고 하이라이트 형태로 보여집니다. 그래서 종료 후에도 계속 판매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다만 라이브 방송 시에만 특가로 진행하시는 경우도 있으신데 이 경우는 그리퍼가 내용을 남기고 싶지 않기도 합니다.
사진 = 하이라이트로 남은 VOD
Q. 그 VOD를 일반 쇼핑몰의 상품 상세페이지에 포함할 수 있도록 지원하시나요? 유튜브의 경우는 embed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잖아요?
지금 당장은 서비스 초기인지라 제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차후로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다만 VOD는 어렵지 않겠으나 라이브의 경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Q. 수수료 정산 시기는 어떻게 되나요? 일부 커머스 플랫폼은 정산 기간이 너무 길어서 어려움을 겪는 판매자들도 많아서 여쭤보는 질문입니다.
정산 시기는 익월 15일로 빠르게 정산해 드리고 있습니다.
Q. 여기까지 긴 시간 질문에 성실히 답변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그립의 무궁한발전을 기원합니다.
입력 2021.04.18 10:00 수정 2021.04.16 18:23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최근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바로 라이브커머스(Live commerce)다.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 실시간 방송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일종의 ‘모바일 홈쇼핑’으로 흔히 ‘라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때문에 동영상 플랫폼에 익숙한 MZ세대에게 특히 각광받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작년 3조 원대였던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3년 8조 원대까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만한 점은 기존에는 오프라인을 통한 판매에 주력하던 업종들도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식음료 업체들의 라이브커머스 진출이 눈에 띈다. 최근 식음료업계는 MZ세대의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고자 라이브커머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롯데네슬레코리아, 그립‧티몬 이어 네이버 손잡고 ‘라방’ 선봬
롯데네슬레코리아는 최근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MZ세대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지난 1월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GRIP)과의 첫 라이브방송을 진행한 이래 티몬 티비온(TVON), 네이버 쇼핑라이브 등 다양한 채널과 협업한 ‘라방’을 선보이고 있는 것.
ⓒ롯데네슬레코리아
특히 지난 7일에는 네이버 쇼핑라이브 내 ‘도전 라이브스타’와 협업 방송을 진행, 다양한 제품들을 특별한 가격과 구성으로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귀여운 레트로 디자인의 ‘네스카페 마소따 블루투스 스피커’와 스테인리스 텀블러, 네스퀵 색연필 등 다양한 구성품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오는 20일 8시에는 네이버 쇼핑라이브 ‘리코의 랭킹쇼핑’을 통해 롯데네슬레코리아의 인기 제품만을 엄선해 특별 할인가로 판매한다.
롯데네슬레코리아 관계자는 “라이브커머스 서비스는 올해 1월 처음 선보였는데 고객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좋은 반응을 얻어 다양한 채널과 제휴하며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라이브커머스를 활용해 MZ세대 고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페베네, 첫 라이브커머스 통한 스페셜 할인 프로모션 제공
카페베네는 지난달 티몬 티비온을 통해 첫 라이브 방송을 실시, 특별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호응을 얻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생딸기주스, 생딸기라떼 등 봄 신메뉴 중심의 세트 메뉴 모바일 상품권 5종을 특가에 판매했다.
특히 첫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기념한 경품 이벤트 경품으로 굳세나 유리컵 세트와 딸기라떼 맴버십 쿠폰을 준비했다. 방송이 라이브 되는 동안 실시간으로 경품 응모와 당첨 발표를 진행, 소비자의 즉각적인 참여와 반응을 끌어내 눈길을 끌었다.
ⓒ카페베네
롯데칠성음료, 친환경 메시지 담은 라이브방송 진행
롯데칠성음료도 최근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에서 친환경 메시지를 담은 브랜드데이 행사와 함께 라이브방송을 진행했다.
이번 방송에서는 국내 최초 무라벨 생수인 아이시스 ECO 등 롯데칠성음료의 친환경 음료 제품에 대한 소개와 함께 20% 추가 할인 및 푸짐한 경품 이벤트가 진행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진행자가 환경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무라벨 생수에 대해 설명하자, 시청자들은 “환경보호하는 기업 좋아요”, “무라벨 음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등 댓글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하며 ‘친환경’에 대한 쌍방향 소통의 장이 열렸다.
ⓒ롯데칠성음료
매일유업, 매일두유X아빠랑 합동 라이브방송 통해 기획팩 선봬
매일유업도 일찍이 라이브커머스 열풍에 동참했다. 매일유업 매일두유는 지난 2월 네이버 쇼핑라이브를 통해 무설탕 식품 브랜드인 ‘아빠랑’과 합동 라이브방송을 진행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매일두유와 아빠랑 잼으로 구성된 '매일두유와 함께 먹는 자색 고구마' 패키지를 1000세트 한정수량으로 선보이고 해당 패키지 구매고객 대상 구매확정 포인트 1천 원을 지급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방송 진행자로는 스타일리스트 서수경, 애프터스쿨 출신 배우 리지가 출연해 설탕 없이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간식 레시피와 다이어트 팁을 소개했다.
코로나19 이후 큰정부가 귀환하고 증세의 시대가 열렸다. 부자증세는 불평등을 교정하고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경제의 미래는 결국 정치에 달렸다.
불평등은 정치의 문제이며 그 치열한 싸움의 전장은 역시 세금이다. 1980년대 이후 선진국들에서 보수 정치의 득세와 감세의 물결은 불평등 심화로 이어졌다. 불평등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증세를 실현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재정 확장으로 ‘큰정부’가 귀환했고 증세의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1.9조 달러의 경기부양에 추가로 4조 달러에 달하는 공공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한 막대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증세 계획도 내놓았다. 그 대상은 역시 부자와 기업이다. 트럼프가 인하한 법인세와 최고소득세율을 인상하고 상속세를 강화하며 자본이득세도 올릴 전망이다. 불황과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돈을 쓰고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팬데믹이 심화시킨 불평등이 부자증세를 정당화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충격에도 고소득층은 타격을 받지 않았고 고통은 저소득층에 집중되었으며, 특히 자산가격 상승으로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감세를 지지하던 논리도 무너지고 말았다. 보수파는 세금을 높이면 노동과 투자에 대한 유인에 악영향을 미쳐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낙수효과가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경제학에 기초하여 선진국들은 평균적으로 1981년 62%에서 2015년 35%로 최고소득세율을 인하했다. 성장은 촉진되지 않았고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OECD 18개국의 주요 부자감세 사례를 분석한 최근의 실증연구는 감세로 인해 성장이 촉진되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보고한다. 감세는 상위 1%의 소득집중도를 높인 반면 성장과 실업에 미치는 효과는 없었다.
그렇다면 부자증세가 불평등을 교정하고 재정지출을 지지하여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미 미국의 정가와 경제학계에서는 최고소득세율을 인상하고 거대 부자들의 자산에 대해서도 누진세를 매기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세금을 얼마나 올릴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최적의 최고소득세율에 관한 경제학에서 핵심은 세금이 높아질 때 최고소득층이 노동을 얼마나 덜 해서 과세대상소득이 얼마나 줄어들 것인가를 의미하는 탄력성이다. 여러 연구들은 이 탄력성이 별로 높지 않다고 보고하며, 따라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다이아몬드 MIT 교수는 미국의 최적 최고소득세율을 약 70%로 높게 추정했다.
또한 피케티(파리경제대학)와 사에즈(UC 버클리) 교수 등은 높은 세금이 최고소득자들의 지대 추구를 억제하기 때문에 노동 공급만 고려한 경우보다 최고소득세율이 높아야 하며, 세금이 높으면 세전소득의 불평등도 줄어들 것이라 강조한다. 최근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는 한국에서도 최고소득층의 과세소득탄력성이 상당히 낮다고 보고한다.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 세금 이데올로기 바뀌나
경제성장률이 높고 불평등은 낮았던 1950년대에 미국의 최고소득세율은 90%가 넘었고, 1970년대에도 70%였다. 한국도 1970년대 박정희 정부 때 70%까지 높아졌고, 1980년대에도 50%였다. 이후 감세로 세율이 계속 낮아져왔지만 최근 문재인 정부는 최고소득세율을 45%까지 인상했다. 이자나 배당과 같은 종합소득에서 상위 0.1%의 집중도가 최근 몇 년간 높아졌음을 고려하면 최고소득세율을 더 인상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세수와 재분배 효과를 고려하면 과도한 소득세 공제를 축소하여 중상위층까지 포함하는 증세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피케티는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사회는 저마다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며 모든 사회의 역사는 이데올로기 투쟁의 역사라고 썼다. 그는 또한 불평등 변화의 주된 원인이 정치라는 점을 생생히 보여주었다. 이제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에서 세금을 둘러싼 이데올로기 지형이 변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부자증세와 포스트코로나 시대 경제의 미래는 결국 정치에 달려 있을 것이다. 필요한 것은 새로운 세금의 경제학과 증세를 위한 정치적 노력이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올 2월 열린 기본주택 컨퍼런스에서 이재명(가운데) 경기지사와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핵심 정책인 ‘기본주택’ 법안들이 국회에 연이어 제출되면서 '반값 아파트' 실현이 가시화 하고 있다.
18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2월 8일 노웅래(서울 마포갑) 의원이 대표 발의한 ‘토지분리형 분양주택 공급촉진 특별법(분양형)’ 제정안을 시작으로 2월 25일 이규민(안성)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공주택 특별법(장기임대형)’ 개정안, 3월 19일 박상혁(김포을) 의원이 대표 발의한 ‘토지임대부 기본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법(분양형)’ 제정안, 4월 14일 이규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공주택 특별법(분양형)’ 개정안 등 기본주택 관련 법안 4건이 계속해서 국회에서 발의됐다.
앞서 도는 공공주택 정책의 패러다임을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에서 ‘보편적인 주거권 보장’으로 바꾸겠다며 지난해 7월과 12월 각각 경기도 기본주택 장기임대형과 분양형을 발표한 바 있다.
기본주택 장기임대형은 무주택자에게 아무런 자격조건 없이 적정 임대료로 30년 이상 안정적인 거주공간을 공급하는 주택 유형이다.
기본주택 분양형은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주택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형태로 거주의무기간 10년, 주택 양도 시 사업시행자에게 환매를 의무화하는 내용 등 분양자가 사실상 평생 거주할 수 있는 주택 유형이다. 싱가포르처럼 공공이 소유한 토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반값 아파트가 가능하는 평가다. 경기도가 지난해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조성원가가 3.3㎡당 2,000만원인 토지에 1,000세대(용적률 500%)를 조성하면 전용면적 74㎡(30평)의 분양가는 2억7,700만원이었다.
국회에 제출된 4개 법안은 경기도 기본주택 정책의 법적 근거 확보와 연결된다. 이규민 의원의 법안 2건은 공공주택 범주에 기본주택 분양형과 장기임대형을 신설하고, 그 성격을 무주택자 대상 공급 등으로 규정하는 내용이다. 노웅래ㆍ박상혁 의원의 법률안은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주택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형태의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으로 경기도의 기본주택 분양형 정책과 연계가 가능하다.
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입주 자격(소득·자산·나이) 제한이나 입지, 임대주택 투기 등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문제점들이 해소돼 도가 추진하는 기본주택 정책이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도는 기대하고 있다.
홍지선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은 “이번 법률안이 공공주택 정책의 패러다임을 보편적인 주거권 보장으로 바꿀 첫걸음이라 생각한다”며 “보편적 주거권 보장과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법안 통과에 중앙부처 및 국회의원 등과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병진 교수는 추락한 집권당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하나의 '테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상정했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가치에 충실하겠다는 선언이나 인사다. 그를 통해 견제와 균형, 개인 인권의 보호, 법치의 가치를 회복하겠다고 할 만하다는 것이다. 국민이 그 진정성을 알아볼 계기는 검찰총장 임명이라고 했다. 친문을 임명한다면 문재인 정권은 답을 찾기가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친문(문재인 대통령 적극 지지자)이 이 지사 대선 길의 최대 복병으로 보십니까.
"이 지사는 야권의 공격도 받지만 당내 친문들로부터도 공격받고 있거든요. 친문들이 아직 결정을 못했잖아요. 엊그제부터 유시민 씨 발언에 대한 미묘한 파장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은 재보선 직후 하버드대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가 집필한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라는 책을 읽고 유 씨가 왜 야당이 현 정부를 비판하며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하는지 알겠다고 한 부분이다. 유 씨는 야당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소수 엘리트들에 의해 파시즘이 다수결의 미명 하에 은밀하고 부드럽게 진행된다'라는 문장을 갖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것 같은데, 야당 주장은 근거 없다고 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 그가 내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친문으로서 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홍영표 의원은 15일 한 방송에 나와 유 씨의 대선 출마설에 대한 질문에 "(출마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면서도 알아보겠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2013년 정치 은퇴를 선언하고 정치 현장과 거리를 유지해왔다.
-유시민 씨는 친문 핵심인데, 만약 유시민이 이재명을 인정하면 무게 추는 이재명으로 기울까요.
"글쎄요. 단순히 정치공학적으로만 생각하면, 저는 진보니까 여권이 이기길 바랍니다만, 민주당이 이기려면 '노무현시즌2'를 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재명은 민주당이 아니라 그냥 기득권과 싸우는 사람으로 인식돼야 이깁니다. 기억나세요? 박근혜 대표가 천막당사 이전을 결정했을 때 당시 진보들이 굉장히 짜증을 냈어요. 이명박의 반대가 자기들인데, 이명박과 박근혜간 구도가 돼버렸단 말이에요. 지금 만약 그렇게 구도가 짜이면 여권이 이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등 돌린 국민 여론도 되돌릴 수 있다는 말인가요.
"일부 여권에서 정권이 넘어간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대한민국이 얼마나 다이내믹한 나라인데요, 아직 모릅니다. 구조적으로 민주당이 이기려면 이재명의 반기득권에 민주당이 최대한 동참해주고 그러면 이재명이 자유롭게 포지션을 중도 진영으로 폭넓게 나갈 수 있어요. 저 같으면 김동연을 비롯해서 광폭 행보를 하겠어요. 그리고 보수의 훌륭하신 분들을 영입하는 겁니다. 진보의 경제노선이 꼭 옳은 것은 아니거든요. 지금은 혁신이 필요한데 그건 보수보다 진보가 잘 할 수 있다고 봐요."
-교수님은 현 상황에서는 윤석열이나 안철수 대 이재명을 대표로 빅 텐트가 쳐질 것으로 보시는군요.
"지금으로선 그 가능성이 높아요. 진보도 여전히 만만치 않아요. 한국의 30·40대는 여전히 촛불세력으로 한국의 보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 점에서 한국 민주당과 미국 민주당의 결정적 차이가 있어요. 미국의 민주당이라고 해서 왜 조금 더 보수적, 중도적 분파가 없겠어요. 잘 보시면 미국은 실사구시의 나라 아닙니까. 미국의 진보가 망하지 않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작년에 바이든이 후보가 됐을 때는 안 된다는 예상이 많았거든요. 저는 초기부터 바이든이 된다고 했어요. 시대의 결을 이해하는 촉이 좋아서 중도라 하더라도 시대적 흐름이 진보로 가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낮출 줄 알아요. 한국의 보수가 오랫동안 집권해온 비결은 바로 그런 걸 갖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민주화 이후 보수의 집권기간이 2배 정도 길지요.
"시대의 결이 우리 쪽에 불리하면 우리가 총질을 멈춰야 할 때고 단결해야 할 때라는 것을 보수들은 90년대만 하더라도 알았어요. 진보들은 그것을 몰라서 계속 망했고요. 그런데 이제 진보도 역의 트라우마, 분열하면 진다는 교훈을 너무 새겨서, 초선 5명의 올바른 지적을 진압하는 것에서 보듯, 너무 가버렸지요. 저 같으면 조국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비판을 안 한다 하더라도 겉으로는 비판하는 척은 할 거 같아요.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할 것 같아요. 돌아서서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런데 이들은 그것마저 안 하잖아요. 그게 현실정치거든요. 왜? 저 사람들은 아직도 위기라고 생각을 않는 겁니다."
-교수님은 민주당 진영에 직간접으로 이론적 전략을 제공하는 걸로 알려졌는데요, 요즘은 조언을 안 하십니까.
"제가 외국에서 공부 마치고 돌아와서 민주당이 '자영업자' 신세였을 때 무수한 강연과 어드바이스를 했어요. 그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분들과 접촉이 좀 있었어요. 지금 그 때의 악몽이 다시 살아나요. 그게 뭐냐면, 계속 쓴소리를 하니까 멀어지는 겁니다. 보수는 저를 '빨갱이'라 생각하고요.(웃음) 진보는 저를 경원시 하고요. 당시 민주당 사람들이 저한테 한 말이 있어요. "안 교수님, 제발 이제 위기라는 말 좀 하지 마세요." 자신들도 알고 있다고. 그 후에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했지요."
-진보와 보수를 극복하고 생태 민주주의로 가야한다는 주장을 하시는데, 양 극단을 극복하고 지구생태와 공존하려면 중용의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는 의미인가요.
"그게 당분간은 힘들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은요. 제가 왜 문재인 정부에 대해 강하게 비판적인 사람으로 돌아섰느냐 하면 두 가지 측면인데요, 하나는 제가 아는 한 문재인이라는 분은 윤리적인 분이에요. 개인 문재인은 비교적 깨끗하게 살아오신 분이에요. 그리고 한국 진보의 주류가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민정수석 시절에 경희대 동문들 중에서 상당수가 문 수석을 싫어했어요. 왜 싫어한 줄 아세요, 청와대 근처에도 못 오게 했어요. 한국의 정치인들을 많이 아는데, 여야를 통틀어서 자기가 수석을 맡고 있는 시절에 동문을 근처에도 못 오게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사연(私緣)을 멀리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지 않습니까.
"아니 많은 사람들이 학연, 지연의 영향을 받습니다. 최소한 당시 문재인은 안 그랬어요. 그러나 공적으로 윤리적이냐는 것은 다른 문제지요. 아무튼 윤리적 리더십에서는 강점을 갖고 있었고 노력을 했다는 겁니다. 이런 분이 대통령이면 측근들이 건달 같은 짓을 하면 야단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무너진 거잖아요, 지금. 윤리적 리더십이 토대가 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비단 정치뿐만이 아니겠지요.
"예, 대학 강단에서 표절하는 인간들, 공직에서 비윤리적인 짓을 하는 인간들, 이런 인간들이 발을 못 붙여야 대한민국이 보수정부가 되든 진보정보가 되든 살아남을 겁니다."
-제도적 혁신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언론의 자유, 법의 지배, 제한된 정부, 개인의 책임이 강조되는 민주주의) 가치의 토대를 단단히 뿌리내리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습니다.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면 오해를 살 거 같아서 학문적 용어로 리버럴 디마크러시를 저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라고 칭하는데요,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면 마치 보수주의의 전유물처럼 인식이 돼 피하려 이렇게 부릅니다. 보수신문을 보시는 분들이 불쾌할 수 있지만, 왜 한국에 진보의 주류가 욕을 먹느냐 하면 일차적으로는 보수 때문에 그래요. 한국의 보수가 박세일 선생처럼 합리적 보수로 발전해왔다면 진보들도 '우리도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대해서 좀 더 생각을 깊이 해야 되는구나'라고 했을 텐데요. 그간 보수가 이끈 민주주의가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아니거든요."
-반공적 '냉전 자유주의'였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자의적 민주주의라고 할까요. 자의적 지배, 반 공화주의입니다. 한국의 보수 집권세력들이 자의적으로 탄압해온 거 아닙니까. 한국이 서울공화국 아닙니까. 저는 '서울공화국'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데요, '서울왕국'입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진보가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얼마다 위대한 가치인가를 깨달을 기회가 없었던 거지요. 물론, 그렇다하더라도 진보는 스스로 성찰하면서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가치를 가지려고 노력했어야 하지요. 일부, 그런 훌륭한 진보의 흐름이 있긴 있었어요. 김근태, 유인태, 김부겸, 노회찬 등입니다. 노회찬도 저와 옥살이를 같이 하면서 그랬어요. '이제 진보가 선거라는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 선거 속에서 사회민주주의를 하자'는 것이 노 선배의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정의당이 그런 가치를 충실히 구현하고 있는가? 아니 조국을 지지하는 인간이 그게 자유주의자인가요?"
-현재의 정의당 지도층은 어떤가요.
"여영국 대표는 비판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진보와 보수가 무엇을 놓고 경쟁해야 하냐면,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속 토대에서 진보는 어떻게 진보적 자유민주주의로 갈 것인가, 보수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가져갈 것인가 하는 싸움을 해야지요."
-실제 그런 깊이 있는 고민을 하는 정치세력이 있습니까.
"지금 이재명 계파에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토대 위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좀 적어요. 이재명 지사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한계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윤석열 쪽은 아직 진영이 형성되지 않았으니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윤석열이 생각하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어요. 그의 검찰 이력을 보면 문제가 있어요. '두 프로세스'(do process), 제가 생각하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적법한 절차인데, 그 점에서 윤석열이 과연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윤석열 총장이 검사시절에 적절한 절차에 대한 문제의식이 얼마나 강했었나요? 별건수사, 강압수사, 프레임 정해놓고 수사하는 것이 적절한 절차인가요?"
-총장이 된 후 그런 퇴행을 뿌리 뽑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건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요.
"글쎄요. 윤석열 총장이 모겐소(로버트 모겐소, 미국 뉴욕 맨패튼 지방검찰의 지검장에 9연임 선출되면서 부패 척결에 나섰던 전설적 지검장)를 얘기하던데, 그들은 직업윤리가 자신의 이념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는 김영란 전 대법관 같은 인물이 그와 비슷한 공직의 직업윤리를 가졌다고 생각해요. 그가 진보인가요?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존경해요. 진보와 보수 이전에 자기의 직업윤리에 투철하잖아요. 그 다음에 정은경(질병관리청장) 씨도 이념보다 자신의 직업윤리에 투철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내년 대선은 누가 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봐야겠군요.
"저는 지금 대선 후보들에게 말씀 드리고 싶은 게,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어떻게 성숙시킬 것인가를 놓고 진검승부를 벌였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다른 말로 하면 공화주의(共和主義)입니다. 이게 너무 학문적인 얘기인데, 한국 대선 후보들이 다음 달부터 차차 등장할 텐데, 이 걸 갖고 싸웠으면 좋겠어요. 진보공화주의와 중도적 또는 보수적 공화주의, 박세일 선생의 공동체 자유주의는 학문적 분류로 따지면 우파 공화주의인데, 이걸 갖고 자웅을 겨루는 겁니다. 바이든과 오바마 같은 경우는 조금 더 진보적 공화주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 센 것으로는 과거 사회주의자 중에 유진 뎁스라는, 센더스가 이상으로 생각하는 사회주의자가 있었어요, 그 사람은 빨갱이가 아니라 공화주의적 가치가 있는 사회주의자입니다."
-사상적 쟁투가 국민들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오히려 앞으로 1년간 후보들을 모두 도마에 올려놓고 사상적 이념적 검증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유승민 같은 사람이 공화주의적 문제의식이 강한 거 같아요.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 때 여당 대표연설에서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그런 연설이 나올 수 있었던 겁니다. 보수 대선 후보들은 공화주의적 가치, 또는 과거 천민자본주의와 결별하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보수 버전을 내 걸고 겨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기서 연설문에만 내걸라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각론과 가치를 구현할 실천방안을 내놓으라는 겁니다."
-그게 잘 될까요? 원칙과 이상은 멀리 있고 포퓰리즘은 가까이 있는데.
"제가 누구라고 말씀 드릴 수는 없는데, 전에 대선 후보들에게 공화주의를 강연한 경험에 비춰보면, 이 사람들은 어떤 가치와 구체적인 것을 일치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연설문에만 담으려고 해요. 문제는 구체적 법안, 예를 들어 기본소득 같이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도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멋진 연설문과 레토릭을 가졌으면서도 겉돌고 있지 않습니까."
-현 정권이 민주주의를 '다수주의'로 착각했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잘못한 것을 1년 남은 기간에 만회하려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이 사람들이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는다 해도 어떤 테제는 만들 수 있지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가치에 충실하겠다, 다수주의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니까 견제와 균형, 개인 인권의 보호라든지, 법치라든지 이런 것들이 조화를 이루는 나라를 만들어보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도 그런 에씩(ethics)을 지키는 사람으로 임명을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나올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게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고 곧 있을 검찰총장 임명도 현재로선 이성윤 서울지검장이나 김오수 전 법무부차관 등 친정권 사람으로 임명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검찰총장에 누구를 임명하느냐에 따라 자기들이 제시한 테제에 맞게 가느냐 아니면 그건 그냥 형식뿐인 것이냐가 결정되겠지요. 그리고 민주당 원내대표도 친문이 되느냐 아니면 비문이 되느냐도 진정성을 엿볼 기준이 될 겁니다."
-정치인들의 의도를 읽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최근 인문사회학의 학문적 트렌드는 과거에는 제도, 개헌 이런 것을 주로 얘기하다가 최근의 트렌드는 문화, 마음, 사유의 구조 등 좀 공허하게 들릴 수 있는 주제로 옮아오고 있어요. 즉 마음의 공간을 바뀌지 않으면 무얼 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이런 트렌드는 인문사회학 뿐 아니라 최신 과학적 연구에도 나타나고 있어요. 인지심리학이라든가 선스타인의 넛지(nudge) 행동경제학이 그런 것이라고 봅니다."
-정치인들에게 사유의 구조를 바꾸길 바랄 수 있을까요.
"저는 기존 정치세력들한테서 그걸 기대하기 어려워서 그 세력들을 견제할 수 있는 새로운 블록이 나타나길 바랍니다. 보수든 진보든. 진보에서만 나타나서는 힘이 약하고 보수도 나타나야지요. 왜? 우리나라 정치지형은 적대적 상호의존형 나라니까. 보수가 '똥볼' 찰 텐데, 뭣 하러 개혁을 해요? 윤석열 친구 이철우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가 윤석열 총장한테 그랬다고 하지 않습니까. '날파리들' 조심해야 한다고. 한국은 권력의 냄새가 나면 아사리판이 됩니다. 두고 보세요. 윤석열 씨가 좋은 선구안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제가 왜 자꾸 보수 쪽을 비판을 하냐면, 보수가 바뀌지 않으면 진보 안 바뀌기 때문입니다."
-진보와 보수가 대치하는 분야가 대북정책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과연 '진보적 가치'를 반영하는 건가요.
"김대중 정부와 현 문재인 정부의 평화번영 노선은 비슷해 보입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물론 보수는 제 말씀에 동의 안 할 수도 있지만, 그 당시 좀 지나치게 온건했을 수도 있었어요.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이 있었어요. 북한체제를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지금보다 훨씬 강했던 겁니다. 한국의 보수들이 재평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당시 대북정책이 100% 옳았다는 건 아닙니다. 이제 진화해야죠.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는 미·중 신냉전으로 가고 있잖아요. 신한반도 체제를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데 연속성은 있는 것 같지만 전환이 없어요. 전 세계적으로 권위주의와 맞서 싸우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과 연대는 적극 참여해야지요. 이것마저 모호성을 띠어서는 안 됩니다."
-생태민주주의가 국민들에게 생소해서 좀 더 여쭙고 싶은데요.
"세계는 온실가스 증가에 대해 앞으로 7년~10년 내에 래디칼한 전환을 안 하면 보수와 진보 모두 티핑포인트 이후엔 이념이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어요. 환경과 생존의 문제만 남게 될 수밖에요. 그 속에서 진보와 보수가 싸워봤자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래서 최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기후, 시민, 의회라는 어젠다를 내놨어요. 김종인 대표가 참 탁월한 게 마크롱 대통령을 주목하더라고요. 그런데 마크롱의 기후, 시민, 의회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가 소집한 거니까. 하지만 아래로부터 기후, 시민, 의회는 한국의 여야 대선 주자들, 대표들이 제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미래세대가 자유주의를 넘어선 의회를 제대로 실현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중국의 '기후독재'가 세상을 평정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의 '기후독재'란 무슨 의미인가요.
"저는 미중 신냉전에서 전략적 모호성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거든요. '전략적 모호성2.0'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봐요. 전략적 모호성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라는 전제를 깔고 있지요. 왜냐하면 삼성은 이제 많이 탈중국을 했는데, 다른 기업들도 탈중국을 해야되거든요. 그래서 완전한 전략적 모호성을 버릴 수는 없는 겁니다. 중국의 '기후독재'란 앞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구가 기후변화와 바이러스 팬데믹에서 중국을 앞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서 나온 겁니다. 중국 전체주의가 집행력은 뛰어나거든요."
-현재 우리의 준비 상태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예를 들어 호주의 브레이크쓰루(breakthrough)라는 싱크탱크가, 유튜브에서 화제가 됐었는데, 기후위기가 티핑포인트를 넘어서게 되면 아시아난민이 생길 텐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고민한 내용을 발표했어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난민에 우리, 서울에 사는 우리도 포함돼 있었다는 겁니다. 6·25 때 흥남부두의 철수가 재현될 수 있는 거예요. 이건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행인 것은 우리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겁니다. 최근 기업들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파급되는 것은 정말 다행입니다. 이젠 '이익 자본주의'에서 '그린 자본주의'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생태 위기라는 공통의 과제 앞에서 진보와 보수는 더욱 더 협력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봐야겠네요.
"진보가 기본소득 대 전국민고용보험제 갖고 싸우고, 보수는 누가 더 시장주의적이냐를 갖고 싸우는데 그건 앞으로 닥칠 위기와 관련이 없죠. 저는 앞으로 열심히 싸우라고 하고 싶어요. 하지만 누가 집권을 하든 공통의 대타협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넘어 생태 민주주의로 전환이 이뤄집니다. 여기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새마을운동이에요. 새마을운동본부는 생태적 조직으로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앞서갑니다. 이걸 전임 정성헌 회장이 만들었어요. 김부겸 장관이 삼고초려해 모셔온 정말 리더십이 뛰어난 분이었는데 지난 2월 그만두셨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자른 셈이지요. 새마을운동을 완전히 생태적 조직으로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새마을운동을 초당적 조직으로 만들었어요."
-앞으로 1년 동안 중요한 정치일정이 있는데, 국민들이 판단을 내릴 때 무엇을 중요하게 봐야 할까요.
"저는 누가 더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가치에 충실할 수 있느냐 봤으면 좋겠어요. 자유, 인권, 견제와 균형, 법치의 문제도 고려해야 하고요. 또 중요한 것은 절망적 양극화, 기후위기, 갈수록 약해지는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과 미중 신냉전이란 국제질서에서 대한민국의 안전, 나약해지는 삶과 생명의 기반을 걱정하는 지도자를 뽑으라고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