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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10억 코트 가위로 싹둑! 이랜드, 대륙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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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6.23 03:03
이랜드차이나(중국명 衣戀·'이롄')의 최종양 대표는 올해 초 상하이시 정부로부터 13만㎡ 규모의 시내 핵심 상권 부지를 시중 가격보다 70% 싼값에 분양받았다. 다른 외국 기업들로선 상상 못할 파격적인 대우로 특혜나 마찬가지였다. 지난해에는 이랜드차이나 본부가 자리 잡고 있는 상하이시 민항(閔行)구 측은 "세금을 정직하게 너무 많이 내줘 고맙다. 다른 곳으로 옮기지 말고 민항구에 계속 있어달라"는 부탁까지 하며 1억위안(약 180억원)의 세금을 환급해줬다.
인텔·마이크로소프트(MS)·코카콜라 등 100여개 글로벌 기업의 중국 본부가 있는 민항구에서 이랜드차이나가 2010년 코카콜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0억위안(약 1800억원)의 법인세를 낸 데 대한 '화답'이었던 것이다.
이랜드차이나는 중국 내 한국 기업들 사이에 '기적(奇蹟)을 쏜 기업'으로 불린다. 진출 첫해인 1994년부터 2000년까지는 7년 연속 적자를 내며 수백억원의 누적 적자로 폐업 직전이었지만,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50%에 육박하는 고성장을 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률도 글로벌 패션 기업과 맞먹는다.
이랜드는 내부에서는 물론 대외 접대에서도 임직원들의 음주나 유흥업소 출입을 원천 금지한다. 중국에서는 오히려 이 규칙을 더 엄격하게 적용한다. 세계에서 가장 텃세가 심하고 �r시(關係·사적인 인간관계)의 위력이 절대적인 중국에서 어떻게 이랜드는 사업 성공을 넘어 콧대 높은 공무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걸까?
1. 여성용 고급 코트 1770벌을 가위로 절단한 까닭
소비자 항의 한 건도 안 들어왔지만 조그만 흠 있는 코트 전량 폐기 처분
準명품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아
이랜드차이나(이하 '이롄'으로 약칭)는 작년 1월 한 벌당 3580위안(당시 환율로 약 61만원)짜리 여성용 스코필드 겨울 코트 1770여벌(총10억7000만여원)을 가위로 절단 처분했다. 단 한 건의 소비자 항의도 접수되지 않았지만, 조그만 흠이 발견된 게 발단이었다. 결국 "프리미엄급 고급 상품으로서는 그냥 묵인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져 눈물을 머금고 전량 폐기한 것이다.
지난달 25일 취재진이 찾아간 중국 3대 백화점 가운데 하나인 상하이 빠바이빤(八佰伴)백화점. 이곳 3층에 있는 여성 매장의 화샤오(華曉) 총지배인에게 150개 입점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 현황을 요청했다. 그가 건네준 순위표를 보니 1~5위 브랜드는 '티니위니·스코필드·이랜드·프리치·로엠'…. 모두 '이롄'의 브랜드였다. 중국 기업인 오셜리(Ochirly), 덴마크 기업인 베로모다(Veromoda) 등이 6·7위였다.
'이롄'이 중국에 선보이는 브랜드는 올 5월 말 현재 27개. 제일모직(빈폴), LG패션(헤지스), 베이직하우스 등 한국 브랜드들도 중국에 진출해 있지만 '이롄'처럼 다(多)브랜드 전략을 구사하는 곳은 없다. 다양화, 세분화하는 중국 소비층을 겨냥한 전략이다. "한국에서는 이랜드가 중저가 브랜드로 통하지만 '이롄'은 루이비통·샤넬·구찌 같은 세계적 명품의 바로 밑 단계인 매스티지(masstige·대중적인 명품)급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습니다."(박상균 '이롄' 남방본부장)
5300개의 매장을 100% 직영하는 것도 특이하다. 김영주 인력담당 부장은 "2만8000명의 판매사원 교육과 인원 배치, 임금 등도 이랜드가 모두 책임지며 본부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 위상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대다수 외국 기업이 지역 중간유통업자(대리상)에 위탁 운영하는 것과 정반대다.
"중간상을 쓰면 진출 초기 손쉽게 매장을 늘릴 수 있지만 재고와 직원 관리가 어렵습니다. 중간상에 의존했다가 현지 판매망 등 관리에 실패해 초기에 반짝 유행했다가 쇠락해 버린 지오다노 같은 브랜드의 뼈저린 사례를 잊을 수 없습니다."
2 오지까지 목숨 걸고 답사… 뼛속까지 현지화 전략
中전역 '읍' 단위까지 돌며 시장 조사
인사 고과 A 받은 사원만 中 보내고 현지인 우수사원 적극 발탁해 키워
2001년 1월 6일부터 만 6개월 동안 최종양 현 '이롄' 사장은 직원 10명과 중국 전역 193개 도시를 전(鎭·우리나라의 '읍') 단위 시골까지 샅샅이 돌았다.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오직 시장 조사와 지역별 현지인들의 의복 특징과 패턴 등을 조사했어요. 3등 완행열차나 허름한 버스를 타고 여인숙에서 자면서 지방 깊숙한 뒷골목까지 시장 특성과 진출시 공략 방안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요. 그때 깨알 같은 글씨로 메모한 10권의 취재 공책이 중국 공략의 '보배'가 됐습니다."(최종양 사장)
그는 "오지(奧地) 조사를 가느라 도중에 현지 강도를 만난 적도 여러 번이었다"며 "5~30여 시간 동안 밤낮으로 달리는 기차 안에서 입에 안 맞는 현지 음식과 씨름하며 돌아다니다 보니 팀원들의 체중이 일주일 만에 5㎏ 넘게 빠졌다"고 말했다.
발로 뛰는 현장 조사는 '이롄'의 중국 '대역전극'의 발판이 됐다. '이롄'은 가두 점포로 성공을 거둔 한국 경험에 사로잡혀 이를 중국에 접목하려다가 2000년까지 7년 연속 적자를 내며 고전했었다.
박성수 회장부터 매년 3개월 정도를 중국에서 보내며 중국 사업 성공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3~4년 정도 일하다가 국내로 돌아올 생각하지 말고 중국에서 뼈를 묻을 각오로 임하라"며 주재원들의 중국 체류 연한을 없애고 중국 근무 지원 자격도 인사 고과 평가 'A'를 받은 정예 사원으로 한정했다.
신입사원 때 1주일 중국 현지 프로젝트 수행과 주재원 출발 전 중국 관련 서적 100권 독파는 기본이다. '이롄' 한국 직원들이 지금도 자녀를 외국인용 국제학교가 아닌 중국 현지인들이 다니는 인민학교에 보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롄'의 전체 임직원 3만900여명(판매직원 2만8000명 포함) 가운데 한국인은 270명으로 0.7%에 불과하다. 대신 2004년부터 매년 현지인 우수사원 20명을 뽑아 6개월 동안 어학연수와 한국 본사 근무를 시킨다. 이 중 우수 인력을 다시 선발해 1년짜리 EMBA 교육을 보내 고급 인재로 키운다. 현재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중국 현지인들이 '이롄'의 12개 지사 가운데 6개를 책임지고 있다. 푸젠성 푸저우의 둥바이(東百)백화점에서 만난 이롄의 왕차오판(王超凡) 매니저. 전문대 졸업 후 2002년 입사해 판매사원을 거쳐 푸저우 지역 75개 매장을 총괄하는 그는 "다른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와도 움직일 생각이 없다. '이롄'만큼 진심으로 중국인을 위해주는 외국 회사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3. 사진 21만장 분석… 시장 트렌드 파악에 사활 걸어
주 3회 길거리에서 행인 사진 찍어 패션 리더들이 입는 옷 디자인 분석
2~3개월 안에 뜰 아이템 찾아내
토요일인 이달 9일 상하이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인민광장 앞. 둥화(東華)대학교 사진학과 학생들이 연신 행인들을 열심히 찍고 있다. '이롄'이 대학생들에게 의뢰한 패션 분석 프로젝트다. '이롄'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주도 빼놓지 않고 주 중 2회, 토요일 1회로 매주 3회씩 시민의 복장을 담은 사진을 촬영한다. 상하이 외에 북쪽의 선양과 베이징, 남부 선전까지다. 지금까지 모은 사진만 21만장이며, 상하이에서만 매주 평균 800~1000명을 찍는다.
중국 공략의 비밀 병기격인 이롄의 '패션연구소'는 패션 리더인 멋쟁이들이 입는 옷의 컬러, 기장, 소재 등을 분석해 앞으로 어떤 스타일의 옷들이 뜰 것인지를 예측한다. 이들의 옷차림을 분석해 ▲메가 트렌드(현재 대유행) ▲하향 트렌드(한물간 패션) ▲구색 아이템(필수 의류) ▲새싹 아이템(새롭게 뜰 조짐을 보이는 패션) 등 네 가지로 나눈다.
예컨대 사진 분석 결과 밀리터리 의상을 입고 다니는 상하이 인민광장의 멋쟁이 빈도수가 서서히 높아지면 향후 수개월 내 이 스타일이 상하이에서 유행을 탈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폭발적으로 유행이 번지는 순간)로 즉각 주목한다. 이렇게 '현지 트렌드 리포트'를 만들어 서울에 있는 이랜드 중국 담당 디자인실로 넘기면 디자인팀은 컴퓨터로 디자인 샘플을 중국으로 보낸다. 그러면 중국 영업·판매·기획 조직이 현지에서 인기를 끌 만한 디자인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이롄'의 유재균 패션연구소 소장은 "이런 작업은 '고객의 마음을 낚는 어부'와 같다"며 "런던, 뉴욕, 도쿄, 서울, 상하이 등의 패션이 실시간으로 유행을 타는 만큼 향후 2~3개월 내 뜰 아이템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했다.
디자인도 철저하게 현지화했다. "'티니위니' 브랜드 중국매장에는 가슴 한복판에 곰 모양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옷이 유난히 많은데 이는 브랜드 과시욕이 강한 중국인의 성향을 감안한 것입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은 중국에선 30%도 안 됩니다."
4. 술·담배 안 하는 이랜드 방식으로 비즈니스 개척
한 번 만난 공무원에겐 친필 편지
현지화 핑계로 中방식에 물들지않고 '관계'보다는 情 쌓으려 애써
'이롄'의 비즈니스 방식도 독특하다. 중국에서 보편화된 술·담배나 금품 제공·성(性)·유흥 접대 등을 거부하고 '이랜드 방식'으로 일관한 것이다.
예컨대 '이롄' 브랜드 입점을 위해 백화점 실력자나 지역 유지들을 만날 때도 '이롄'은 향응이나 금품 제공 대신 사업 발전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는 답답한 방식을 고집했다. 정부 공무원들에게는 초청 강의를 자주 맡겼다. 한번 만난 공무원들에게는 친필로 편지를 써 친밀감을 보였고 매출·이익 등 경영 실적을 분기별로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공개하고 걸맞은 세금을 꼬박꼬박 다 냈다.
'이롄'의 한 관계자는 "민항구 내 13만㎡ 규모의 토지를 분양받기 위해 2년6개월에 걸쳐 시 정부 당국자들을 220회 정도 끈질기게 만났다"며 "면담할 때마다 최근 한국 연속극 CD 같은 작은 선물을 들고 가는 식으로 그들의 마음을 열어 정(情)을 쌓으려 애썼고 결국에는 이런 진심이 통했다"고 말했다. 현지화를 핑계로 중국 방식에 물들지 않고 원칙에 입각한 '인내'와 '신뢰'로 돌파하는 '이랜드 웨이'가 적중한 것이다.
인텔·마이크로소프트(MS)·코카콜라 등 100여개 글로벌 기업의 중국 본부가 있는 민항구에서 이랜드차이나가 2010년 코카콜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0억위안(약 1800억원)의 법인세를 낸 데 대한 '화답'이었던 것이다.
이랜드차이나는 중국 내 한국 기업들 사이에 '기적(奇蹟)을 쏜 기업'으로 불린다. 진출 첫해인 1994년부터 2000년까지는 7년 연속 적자를 내며 수백억원의 누적 적자로 폐업 직전이었지만,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50%에 육박하는 고성장을 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률도 글로벌 패션 기업과 맞먹는다.
이랜드는 내부에서는 물론 대외 접대에서도 임직원들의 음주나 유흥업소 출입을 원천 금지한다. 중국에서는 오히려 이 규칙을 더 엄격하게 적용한다. 세계에서 가장 텃세가 심하고 �r시(關係·사적인 인간관계)의 위력이 절대적인 중국에서 어떻게 이랜드는 사업 성공을 넘어 콧대 높은 공무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걸까?
- ▲ 상하이 시내 강후이(港匯)쇼핑몰에 있는 이랜드차이나(衣戀·‘이롄’)의 브랜드인 티니위니 매장. ‘이롄’은 2010년 중국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지 2년 만인 올해 매출 2조원 달성이 예상되는 등 중국 투자 진출에서 새로운 기록을 만들고 있다. / 이랜드차이나 제공
소비자 항의 한 건도 안 들어왔지만 조그만 흠 있는 코트 전량 폐기 처분
準명품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아
이랜드차이나(이하 '이롄'으로 약칭)는 작년 1월 한 벌당 3580위안(당시 환율로 약 61만원)짜리 여성용 스코필드 겨울 코트 1770여벌(총10억7000만여원)을 가위로 절단 처분했다. 단 한 건의 소비자 항의도 접수되지 않았지만, 조그만 흠이 발견된 게 발단이었다. 결국 "프리미엄급 고급 상품으로서는 그냥 묵인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져 눈물을 머금고 전량 폐기한 것이다.
지난달 25일 취재진이 찾아간 중국 3대 백화점 가운데 하나인 상하이 빠바이빤(八佰伴)백화점. 이곳 3층에 있는 여성 매장의 화샤오(華曉) 총지배인에게 150개 입점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 현황을 요청했다. 그가 건네준 순위표를 보니 1~5위 브랜드는 '티니위니·스코필드·이랜드·프리치·로엠'…. 모두 '이롄'의 브랜드였다. 중국 기업인 오셜리(Ochirly), 덴마크 기업인 베로모다(Veromoda) 등이 6·7위였다.
'이롄'이 중국에 선보이는 브랜드는 올 5월 말 현재 27개. 제일모직(빈폴), LG패션(헤지스), 베이직하우스 등 한국 브랜드들도 중국에 진출해 있지만 '이롄'처럼 다(多)브랜드 전략을 구사하는 곳은 없다. 다양화, 세분화하는 중국 소비층을 겨냥한 전략이다. "한국에서는 이랜드가 중저가 브랜드로 통하지만 '이롄'은 루이비통·샤넬·구찌 같은 세계적 명품의 바로 밑 단계인 매스티지(masstige·대중적인 명품)급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습니다."(박상균 '이롄' 남방본부장)
5300개의 매장을 100% 직영하는 것도 특이하다. 김영주 인력담당 부장은 "2만8000명의 판매사원 교육과 인원 배치, 임금 등도 이랜드가 모두 책임지며 본부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 위상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대다수 외국 기업이 지역 중간유통업자(대리상)에 위탁 운영하는 것과 정반대다.
"중간상을 쓰면 진출 초기 손쉽게 매장을 늘릴 수 있지만 재고와 직원 관리가 어렵습니다. 중간상에 의존했다가 현지 판매망 등 관리에 실패해 초기에 반짝 유행했다가 쇠락해 버린 지오다노 같은 브랜드의 뼈저린 사례를 잊을 수 없습니다."
2 오지까지 목숨 걸고 답사… 뼛속까지 현지화 전략
中전역 '읍' 단위까지 돌며 시장 조사
인사 고과 A 받은 사원만 中 보내고 현지인 우수사원 적극 발탁해 키워
2001년 1월 6일부터 만 6개월 동안 최종양 현 '이롄' 사장은 직원 10명과 중국 전역 193개 도시를 전(鎭·우리나라의 '읍') 단위 시골까지 샅샅이 돌았다.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오직 시장 조사와 지역별 현지인들의 의복 특징과 패턴 등을 조사했어요. 3등 완행열차나 허름한 버스를 타고 여인숙에서 자면서 지방 깊숙한 뒷골목까지 시장 특성과 진출시 공략 방안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요. 그때 깨알 같은 글씨로 메모한 10권의 취재 공책이 중국 공략의 '보배'가 됐습니다."(최종양 사장)
그는 "오지(奧地) 조사를 가느라 도중에 현지 강도를 만난 적도 여러 번이었다"며 "5~30여 시간 동안 밤낮으로 달리는 기차 안에서 입에 안 맞는 현지 음식과 씨름하며 돌아다니다 보니 팀원들의 체중이 일주일 만에 5㎏ 넘게 빠졌다"고 말했다.
발로 뛰는 현장 조사는 '이롄'의 중국 '대역전극'의 발판이 됐다. '이롄'은 가두 점포로 성공을 거둔 한국 경험에 사로잡혀 이를 중국에 접목하려다가 2000년까지 7년 연속 적자를 내며 고전했었다.
박성수 회장부터 매년 3개월 정도를 중국에서 보내며 중국 사업 성공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3~4년 정도 일하다가 국내로 돌아올 생각하지 말고 중국에서 뼈를 묻을 각오로 임하라"며 주재원들의 중국 체류 연한을 없애고 중국 근무 지원 자격도 인사 고과 평가 'A'를 받은 정예 사원으로 한정했다.
신입사원 때 1주일 중국 현지 프로젝트 수행과 주재원 출발 전 중국 관련 서적 100권 독파는 기본이다. '이롄' 한국 직원들이 지금도 자녀를 외국인용 국제학교가 아닌 중국 현지인들이 다니는 인민학교에 보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롄'의 전체 임직원 3만900여명(판매직원 2만8000명 포함) 가운데 한국인은 270명으로 0.7%에 불과하다. 대신 2004년부터 매년 현지인 우수사원 20명을 뽑아 6개월 동안 어학연수와 한국 본사 근무를 시킨다. 이 중 우수 인력을 다시 선발해 1년짜리 EMBA 교육을 보내 고급 인재로 키운다. 현재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중국 현지인들이 '이롄'의 12개 지사 가운데 6개를 책임지고 있다. 푸젠성 푸저우의 둥바이(東百)백화점에서 만난 이롄의 왕차오판(王超凡) 매니저. 전문대 졸업 후 2002년 입사해 판매사원을 거쳐 푸저우 지역 75개 매장을 총괄하는 그는 "다른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와도 움직일 생각이 없다. '이롄'만큼 진심으로 중국인을 위해주는 외국 회사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3. 사진 21만장 분석… 시장 트렌드 파악에 사활 걸어
주 3회 길거리에서 행인 사진 찍어 패션 리더들이 입는 옷 디자인 분석
2~3개월 안에 뜰 아이템 찾아내
토요일인 이달 9일 상하이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인민광장 앞. 둥화(東華)대학교 사진학과 학생들이 연신 행인들을 열심히 찍고 있다. '이롄'이 대학생들에게 의뢰한 패션 분석 프로젝트다. '이롄'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주도 빼놓지 않고 주 중 2회, 토요일 1회로 매주 3회씩 시민의 복장을 담은 사진을 촬영한다. 상하이 외에 북쪽의 선양과 베이징, 남부 선전까지다. 지금까지 모은 사진만 21만장이며, 상하이에서만 매주 평균 800~1000명을 찍는다.
중국 공략의 비밀 병기격인 이롄의 '패션연구소'는 패션 리더인 멋쟁이들이 입는 옷의 컬러, 기장, 소재 등을 분석해 앞으로 어떤 스타일의 옷들이 뜰 것인지를 예측한다. 이들의 옷차림을 분석해 ▲메가 트렌드(현재 대유행) ▲하향 트렌드(한물간 패션) ▲구색 아이템(필수 의류) ▲새싹 아이템(새롭게 뜰 조짐을 보이는 패션) 등 네 가지로 나눈다.
예컨대 사진 분석 결과 밀리터리 의상을 입고 다니는 상하이 인민광장의 멋쟁이 빈도수가 서서히 높아지면 향후 수개월 내 이 스타일이 상하이에서 유행을 탈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폭발적으로 유행이 번지는 순간)로 즉각 주목한다. 이렇게 '현지 트렌드 리포트'를 만들어 서울에 있는 이랜드 중국 담당 디자인실로 넘기면 디자인팀은 컴퓨터로 디자인 샘플을 중국으로 보낸다. 그러면 중국 영업·판매·기획 조직이 현지에서 인기를 끌 만한 디자인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이롄'의 유재균 패션연구소 소장은 "이런 작업은 '고객의 마음을 낚는 어부'와 같다"며 "런던, 뉴욕, 도쿄, 서울, 상하이 등의 패션이 실시간으로 유행을 타는 만큼 향후 2~3개월 내 뜰 아이템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했다.
디자인도 철저하게 현지화했다. "'티니위니' 브랜드 중국매장에는 가슴 한복판에 곰 모양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옷이 유난히 많은데 이는 브랜드 과시욕이 강한 중국인의 성향을 감안한 것입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은 중국에선 30%도 안 됩니다."
한 번 만난 공무원에겐 친필 편지
현지화 핑계로 中방식에 물들지않고 '관계'보다는 情 쌓으려 애써
'이롄'의 비즈니스 방식도 독특하다. 중국에서 보편화된 술·담배나 금품 제공·성(性)·유흥 접대 등을 거부하고 '이랜드 방식'으로 일관한 것이다.
예컨대 '이롄' 브랜드 입점을 위해 백화점 실력자나 지역 유지들을 만날 때도 '이롄'은 향응이나 금품 제공 대신 사업 발전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는 답답한 방식을 고집했다. 정부 공무원들에게는 초청 강의를 자주 맡겼다. 한번 만난 공무원들에게는 친필로 편지를 써 친밀감을 보였고 매출·이익 등 경영 실적을 분기별로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공개하고 걸맞은 세금을 꼬박꼬박 다 냈다.
'이롄'의 한 관계자는 "민항구 내 13만㎡ 규모의 토지를 분양받기 위해 2년6개월에 걸쳐 시 정부 당국자들을 220회 정도 끈질기게 만났다"며 "면담할 때마다 최근 한국 연속극 CD 같은 작은 선물을 들고 가는 식으로 그들의 마음을 열어 정(情)을 쌓으려 애썼고 결국에는 이런 진심이 통했다"고 말했다. 현지화를 핑계로 중국 방식에 물들지 않고 원칙에 입각한 '인내'와 '신뢰'로 돌파하는 '이랜드 웨이'가 적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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