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의학`열풍 .. 미국 남서부 1998. 9. 28 의학 / 문화일보
지난달 미국 앨버커키에서는 ‘제12차 전통 및 토착 의료 국제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 앞서 열린 축제 행렬에 정신과 전문 간호사인 엘레나 아빌라도 화려한 장식을 한 마야의 치유자들, 밝은 깃털모자를 쓴 아즈텍의 댄서들과 함께 자리했다. 엘레나 아빌라는 의사들과 같이 일하면서 동시에 개인적으로 영적 치료도 하고 있다. 엘 패소의 텍사스대학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그녀는 20년간 스스로를 ‘치유자(curandera)’라고 자칭해 왔다. 미국 서남부에서는 이러한 의료행위가 낯설지 않다. 뉴멕시코인의 38%와 9%를 각각 차지하는 스페인계 사람들과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질병을 치료하는데 흔히 전통 약초나 영적 치료, 혹은 다른 민간 시술에 의존하고 있다. 앨버커키와 같은 도시 일부 약국에서는 스페인산 약초를 팔고 있으며, 의사들도 토착 아메리카인들의 치유 의식과 같은 전래치료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뉴멕시코의 농촌보건 프로그램의 1차 의료계획 책임자인 킴 킨제이 씨는 “이들이 전통의료를 찾는 것은 정규적인 치료체계가 없기 때문만은 아니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 은 선택사항일 뿐 사람들은 서양의료로 치료를 받으면서 동시에 전통적인 스페인계나 토착 아메리카인 치유자를 찾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인디언 보건 서비스의 경우 전통 치유자들이 병원내에 서양 의사와 함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방을 따로 배정해 두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위스콘신주 밀워키 인디언의 진료에 관한 미국 가정의학회지의 한 보고에 의하면 조사 대상의 약 38%가 민간 치료를 받았으며 앞으로도 이들에게 치료받겠다는 사람들이 86%에 이른다고 한다. 뉴멕시코대학에서 열린 한 모임도 정규적인 정통 의학의 영역 밖에 있는 보조의학이나 치료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의학 협회지(JAMA)의 한 보고에 의하면 미국 성인의 약 3분의 1이 카이로프랙틱이나 침술, 동종요법, 약초와 민간요법 등을 이용하고, 미국 의과대학의 절반 이상이 대체의학의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있으며, 환자들도 주류의학뿐 아니라 대체의학에도 정통한 의사들을 찾고 있다고 한다. 뉴멕시코 의대의 가정의학 및 지역사회의학 부서의 부책임자인 크리스토퍼 어비나 박사는 자기 환자들도 그 지역 치유자들로부터 배운 고유의 요법이나 전통적 치유법을 배워온다고 전한다.그래서 피부질환에 알코올과 아보카도의 씨를 섞어서 관절부위에 바르거나,알로에 베라나 등 다른 약초로 찜질을 한다는 것이다. 의과대학에서는 전래의 요법이나 다른 대체의료가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통합돼 있어 대체의료 치유자들과 함께 세미나에도 참석하고,환자들도 자유롭게 치유자나 전래요법을 배운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규적인 의료에 보조의학을 가미해 치료하고 있는 앨버커키의 내과의사인 제프리 솔린스 박사는,예방주사를 맞지 않는 경우처럼 정통 의료를 외면하고 입증되지 않은 대체의료만 고집하는 사람들은 아주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대체의학의 효과를 연구하는 의사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의사들도 환자들과 편안하게 대체의학에 대해 의논하고 이를 치료에 이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 독일 본대학의 생화학교수인 헬무트 비덴펠트박사는 멕시코 농촌지역 전통적 치유자들과의 공동연구와 당뇨병에 대해 기술했다 .미국 인디언들에게는 ‘제2형 당뇨병’이 일반인에 비해 2배 이상 많다.2005년까지 멕시코 인구의 8%가 당뇨환자가 될 것으로 세계보건기구는 추산하고 있다. 그 이유로,멕시코의 농촌지역은 대부분 패스트푸드 상점과는 떨어져 있지만,거의 모든 마을에 加糖(가당) 음료를 파는 가판대가 있다는 점을 비덴펠트박사는 지적했다. 그는 멕시코 인디언마을에서의 현장 연구과정에서 전통의료를 구가하는 치료사들에 대해 새로운 평가를 하게 되었다. 그들은 혈당 수치를 알아내는 장비도 없이 당뇨의 고전적 증상을 알아내 ‘콜라 드 카발로(학명 equisetum myriochaetum)’라는 약초로 만든 茶(차)로 당뇨를 치료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약초가 특히 당뇨를 앓는 여성 환자들의 혈당치를 안정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그는 대체의학의 허와 실 모두를 수량화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어번 박사는 우리의 삶의 방식은 “과학적인 증거와,그리고 우리 자신의 문화적 믿음간의 균형이다”고 정의내렸다. 현재 미국에서는 3명중 1명꼴로 주류의학 이외의 치료법을 이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