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주한대사 릴레이 인터뷰] [1]스티븐스 美 대사
"70년대에 직접 겪어봤기에 한국, 더 대단하게 느껴져"
"韓·美 관계는 자전거 타기… 쉼없이 달리며 노력해야"

"1970년대 한국에서 평화봉사단원으로 일했던 시절을 돌이켜 보면, 한국이 G20 의장국이 돼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된 점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국대사는 21일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의 한 리조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것만으로도 이미 한국의 G20 정상회의 개최의 성과는 나타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원조받던 나라였던 한국이 세계 정상들이 모여 국제사회의 핵심 의제를 논의하는 회의를 개최한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스티븐스 대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G20의 역할이 커지면서 한국의 역할도 커졌다"면서, "한국이 세계무대에서 이전과는 다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번 인터뷰는 스티븐스 대사가 21~22일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어촌 체험 프로그램 'Rural 20(루럴 20)'에 참여해 신안군 증도와 담양군을 여행하는 동안 이뤄졌다. 스티븐스 대사는 증도에선 염전과 소금박물관을 찾았고, 담양에선 소쇄원과 죽녹원을 둘러봤다.

캐슬린 스티븐스(왼쪽) 주한미국대사가 21일 신안군 증도면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자전거 마니아’인 스티븐스 대사는 자전거를 타면 자동차를 타고 다닐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돼 한국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날 주한미대사관 직원 10여명도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루럴 20'은 농림수산식품부가 G20 정상회의 서울 개최에 맞춰 농어촌 20개 지역을 선정해 외국인들에게 체험 기회를 줘 한국을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이미 1000여명의 외국인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해 지방에 자주 가다 보니 서울에만 있었다면 생각하지 못했을 한국 농촌 문제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고 했다. 자전거 여행이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창문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스티븐스 대사는 G20 정상회의에 참여하는 정상들이나 서울에 주재하는 다른 나라 외교관들도 여유가 있다면 "서울을 벗어나 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했다. "교통 등 인프라가 잘 마련된 한국에선 농어촌에 가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전거 마니아'인 스티븐스 대사는 이번 농어촌 체험 중 중간에 이동할 땐 자전거를 이용했다. 이날도 총 50㎞ 넘게 달렸다. 피곤할 법도 한데 "가만히 있는 게 힘들지, 움직이는 게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또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한국인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은 내게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외교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모두 똑같은 티셔츠를 입고 단체 사진도 찍고 '파이팅'을 외치면서 '한국식'으로 자전거를 타니까 더 재미있다"고 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열 등 '한국이 주는 교훈'을 자주 언급하는 이유에 대해, "미국 내 한인사회와 접촉하면서 한국인들의 남다른 교육열 덕분에 짧은 이민 역사에도 많은 성취를 이뤄낸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오바마·이명박 대통령의 친분, 녹색성장과 교육 등 공통의 관심사도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에 큰 관심을 보이는 배경이라고 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미래의 한·미 관계에 대해 '자전거 외교론'을 폈다. "한·미 관계는 자전거 타기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전거를 타다 보면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길에서 불쑥 돌부리가 나타나기도 하고 언덕길을 올라가려면 정말 엄청나게 노력해야 한다. 자전거 탈 때 가장 위험한 것은 가만히 서 있는 것이다. 한·미 관계도 마찬가지다. 멈추지 말고 계속 달려야 한다. 서로 이해하기 위해서 쉬지 말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한·미 관계의 현재 상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계속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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