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 삶에 에너지 주는 원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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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1.07.28 12:52 수정2021.07.28 12:58
전익관 하비우드 회장
[한경 머니 = 문혜원 객원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헤어케어 제품 실크테라피를 국내에 소개한 인물로 알려진 전익관 하비우드 회장은 할리데이비슨 애호가다. 한때 바이크 12대를 모았던 그는 라이딩 하는 즐거움을 알리고자 5대를 지인에게 줬다. 이제는 5대와 베스파 1대만 남겨 뒀다. 젊은 노년을 즐기고 있는 그의 할리데이비슨 사랑을 들어봤다.
“할리데이비슨은 제 인생을 바꾼 취미예요.”
전익관 하비우드 회장은 외모에서부터 젊은 아우라가 풍겨져 나온다. 헤어스타일부터 목걸이와 반지 등 액세서리, 젊은 패션 감각 등은 이순(理順)을 지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의 이러한 젊은 감각은 그의 취미 생활인 할리데이비슨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할리데이비슨을 그저 사서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동호회 활동을 즐긴다. 2005년 바이크를 타기 시작하면서 시작한 동호회에 16년째 가입해 함께 라이딩을 즐기는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전역과 유럽 등지를 돌며 동호회 활동을 즐기기도 했다.
그야말로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다. 페리에 자신의 할리데이비슨을 싣고 여행을 가거나 여행지에서 할리데이비슨 매장에 들러 바이크를 대여해 라이딩을 즐기기도 한다.
“할리데이비슨을 처음 구입하자마자 HOG(Harley Owner’s Group)라는 전 세계 할리데이비슨 멤버십에 가입했어요. 해외에서 HOG 행사가 있을 때마다 참여하곤 하죠.”
HOG 행사가 열릴 때마다 배지(badge)를 주는데 그의 할리데이비슨 재킷에는 이 HOG 배지가 가득해 빈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렇게 역동적인 취미를 가졌지만 이러한 취미는 극복하기 어려운 병에서 시작됐다. 공황장애라는 마음의 병을 얻은 것이다.
“처음에는 아주 심각한 상태였어요. 말을 하지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실체가 없는 두려움이 저를 둘러쌌죠.”
그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치료법을 써봤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인지행동 치료를 해 높은 곳에서 떨어져본다거나 좁은 곳에 갇히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병에 맞섰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은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그러다가 만난 게 바로 할리데이비슨이었다.
“공황장애가 결국 두려움 때문에 생기는 병이잖아요. 저는 이 두려움에 정면으로 맞서기로 했습니다. 할리데이비슨은 무게 때문에 넘어지면 혼자서 쉽게 일으키기도 버겁습니다. 또 바이크인 만큼 사고의 위험도 따르죠.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것은 제게 큰 도전이자 모험이었어요. 하지만 이 두려운 것을 타고 나니 공황장애가 다스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두려움을 극복한 것이죠. 물론 공황장애가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 두려움을 잘 다스릴 수 있게 된 것이죠.”
얼마 전 그는 친구에게 자신의 할리데이비슨을 1대 선물했다. 디스크로 힘든 수술을 한 후 우울증까지 얻게 된 친구였다. 그는 자신이 병을 극복한 것처럼 친구 역시 우울증을 극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할리데이비슨을 선물했다. 지인에게 증정한 여섯 번째 할리데이비슨이었다.
“친구에게 원동기 면허만 준비해서 따라고 얘기했어요. 그러면 제가 할리데이비슨을 주겠다고 약속했죠. 친구는 몸이 회복되는 대로 원동기 면허를 따고 저는 약속대로 제 할리데이비슨을 1대 주었습니다. 지금은 그 친구가 할리데이비슨 전도사가 될 정도예요. 우울증은 물론 극복했고요. 할리데이비슨이 제게 단순한 취미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 건 분명합니다.”그가 값비싼 할리데이비슨을 지인에게 선물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자신이 가진 즐거운 취미를 친구들도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주게 됐다고 말한다.
“제게 너무 좋은 취미를 지인들이 같이 즐기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가족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누가 주겠다고 하면 크게 반대하지 않고 시작하게 되는 거죠. 직접 타봐야 이 즐거움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1대씩 주게 된 겁니다.”
열정적으로 사는 인생 2막
전 회장은 그야말로 취미 부자다. 바이크는 물론 미술, 오디오, 와인, 시계 등 그만큼 수집품도 다양하다. 그의 방에는 박수근, 이중섭 등 대가의 작품들이 걸려 있다. 모은 와인도 250여 병. 그중에서는 병당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로마네콩티도 4병 가지고 있다. 수집욕을 가지고 모은 것이라기보다 좋아하고 즐기다 보니 하나 둘 모으게 된 것들이다.
“저희 집에는 잡다한 것들이 참 많죠. 제가 하나 하나 관리하고 정돈하는 편입니다.” 최근 새로운 일도 시작했다. 스타트업과 유튜브다. 지난해 직원의 권유로 시작한 유튜브는 어느덧 구독자가 1만5000명에 달한다. ‘꼰대 아이쿠’라는 이름으로 통하며 전 회장의 바이크 사랑과 사업 노하우, 삶의 지혜 등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늘그막에 저의 삶을 공개하는 게 걱정도 됐어요. 댓글에 안 좋은 글도 달리고요. 사람이 모두 같은 생각일 수는 없으니까요. 소수의 나쁜 얘기들은 그냥 지나치려고 해요. 나쁜 얘기보다는 좋은 영향이 더욱 많은 것 같습니다. 유튜브를 통해서 새로운 사업도 구상해 시작할 수 있게 됐거든요.”
그가 새롭게 시작한 사업은 유튜브를 통해 만난 화가 덕에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
“어떤 화가를 소개받아 작업실에 갈 기회가 생겼는데 그 작가의 집에 자신의 작품 300여 점이 그대로 있다는 거예요. 그때 저는 사업가로서 좋은 작품과 소비자를 매치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미술 애호가인 자신의 취미와도 맞았던 사업인 셈이다. 화랑이나 경매를 통한 미술품 구매는 한정됐다고 보고, 소비자에게 직접 찾아가는 그림 매칭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대형 건설사와 함께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30일 무료 렌트를 해주는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것이 쉽지는 않을 터. 하지만 그는 새로운 사업이 자신을 더욱 성장시키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떠오르자 저는 이 일을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해본 경험도 있고, 그동안 미술품에 대한 지식도 나름대로 쌓였기 때문이에요. 또 나이도 있는 만큼 크게 성공해 보이겠다 하는 욕심도 없어요. 그저 빛을 보지 못한 화가들의 작품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여야겠다는 공익적인 차원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을 뿐이죠.”
그럼에도 새로운 일은 끊임없는 긴장감을 가져다준다. 이제 황혼에 접어든 나이, 체력적으로나 정보기술(IT)을 다루는 업무 능력에서나 부담이 될 때가 있다.
“사업이란 게 자꾸 넘어야 할 산들이 생겨요. 문제를 안고 씨름할 때도 많죠. 저도 마찬가지예요. 어려운 일이 자꾸 벌어지지만 그때는 잠시 머리를 식힐 겸 바이크를 타러 갑니다.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소리도 지르고 고함도 치고 돌아오면 정신과 마음이 정돈되는 느낌이에요. 캠핑카에 바이크를 싣고 여행도 다녀오고요. 그런 후에는 다시 사업에 열중할 수 있게 돼요.”
그의 인생에서 할리데이비슨은 평생을 함께할 최고의 동반자가 아닐까.
“할리는 자유를 떠올리고 자유는 더 많은 상상을 하게 해줍니다. 삶을 영위하는 여유와 에너지를 주는 원천이 돼주고요. 죽을 때까지 할리데이비슨과 함께할 것 같습니다.”
<전익관 회장이 알려주는 할리데이비슨 고르는 팁>
초보자들이 차를 고를 때 옆에서 지켜보면 초보들이 초기에 탈 수 없는 차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할리데이비슨은 핸들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선배들의 조언과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작은 바이크는 입문하기에 좋다. 하지만 장시간 운행 시에는 아무래도 허리에 부담이 있다. 짐을 실을 공간도 없어 투어링에는 제약이 된다. 그래서 작은 바이크를 사면 다시 큰 바이크를 사게 된다. 대부분의 할리 라이더들은 여러 대를 구입한다. 선택을 잘못하는 경우가 있어 다시 사는 경우도 있고, 라이딩 방법에 따라 다른 바이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익관 회장이 소개하는 바이크 컬렉션>
1. 할리데이비슨 헤리티지 스프링거
전익관 하비우드 회장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바이크로, 분해해서 집으로 가져와 다시 조립한 제품이다. 1997년에 생산된 모델로, 지인에게 웃돈을 얹어주고 구매했다. 미국 시카고 여행 중 이 제품을 만났는데 집에서 봤을 때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올리브그린 컬러가 굉장히 우아한 느낌이었다. 막 달리기를 마친 명마가 숨을 헐떡이고 서 있는 모양새였다고. 시카고에서 만난 헤리티지 스프링거는 2015년 커스텀 모터사이클쇼에서 우승한 바이크로 다시 만나게 됐다. 자신의 바이크와 똑같은 바이크가 커스텀 디자인의 우열을 가리는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할리데이비슨은 달릴 때도 예쁘지만 세워놓고 찬찬히 보면 더욱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전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 바이크를 아침마다 출근하면서 보고, 식사할 때마다 쳐다보곤 한다. 그와 평생을 함께할 바이크다.
2. 할리데이비슨 디럭스 CVO(Customized Vehicle Operation)
전 회장이 가장 최근에 구입한 바이크다. 바이크 뼈대를 제외한 모든 것을 커스터마이징했다. 2014년 구매한 제품. 다양한 옵션으로 고급화한 제품이다. 맘모스 스포크 휠과 화이트 타이어의 밸런스가 디럭스 CVO의 상징적인 디자인이다. 앞 타이어는 21인치로 펜더와 타이어의 간격을 줄였다. 차고를 더 낮게 하고 실제로 더욱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게 했다. 뒷바퀴는 18인치다. 1950년대 복고풍 모델을 베이스로 디자인된 풀백 핸들바는 주행에 더욱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핸들바와 시트는 옵션으로 제작했다. 전 회장이 가장 자주 타는 바이크이기도 하다.
3. 할리데이비슨 팻보이
팻보이는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타던 오토바이로도 유명하다. 바이크 값만큼이나 튜닝 비용이 많이 든 바이크다. 독일 튜닝 회사인 릭스 모터사이클에 의뢰해 휠부터 펜더, 에어클리너, 머플러 등을 튜닝했다. 1980년대 할리데이비슨의 바이크가 일본의 혼다에 밀려 점유율을 내준 바 있다. 할리데이비슨은 절치부심으로 이 모델을 만들어 팻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투하한 원폭의 이름을 본뜬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제품이 일본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독특한 히스토리를 가졌다.
4. 인디언 모터사이클 빈티지 클래식
인디언 모터사이클은 할리데이비슨보다 2년 빠른 1901년 설립된 미국 최초의 모터사이클 컴퍼니로, 120여 년간 미국에서 전 모델을 제작하는 고유의 장인정신과 헤리티지를 자부하고 있다. 빈티지한 그린 컬러로 클래식한 매력을 그대로 갖춘 바이크다. 할리데이비슨과 더불어 세컨드 카나 서드 카로 추천하는 모델이다.
글 문혜원 객원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 매거진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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