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먼데이]"위안부 진실, 블록체인이 기억합니다"...시즌에스 이민준 대표
발행일 2021-06-21 09:50:09
매주 월요일,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업계 트렌드를 조명해봅니다.
"블록체인은 기록을 영구히 저장하는 기술입니다. 안해룡 감독님은 평생 위안부 피해자들의 진실을 드러내며 사셨던 할머니들의 삶을 기록한 분이고 누구보다 그들의 아픔을 잘 알기에 저희와 뜻을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기록은 때때로 영원히 보존될 필요가 있으니까요."
블록체인 개발 스타트업 시즌에스는 이달 아이폰 앱스토어를 시작으로 '위치위치'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사용자 위치와 관련된 각종 디지털 기록을 공유할 수 있는 평범한 SNS지만 그보다 눈길을 끄는 건 이들이 위치위치 기반으로 준비 중인 한 프로젝트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역사적 족적을 블록체인에 담아 보존하겠다는 것.
이민준 시즌에스 대표 (사진=시즌에스)
사용자들은 이달 말 안드로이드 버전이 출시되는 시점부터 위치위치 내 위안부 할머니들의 개별 프로필 공간에서 그들의 발자취를 둘러볼 수 있게 된다. 해당 기록들은 블록체인을 통해 영구히 보존될 예정이다. 블록체인은 다수의 검증자를 거쳐 승인된 데이터만 기록하는 신뢰 기반의 데이터 저장 기술이며 특히 한번 기록된 기록은 지우거나 수정할 수 없어 데이터 보존에 특화된 기술이기도 하다.
위치위치 위안부 역사 기록 프로젝트에 자료를 제공한 안 감독은 1993년부터 30여년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얼굴 및 수요시위(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집회) 사진 등을 기록해왔다. 그가 그동안 수집한 자료에는 이미 사망한 피해자들의 기록도 다수 포함돼 있으며 역사적 가치 또한 높게 평가된다. 위안부 사건 폭로자인 김학순 할머니가 생전 위안부 사건을 최초로 증언했던 기자회견, 일본군 대사관 앞 첫 번째 수요시위의 생생한 모습 등도 위치위치에 보존될 예정이다.
안해룡 감독이 기록한 다양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사진들 (자료=안해룡 감독)
이는 그간 미디어를 통해 단편적으로만 전달되던 위안부 피해자들의 여정이 디지털 공간에서 개개인의 역사로 재탄생되는 과정이다. 위안부는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군인들의 성욕 해결을 목적으로 불법 징집한 조선, 중국, 필리핀 등의 여성 피해자들이다. 근현대사에서 가장 비인간적인 범죄 중 하나로 꼽히지만 일본은 지금도 피해자들의 사과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나아가 사건 관련 자료도 축소·은폐하고 있으며 남은 피해자들은 하나둘 사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더이상 증언대에 설 수 없게 된 그들의 족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기록이 후일 피해자들의 고통을 후세까지 전달하는데 적잖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또 단체로서가 아니라 피해자 개인의 생각과 자취를 재구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일본의 위안부 성노예 범죄를 최초로 폭로한 고 김학순 할머니 (사진=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이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 과정에서 콘텐츠 기록의 가치를 새롭게 확인했다"고 말했다. 시작은 비록 개인의 작은 기록이었을지라도 그것이 축적되면 어느 순간 특별한 시공간적 가치를 담은 콘텐츠로 탈바꿈될 수 있다는 점을 보면서 깨달은 점이다. 특히 시간과 위치 정보를 활용하면 콘텐츠에 평범한 사진과 다른 입체감을 부여할 수 있다. 시즌에스도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 위치위치 서비스 인터페이스를 대부분 지도 중심으로 설계했다. 사용자들은 특정 위치에 남겨진 다른 사용자들의 기록도 읽을 수 있지만 각 프로필 공간에 접속하면 그들의 과거 기록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 나열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시즌에스는 위안부 역사 기록 프로젝트 이후 다양한 '마니아'들을 찾아 나설 예정이다. 그들이 열정을 갖고 기록한 각종 자료들로 위치위치에 또 다른 디지털 전시관을 열 수 있도록 돕고 기록의 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는 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전국의 양조장을 찾아 기록하는 '양조장 마니아', '수제 햄버거집 마니아' 등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찾아 나서는 이들이 대상이다.
기록은 단순히 남겨지는 데에만 의의가 있지 않다. 이제는 이를 기록한 개인의 권리도 존중받는 시대다. 이를 위해 위치위치는 저작권 개념을 강화한 SNS다. 보통 SNS 게시글은 출처도 없이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재유통되는 등 저작권 보호 개념이 옅다. 반면 위치위치는 사용자 선택에 따라 △게시물의 원본 제작자 △위치정보 △시간 등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저작권을 영구히 보존할 수 있다. 이는 추후 콘텐츠 저작권 분쟁이나 콘텐츠 판매에 있어 원작자를 유리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증거 자료가 된다.
위치위치 앱 내 인터페이스 (자료=시즌에스)
이 대표는 "궁극적으로 잊혀가던 오프라인의 가치를 일깨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온라인 공간에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틱톡 등 온갖 플랫폼에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지만 손 닿지 않는 온라인 콘텐츠와 '내 집 앞' 콘텐츠는 감성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가령 온라인에서 재밌게 본 버스킹 영상, 맛집이 바로 근처에 있다면 사용자가 이를 직접 찾아가거나 자신만의 또 다른 기록을 남기는 형태로 색다른 재미와 가치를 만들 수 있으리란 판단이다. 콘텐츠를 활용한 지역 내 소통 효과 강화도 기대된다.
이 대표는 "종종 팀원들이 우리 서비스는 어떻게 이윤을 만드냐고 묻는다"며 "가치가 만들어지면 이윤은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많은 블록체인 서비스가 대중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까닭은 그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 가치를 증명하기 전부터 가상자산(암호화폐)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려는 모습에 급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당장의 이윤 추구보다 이용자들이 진짜 가치를 느낄 만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다.
그는 "당장 광화문 앞 공간만 해도 촛불 시위, 세월호, 태극기 부대 등 다양한 세상만사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다"며 "모든 이야기가 지도 위 콘텐츠로 재탄생될 수 있도록 위치위치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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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한 기자sugy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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