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수사' 전방위 압박에 결국 못 버틴 안양지청 지휘부
입력 2021.05.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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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윤대진이 직접 안양지청에 반복 연락
이규원 검사 출금 조치 "대검·법무부 합의" 주장
"왜 문제 삼느냐" "왜 수사하느냐" 질책성 연락
이현철 안양지청장 "더 이상 수사 못하겠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차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2년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 수사’를 막기 위한 대검과 법무부의 전방위적 압박 정황이 드러났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안양지청 지휘라인에 연락해 “왜 수사를 하느냐”며 질책했다.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은 압박이 거세지자 “더 이상 못하겠다”며 수사를 중단시켰다.
이규원 검사 수사하자 시작된 압박
14일 이성윤 지검장의 공소장 등에 따르면, 안양지청은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관련 의혹에 대해 법무부가 출입국본부 직원들을 수사 의뢰한 사건에 대해 2019년 4월 11일부터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안양지청은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된 이규원 검사가 김 전 차관 출금 과정에서 존재하지 않는 내사번호를 사용한 정황을 발견했다. 안양지청은 6월 19일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검사 비위 혐의 보고’ 문건을 작성했다. 이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문건이 6월 20일 대검 반부패부에 보고되자,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던 이 지검장은 친분이 있던 배용원 안양지청 차장검사에게 전화해 “김학의 전 차관 출금 조치는 법무부와 대검이 협의한 사안”이라며 이규원 검사의 출금 조치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지검장은 이현철 지청장과 인연이 있는 김형근 대검 수사지휘과장을 통해 “안양지청 차원에서 해결해 달라. 이 보고는 안 받은 것으로 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대검에선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겠다는 의미였다.
법무부도 가세 "왜 이규원 문제 삼느냐"
이현철 안양지청장은 비슷한 시기 법무부에서도 압박을 받았다. 윤대진 당시 검찰국장은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 지청장에게 전화해 “왜 이규원 검사를 문제 삼느냐.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 가는데 문제없도록 해달라”고 했다. 이 메시지는 이규원 검사가 이광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에게 부탁한 내용으로, 조국 민정수석을 거쳐 윤대진 국장에게 전달된 것이었다. 이현철 지청장은 그러자 이규원 검사 관련 수사는 중단하고, 출입국본부 직원들 수사만 진행하라고 안양지청 수사 검사에게 지시했다.
2019년 6월 25일 윤대진 국장은 이 지청장에게 재차 연락했다. 출입국본부 직원들 수사로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나까지 조사하겠다는 거냐”며 윤 국장에게 경위 파악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윤대진 국장은 이현철 지청장에게 “왜 출입국 관계자들을 수사하나. 장관이 화내서 겨우 막았다”며 질책했다. 비슷한 시기 이성윤 대검 반부패부장도 나섰다. 그는 안양지청에 출입국본부 직원들 수사 경위서와 조사 과정이 담긴 영상녹화 자료를 요구했다.
두 손 든 안양지청 지휘부 직권남용 가능성도
대검과 법무부 고위인사들의 계속되는 압박에 안양지청 지휘라인은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이현철 지청장은 2019년 7월 2일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을 살펴보던 안양지청 수사팀에 “대검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라는 취지로 독촉하니 더는 못 하겠다”며 수사를 그만할 것을 지시했다. 배용원 안양지청 차장검사도 같은 취지의 지시를 내렸고, 대검에 보고되는 수사결과 보고서에 수사팀 의견과 다르게 ‘이규원 검사 수사 진행 계획이 없다’는 문구를 넣도록 했다.
이성윤 지검장을 기소했던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형사3부장)은 지난 12일 이 지검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윤대진 당시 검찰국장과 이현철 지청장, 배용원 차장검사를 공수처에 이첩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이들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한다면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당시 안양지청 지휘라인은 압박을 받는 입장이기도 했지만, 수사검사들에게 지침을 어겨 수사를 못 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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