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서 떠들썩한 '부동산 폭락론'의 이유

김이현  / 기사승인 : 2021-02-24 15: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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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 채널서 '집값 폭락' 전망하는 동영상 확산
규제⋅공급⋅금리 등 변수 언급…"모든 지표가 하락 향해"
하락 점치는 전문가 의견도 일치…"조만간 변곡점 온다"

바야흐로 '유튜브 전성시대'다. 정치인부터 평론가와 방송인, 일반인까지 유튜브를 넘나든다. 관심사는 서로 다르지만, 대부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건 단연 '부동산'이다. 몇 년 새 아파트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르자 너도나도 부동산 시장 전망에 관심을 두는 것이다.

최근 화두는 '부동산 폭락론'이다.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부동산 전문 유튜버들은 "집값 폭락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거나 "집값 거품이 터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특히 "빚으로 부푼 시장은 결국 무너지고, 그 피해는 온전히 빚을 짊어지고 막차를 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이들)들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패닉바잉'을 고민 중인 20·30세대를 뜯어말린다. 이미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지금의 영끌 매수를 우려하는데, 유튜버들은 더욱 노골적으로, 직설적으로 '폭락'을 예고한다.

▲ 유튜브 캡처
금리⋅공급량⋅보유세 근거로 폭락 전망

부동산 폭락론을 외치는 대표적인 유튜브 채널은 '라이트하우스'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구독한 채널로 알려져 유명해졌다. 현재 구독자는 약 42만 명. 하루 한 개꼴로 영상이 올라오고 있으며, '지금 빚내서 집 사면 벌어질 일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조회수만 108만회에 달한다.

라이트하우스는 "집값 대폭락이 코앞에 왔다"고 단언한다. 규제, 공급, 금리, 심리 등 모든 지표가 하락을 향한다는 것이다. 다주택자의 보유세는 매년 큰 폭으로 오르고, 취득세도 올라 투기수요는 감소한다. 이런 터에 실수요자는 이미 최고점인 아파트를 매수할 수 없으니 버블이 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실물경제와 괴리가 엄청난 시장에 들어가는 건 불나방이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영끌⋅패닉바잉하다 큰일난다" 

하락론을 외치는 또 다른 채널은 '쇼킹부동산'이다. 구독자가 40만 명 가량인 이 채널은 부동산 버블의 1차 원인으로 전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을 꼽는다. 과거 금융위기 이후 경제상승률과 물가상승률이 동시에 회복되자 2010년부터 기준금리가 5차례 인상됐고 부동산 시장이 휘청였는데, 이 현상이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1, 2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서 수도권 아파트값이 하락한 만큼, 3기 신도시 공급 효과도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쇼킹부동산은 "부동산 규제와 수도권 대규모 공급, 연이은 금리 인상이 맞물리려면 최소 3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폭락은 반드시 온다"며 "고점 실거래가 대비 40%는 하락해야 거품이 제거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공급물량을 근거로 집값 폭락을 예상하는 유튜버도 있다. 김종갑 닥터아파트 전문위원은 '김종갑의 경제부동산' 채널을 통해 "부동산 대붕괴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1000만 가구에 달하는 임대사업자와 다주택자, 법인 매물이 올해부터 나오는 가운데 정부의 2·4 공급대책과 3기 신도시 물량을 합한 200만 가구가 더해지면서 집값이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방에선 아파트값 하락세가 이미 시작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 롯데월드 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정병혁 기자]
전문가 전망도 비슷…"유의미한 변화 시작"

집값 하락을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폭락' 같은 표현에는 신중함을 보이면서도 지금의 집값은 비정상이라는 데 동의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나 코로나19, 금리 등 변수가 존재하지만, 위험자산인 부동산은 결국 하락하고 그 시점도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은 "시중에 투자현상이 줄어들 때가 가격 변화의 첫 번째 신호고 그다음 거래량이 떨어지면서 가격도 내려가는데, 지금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시장에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당장 3월부터 아파트값이 하락하는 변곡점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강남도 과거 미분양이 있던 시절이 몇 년간 있었다. 예상외의 시장으로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열어둬야 한다"며 "다주택자와 단기임대사업자의 매물이 나오고, 3기 신도시 사전분양으로 수요자들의 심리가 안정되면 올해 하반기에는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자금여력이 없는 다주택자의 매물은 나올 수밖에 없고, 대출 규제로 인해 매물을 받아주는 개인들이 과거만큼 없을 것"이라며 "다만 올해 상승폭이 둔화하는 것이지 가격이 떨어진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7년 정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졌는데, 앞으로 하락 기간은 적어도 4~5년은 될 것"이라며 "지금은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U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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