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의 신간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전기차만으로는 안된다?

  • 기자명 박란희 chief editor
  • 입력 2021.02.15 08:23
  • 수정 2021.02.1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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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어떤 것이라도 향후 수십년 동안 10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죽게 한다면, 그것은 전쟁이라기보다는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5년 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빌&멜린다게이츠재단 공동이사장이 TED 강연에서 한 말이다. 그는 당시 “우리는 전염병을 막기 위한 시스템에 거의 투자하지 않았고, 다음 번 유행병은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예견했었다.

그런 그가 세 번째 책으로 낸 주제가 기후변화다. 제목은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원제 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김영사)으로, 16일 전 세계에 동시 출간된다. 그의 전작 두 권(미래로 가는 길, 생각의 속도)은 모두 IT, 디지털, 정보통신 혁명 등의 미래를 예견한 책이다. 자산 1290억달러(142조원)인 세계3대 부자 빌 게이츠는 왜 기후변화 이슈를 말하기로 선택했을까.

 

철강, 시멘트, 육류 등의 탄소 제거 시급

빌게이츠는 세 번째 신간인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원제 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김영사)을 16일 전 세계에 동시 출간한다. 그는 최근 구독자 800만명이 넘는 데렉 뮬러의 유튜브에 출연해 "향후 벌어질 위기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기후변화와 바이오테러리즘"을 꼽았다./ 유튜브 'Veritasium' 캡처

 

영국 유력지 가디언(The Guardian)은 이번 책의 일부를 단독으로 인용했는데, 책에는 “기후변화에 대해 알아야 할 두 가지 숫자가 있는데, 첫번째는 510이고, 다른 하나는 0(제로)”라고 설명돼있다. 510억톤(t)은 전 세계가 매년 대기권에 추가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이다. 0(제로)는 지구온난화를 막고,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인류가 목표로 해야 하는 숫자다.

“기후는 서서히 물이 차는 욕조와 같다. 물의 흐름을 늦추어도 결국 욕조가 넘칠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유일하고 현명한 목표는 0(제로)다. 지난해를 생각해보자. 코로나19로 인해 경제활동이 더뎌 온실가스를 덜 배출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감소량은 5%에 불과했다. 이는 결국 480~490억톤에 달하는 탄소를 대기중으로 내뿜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5% 감소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했는지 생각해보자.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고, 수천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이 보여주듯, 우리가 장거리 비행과 자동차 운전을 줄인다고 해서 탄소 제로에 도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과 백신이 필요한 것처럼,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도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기도 생산사고, 물건도 만들고, 식량도 재배하고, 건물 냉난방도 유지하고, 사람과 물건의 이동이 가능한 탄소제로 방법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NGO 혹은 환경 생태주의자들의 비판을 의식한 듯 “큰 집을 소유하고, 개인 비행기를 몰고다니는 나는 기후변화에 관한 불완전한 메신저(messenger)”라고 털어놓았다.

“내 탄소 발자국이 터무니없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오랫동안 나는 이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껴왔다. 이 책을 작업하면서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할 책임을 더욱 의식하게 되었다. 2020년부터 지속가능한 제트 연료를 구매하기 시작했고, 2021년에 개인용 제트기의 항공배출량을 완전히 넷제로화 할 것이다. 비항공 배출량의 경우, 공기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기업과 청정에너지를 설치하는 비영리기관으로부터 탄소 오프셋(상쇄분)을 구매한다.”

그는 탄소 배출기술에 투자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철강과 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업종에 관한 높은 관심을 표현했다.

“전기와 자동차 등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만, 자동차는 운송 배출량의 절반 미만이며, 이는 전 세계 배출량의 16%에 해당된다. 한편, 철강과 시멘트는 전체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매년 미국에서만 콘크리트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9600만톤 이상의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시멘트의 가장 큰 소비자는 중국일 것이다. 미국이 20세기 전체를 통틀어 사용했던 콘크리트보다 더 많은 양이 21세기의 첫 16년동안 사용됐다. (중략) 몇몇 기업은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하나는 재활용된 이산화탄소를 가져와, 건설 현장에서 사용하기 전 시멘트에 다시 주입하는 것이다. 카본큐어(CarbonCure)는 링크드인과 맥도널드를 포함해 이미 수십 곳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배출량을 10% 줄였는데, 향후 33%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잇다. 더 이론적인 접근법으로는, 바닷물과 발전소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로 시멘트를 만드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의 발명가들은 궁극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7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책 속에서)

그는 청정에너지, 저공해 철강, 육류 및 시멘트 등 넷제로 기술에 10억 달러(1조1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목표에 대해 “기후 재앙을 피하는 것”이라며 “향후 10년 동안 우리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제거할 수 있는 기술, 정책 및 시장구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제로 기술에 10억 달러(1조1000억원) 이상 투자해

한편, 책에는 그가 왜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여정을 설명한다. 2000년대 초반 개발도상국의 공중보건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에너지 빈곤문제를 접했다고 한다. 인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일부 지역을 방문했을 때, “왜 이렇게 어둡지? 조명은 어디에 있나?”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빈곤의 본질 중 하나는 전기의 부족임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빌게이츠는 “사무실, 공장, 콜센터 등에서 글을 읽을 수 있는 조명과 백신을 24시간 냉장고에 냉각시킬 수 있는, 믿을 만하고 저렴한 전기는 어디에 있는가”하고 묻는다.

그는 2006년부터 에너지와 지구 기후의 연결고리에 초점을 맞추었고, “지난 10년간 기후, 에너지, 농업, 해양과 해수면, 빙하, 전력 등 각 분야 전문가들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세계는 가난한 사람들이 더 번영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지만,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그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 당시 영국의 찰스 왕세자, 영국의 유명 동물학자이자 방송인 데이비드 애튼버러, 앨고어 전 미국 부통령, 크리스티나 피게리스 전 유엔 기후총재 등 오랜 기간동안 기후변화에 목소리를 높여온 VIP들의 모임에 합류하며, 기후변화의 스피커로서 또 한번의 전환점을 맞는다.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과 별개로, 해결책을 바라보는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는 다르다. 빌 게이츠는 그런 면에서 “개인적 선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서 갑판 의자를 재배치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부자라고 해서, 햄버거를 좋아한다고 해서, 즉 ‘위선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기후 운동에 큰 정치적 장애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다른 기후 운동가들과 논쟁을 벌이고 있다. 기후변화에 저항하는 국제적 시위를 벌이는 환경단체인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의 열정에 감탄하지만, 그는 그들의 전술이 “건설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드러난다”고 보고 있다. 또 그레타 툰베리의 영향을 높게 평가하지 않으며, 미국의 민주당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가 10년 안에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그린뉴딜’ 제안을 ‘동화’라고 판단한다. 그는 “철강, 육류, 시멘트를 생산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등 포괄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며, 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단 하나의 돌파구는 없다”고 설명한다.

책이 아직 출간되기도 전이지만, 벌써부터 찬반 의견도 나온다. 포브스(Forbes)는 틸락 도쉬(Tilak Doshi) 에너지 전문가의 기고를 통해 빌게이츠의 책을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 도쉬씨는 “게이츠는 태양광과 풍력의 낮은 에너지 밀도와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저장장치에 들어가는 엄청난 배터리 비용을 알고 있지만, 넷제로로의 빠른 전환을 강요하는 정책을 써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또 미국의 전기시스템을 무탄소 상태로 만들면 소매요금이 kwh당 1.3~1.8센트씩 인상되는데, 이는 현재보다 15%나 더 비싸거나 한 가구당 월 18달러의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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