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T인터뷰] 손웅정의 세 번째 꿈, “독일 5부클럽 인수”

기사작성 : 2014-11-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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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쉰에 다다른 대다수 남성은 돈벌이와 가정을 책임지기에 자아를 잊곤 한다. 나보다는 누군가의 아버지, 남편, 상사, 직원으로 사는 날이 더 많다. 그 과정에서 꿈은 가끔 테이블 위에 놓이는 술안주일 뿐이다. 50대 ‘몸짱 아저씨’가 전파를 타는 건 역설적으로 많은 중년 남성들이 ‘도전’, ‘꿈’과 같은 단어를 잊은 채 살기 때문일 것이다.
 
손흥민의 부친 손웅정 <손웅정축구아카데미> 총감독은 여느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꿈 많던 청년이었다. 호기롭게 프로 축구계에 뛰어들어 기량을 인정받았지만 부상에 발목 잡혔다. 30~40대에는 아버지가 되어 아들을 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땀을 흘렸다.
 
손웅정 감독은 10여 년의 노력의 성과가 드러나는 요즈음, 만족하지 않고 세 번째 꿈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늘의 뜻을 깨닫는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도 그는 누군가의 아버지로만 남기를 거부한다. 하늘이 아닌 제 뜻에 따라 꿈을 펼치기로 했다. 10월의 어느 날 춘천의 한 커피숍에서 마주앉은 <포포투>에게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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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이하 FFT): 얼마 전 <아시아풋볼아카데미>에서 <손웅정축구아카데미>로 이름이 바뀌었다.
손웅정 감독(이하 손): 일이 있었다. 제로에서 다시 시작한다. 능력이 되는 한 조금씩 돈을 투입해서 축구를 좋아하는 후배들이 꿈을 실현하도록 돕고 싶다. 어렵지만 지속해서 키워갈 계획이다.
 
FFT: 철학은 변함없나?
손: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핵심은 기본기다. 기본기에 투자를 많이 해서 축구다운 축구, 깔끔한 축구를 하는 선수를 키울 생각이다. (손)흥민이가 처음 독일 나갈 때 ‘전 세계에서 너만큼 기본기 배운 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위에선 아들 기 살리려고 그런 얘기 한다고 했지만 나는 투자를 했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 지금도 자신 있다.
 
FFT: 기본기는 왜 중요한가? 
손: 야구는 야구공, 배구는 배구공을 갖고 한다. 축구선수는 축구공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비밀은 거기에 있다. 아는 코치에게 들은바 일부 학생들은 운동장 60~70바퀴를 돈다. 이런 프로그램은 전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 운동시간이 다가오면 학생들은 ‘또 뛰겠구나’ 하면서 운동장으로 나갈 거다. 축구는 재밌어야 한다. 우리는 조깅 대신 발 피구로 몸을 푼다. 체력 훈련은 17세가 넘어서 해도 늦지 않다.
 
FFT: 많은 성인 선수들이 낮게 깔리는 땅볼 패스를 잘하지 못한다. 
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이기기 위한 ‘뻥’ 축구에 익숙한 거다. 축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낮게 깔리는 패스 연습을 했다면 성인이 되어서 공을 띄우려고 해도 낮게 깔아 찬다. 한 성인 선수는 상대가 압박하니까 아무 곳으로나 공을 차더라. 패스, 상황인식 등의 기본 훈련이 잘 안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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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T: 훈련을 참관하니, 훈련 내내 직접 뛰면서 지도하더라.
손: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사진을 보여주는 것보다 백번 낫다. 아이들의 파트너가 되려면 평상시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 늘 부지런해야 한다. 우리 팀 코치들도 꾸준히 운동한다. 이렇게 코치들이 몸매 좋은 팀 드물다.
 
FFT: 훈련 일정은?
손: 4시부터 5시 반까지 매일같이 1시간 반 훈련한다. 1시간 반만 해도 문제없다. 그 이상 훈련하면 그건 혹사다. 내가 독일에 있을 때는 코치들도 쉬어야 하기 때문에 주말에 하루 정도 쉰다.
 
FFT: 지난 5월 세 명의 학생이 독일로 훈련을 떠났다.
손: 방학 때 2~3주 해외 유소년 클럽과 합동 훈련을 했다. 방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시키려고 한다. 독일이든 유럽이든 해외에 한두 번 다녀오면 아이들이 달라진다. 방학 기간 중 책 3권씩 읽게 해서 독후감 숙제도 낸다. 독후감을 보면 아이들의 인성, 생활, 성격을 볼 수 있다. 자주 강조하는 말이지만 책 속에는 길, 아니 고속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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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T: 앞으로 아카데미 운영 계획은?
손: 가깝게는 객지에서 온 아이들 숙소로 쓸 아파트 얻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제약 없이 언제든 사용할 우리 아카데미만의 운동장 하나 갖고 싶다. 같은 연령대로 한 구성원(12~13명)을 만드는 것도 꿈이다. 이를 위해서 중 1, 2학년까지 한 팀을 만들 계획이다. 그다음 고등학교 클럽, K3 클럽, 내셔널리그 클럽까지 차례로 창설하고 나아가 독일의 5부리그 클럽도 인수하고 싶다. 그 클럽을 5부에서 4부, 4부에서 3부로 승격시키는 것이 나의 꿈이다. 우리 가족과 관련 없는 이름으로 괜찮은 클럽명 있으면 알려 달라. (웃음)
 
FFT: 독일과 한국을 오가고, 아이들까지 직접 가르친다. 이젠 아들이 아버지를 걱정할 것 같다.
손: 장거리 비행이 조금 힘들긴 하지만, 그게 힘들 다면 무슨 일을 하겠나? 흥민이한테도 늘 ‘초심을 잃지 말라’고 말한다. 정신력으로 이겨야 한다. 흥민이는 내가 아카데미에 힘 쏟는 것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어려서부터 우리가 나누고 베푸는 것을 봐왔고, 또 이 아이들이 자기 후배니까. 요즘도 가끔 아이들이나 코치들에게 축구화 같은 것을 선물한다.
 
FFT: 손흥민이 점점 완성형 선수에 가까워진다는 반응이 있다.
손: 이렇게 말할 수는 있겠다. 지금까지 저와 흥민이가 계획한 대로 잘 진행 중이라고.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두 단계 이상 변화가 와야 한다. 나도 그렇고 흥민이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무조건 숙이고 낮추고 겸손하게 살자고 얘기한다. 이제 시작이다.
 
(편집자 주 - 월드 No.1 풋볼매거진 <포포투> 12월호에는 손흥민의 성장 과정, <손웅정축구아카데미> 훈련 방식 등 손흥민과 손웅정 감독에 관한 더 상세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글=윤진만, 사진=포포투, 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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