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선의 심리학 공간] ‘1만 시간의 법칙’은 잊어라 

 

전문가가 되기 위한 ‘의도적 연습(deliberate practice)’의 다섯 가지 법칙

▎축구선수 손흥민은 집중력이 뛰어난 선수로 알려졌다. 손흥민의 훈련 모습. / 사진:토트넘 인스타그램
누구나 어떤 영역에서 만 시간을 연습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기억하는가? 이 말에 감동을 받아, 무엇인가를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면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어떻게 전문가가 되는가?” 평생, 이 질문에 매달린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Anders Ericsson)이 ‘1만 시간의 법칙’을 매우 못마땅해 한다는 점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은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의 베스트셀러 저서 [아웃라이어]를 통해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글래드웰은 에릭슨의 ‘베를린 음악학교’ 논문을 읽다가 이 용어를 생각해 냈다. 연구의 한 구절이 이랬다. “최상급 바이올리니스트는 스무살이 되는 시점까지 총 만 시간을 연습에 사용했다.” 이 문장을 본 글래드웰이 무릎을 탁 친 것 같다. “그래, 1만 시간의 법칙! 바로 이거야!”

그런데 정작 논문의 저자인 에릭슨은 ‘전문가’와 ‘1만 시간’이 한 세트로 묶이는 이 커다란 오해가 안타까울 뿐이다. “1만 시간은 그저 입에 착 붙는 말일 뿐이에요. ‘7400시간의 법칙’이라고 했으면 인기가 없었을 거예요. 1만 시간은 그저 평균 연습량일 뿐입니다. 어떤 학생들은 2만5000시간 동안, 다른 학생들은 만 시간 보다 적은 시간 동안 연습했어요.” 핵심은 연습 양이 아니라 ‘어떻게 연습하는가’이다. 최고의 성과를 내려면 ‘의도적 연습(deliberate practice)’을 해야 한다고 에릭슨은 강조한다. 노력에 배신당하지 않으려면 그냥 연습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연습해야 한다. ‘무식한’ 연습에서 ‘영리한’ 연습으로 옮겨가기 위해, 에릭슨이 베를린 음악학교 연구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진짜 연습의 실체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훈련의 핵심은 ‘양’이 아니라 ‘어떻게’다

첫째, 혼자 하는 연습이 가장 중요하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것은 혼자 기술을 연마하는 ‘나 홀로 연습’ 시간이다. 무슨 일을 하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혼자 생각하고 작업에 몰두하는 시간이 필수적이다. 시원하게 확 트인 개방형 사무실은 무척 패셔너블하지만 나 홀로 연습에 집중하길 원하는 사람에겐 잔인한 곳이다. 주의를 분산하는 시각적, 청각적 자극이 늘 방해하는 상황에서 종일 의도하지 않은 멀티태스킹을 강요받는 셈이다.

협업과 소통이 중요한 만큼 혼자만의 집중 시간도 중요하다. 최근에 만난 한 대기업 임원의 말이다. “직원들 대상으로 설문했는데, 재택근무 시간이 늘어나면서 업무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어요. 더 효율적으로 일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구성원들이 꽤 많더라구요.”

둘째, 최상급 학생들이 혼자 연습한 시간은 하루 3.5시간 꼴이었다. 종일 연주실에 틀어박혀 있는 연습 벌레의 모습을 상상했다면 오해다. 최고의 성과를 내는 학생들은 가장 효율적으로, 진하게 연습하는 이들이었다. “연습에 투입할 수 있는 에너지가 아직 남아있는가?” 그들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 따라 연습량을 결정했다. 에너지가 소진되었다고 느껴지면 물리적인 시간이 남아 있어도 더 연습하지 않았다. 반면, 최상급 학생들과 대비를 이루는 최악의 상황은 밤늦도록 연습하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다.

매일 턱 밑까지 늘어진 다크서클을 달고 살면서도 실력의 진전이 없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나는 일해야 할 때와 쉴 때를 구분하고 있는가?” 매일 작은 성공 경험을 맛보게 해줄 나만의 연습-휴식 사이클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진한 연습과 진한 휴식의 사이클을 찾는 탐색 과정을 시작해 보자.

셋째, 의도적 연습을 하는 사람들의 다른 특징은 선호하는 시간대가 있다는 점이다. 최상급 학생들이 선호하는 시간대는 오전이었다. 점심식사 시간 이전에 연습이 집중되어 있었고 오후 연습량은 많지 않았다. 그저 그런 실력을 가진 학생들은 늦은 오후 시간이 되어도 연습이 줄지 않았다. 하루 종일 연습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정작 쉬어야 할 시간에 느닷없이 연습을 다시 시작하기도 했다.

물론 오전에 일해야만 전문가가 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 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하다’는 말에 더 깊이 공감한다면 이른 아침 시간을 고집할 필요 없다. 나의 생체 시계 리듬을 파악하고 일의 효율이 오르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을 구분하는 것이 포인트다. 대니얼 핑크(Daniel Pink)가 그의 책 [언제 할 것인가(When: The Scientific Secrets of Perfect Timing)]에서 설명했듯이, 생체 시계의 리듬엔 개인차가 있다. 이른 아침이 최적의 시간인 ‘종달새’형이 있는가하면 늦은 오후와 저녁에 에너지가 샘솟는 ‘올빼미’형도 있다. 나의 ‘시간대’를 찾으면 된다.

안락지대(comfort zone) 벗어나는 괴로운 과정 필요

넷째, 의도적 연습의 또 다른 특징은 잘못된 것을 찾아내고 바로잡는데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평범한 학생들이 “편안하게 연습했어요. 즐거웠어요”라고 말할 때, 최상급 학생들은 “좀 괴롭지만 견딜 만해요”라고 말했다. 의도적 연습이란 취약점을 찾고 개선하는 활동이다. 안락지대(comfort zone)를 벗어나는 괴로운 과정을 마다하지 않아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집에 계속 있으려니 스트레스 받아. 피아노나 쳐야겠다.” 필자의 딸은 늘 동일한 두 곡을 연주했는데 매번 틀리는 음표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지극히 편안한 표정이었다. 틀리는 부분은 대충 넘기면서 잘 치는 파트만 반복해서 눌러댔는데 이것이 즐거운 연습이다. 의도적 연습은 즐겁지 않다. 번번이 걸리는 음표가 무엇인지 인지하고 실수하지 않을 때까지 반복해서 연습하는 고통의 작업이다.

다섯째, 의도적 연습엔 피드백이 중요하다. 학생은 선생님의 피드백을, 운동선수는 코치의 피드백을 받는다. 행동을 모니터링하고 문제점과 해결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들이다. 나를 위해 정확한 피드백을 제공해 줄 멘토는 누구인가? 어느 조직이든 전문가로 인정을 받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가 내 상사일 수도, 동료일 수도 있다. 타인의 피드백을 받는 것은 무척 두려운 일이지만 용기를 낼 수 있다. 쑥스러움을 극복하고 정확한 평가를 요청해 보자.

1만 시간의 법칙은 잊어도 좋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는 나를 위해 의도적 연습의 다섯 가지 법칙을 기억하고 실천해 보면 어떨까?

1. 나 홀로 연습한다.

2. 진한 연습·진한 휴식의 사이클이 있다.

3. 선호하는 시간대가 있다.

4. 약점을 개선하는 데 집중한다.

5. 정확한 피드백을 받는다.

※ 필자는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심리과학이노베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이다.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석사)을, 연세대에서 심리학(박사·학사)을 전공했다. SK텔레콤 매니저,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아메리카 온라인(AOL) 수석 QA 엔지니어, 넷스케이프(Netscape) QA 엔지니어를 역임했다. 유튜브 ‘한입심리학’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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